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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 53] 당신이 숲으로 와준다면: 나무와 숲이 주는 가르침들
    행간의 접속/에세이/인물 2018. 11. 14. 10:33

    책이름: 당신이 숲으로 와준다면

    지은이: 김용규

    펴낸곳: 그책

    펴낸때: 2016.03.


    도시를 떠나 시골로 그 중에서도 숲으로 귀농한 지은이의 삶의 방식과 생각의 방식을 담은 책이다. 숲이라는 곳에 들어갔기 때문에 기본적인 생각들은 환경친화적이며, 비물질적이며, 사색적인 분위기를 띄고 있다. 거기다가 사색의 깊이를 돋보이게 하는 겸손한 말투가 한 몫을 한다.


    이런 겸손한 경어체의 글들을 보면 전에는 차분해지고, 훨씬 친근해지고, 쉽게 몰입하면서 그 생각들에 동조하게 된다. 신영복, 박노해의 글들이 그랬고, 최근에는 김두식의 글이 그렇다. 그런데 이 책의 초반부는 이러한 느낌을 받지 못했다. 약간 꾸민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했고, 심하게 말하면 식상함도 약간 있었다. 그러나 중반 이후부터 삶과 숲에 대한 성찰들이 본격화되면서 숲을 통해서 삶을 들여다보는 깊이를 느낄 수 있었다.


    시골의 셈법에 대한 얘기를 하는데, 요지는 '내가 조금 손해본다'는 생각이다. 갈등의 상황에서 놓치지 않으려고 꾹 잡고 있는 것이 아니라 놓아버리면 갈등은 풀리게 된다. 그게 그것이 자연에서 다시 시작하는 사람의 지혜라고 말한다. 이정도면 성인인데..... 


    농부의 즐거움을 애기한다. 첫번째는 '직접'의 즐거움이다. 내가 직접 일구고 이루고, 나눌 수 있다. 두번째는 '거절'의 즐거움이다. 내가 생산한 농산물을 아무에게나 팔지 않는 것이다. 돈만 주면 누구에게나 파는 자본주의 방식에 맞서는 것이다. 돈보다 귀한 가치를 추구하는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자 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조아림'의 즐거움이다. 권력이나 자본에 조아리는 것이 아니라 하늘과 땅과 바람과 물에게 조아리는 겸허한 즐거움이다. 다른 생명들을 내가 키운다가 아니라 그들을 대등하게 여기며 얻게 되는 충만감을 말한다.


    씨앗을 통해서 얻는 배움을 말한다.


    어떤 도보가 곤란에 처할 때마다 나는 씨앗이 되어봅니다. 그것이 가진 일관성과, 단단함과 부드러움의 모습과 원리를 내 삶으로 받아들이려 애씁니다. 어떤 도모가 곤란에 처하거든 그대 역시 씨앗이 되어보라 권하고 싶습니다. 씨앗이 땅을 뚫고 나와 제 하늘을 여는 감동적인 과정에서 그 곤란을 지워낼 방법을 찾아보라 권하고 싶습니다. 일관되고, 단단하고, 동시에 부드러운........


    가지의 가르침도 있다. 나무는 모든 가지가 하늘에 닿을 만큼 자라지 못한다는 것을 안다. 한 두 가지만이 하늘을 연다. 성장 중에 잃는 것도 있다는 것, 발아래 떨어져 썩어야 비로소 힘이 된다는 것, 그리고 마침내 줄기의 성장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실수나 실패는 그렇게 생명에게 주어진 삶의 일부라는 것을 말한다.


    뿌리의 가르침도 있다. 거센 바람 속에서 거목이 지탱하는 것은 넘어지지 않으려고 버티는 것이 아니라 작은 것을 버리고 잃는 것을 감내하는 것이다. 지층 빡 줄기와 잎이 지하의 뿌리와 동등하게 자라야 지탱이 되는 것이다. 균형을 잃으면 나무는 지탱할 수 없다. 결국 성과를 축적하고 유지하려는 것은 인간의 욕심인 것이다. 나무는 그렇지 않다.


    읽으면서 나무와 숲에 대한 이러한 관점은 마치 시인이 보는 것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무가 주는 여러 가지 가르침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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