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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40]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 도시와 건축을 보는 시선행간의 접속/문화/예술/스포츠 2018. 9. 13. 15:40
책이름: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
곁이름: 도시를 보는 열다섯 가지 인문적 시선
지은이: 유현준
펴낸곳: 을유문화사
펴낸때: 2015.03
건축가가 인문학적 관점으로 도시와 건축에 대해서 얘기한 책이다. 건축과 인문에 대한 책에서 나온 뻔한 이야기들도 있었지만 나에게는 새롭게 여겨지는 내용들도 있었다. 기본적인 건축과 인문에서 조금 더 올라간 단계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벤트 밀도에 대해서 얘기한다. 이벤트들이 얼마나 몰려 있느냐 하는 것이다. 거기를 걷다가 가게가 있어서 들어가면 그게 하나의 이벤트다. 가게에 들어갈 때 무엇인가를 기대하니까. 결국 이벤트 밀도라는 것은 소규모 가게들이 밀집되어 있어서 사람들이 기대를 많이 하게 되는 정도이다. 이벤트 밀도가 높은 거리는 사람들이 많고, 걷고 싶은 거리가 된다. 이 얘기를 지은이는 자기주도적인 삶과 우연성이 넘치는 거리라는 낱말을 사용하기도 한다.
불탔다가 복원된 남대문은 조선시대의 원형을 잃어버렸으므로 국보로 볼 수 없다는 얘기도 나왔었다. 하지만 지은이의 의견은 반대다. 우리가 기억하고 간직해야 하는 것은 유형물로서의 남대문도 있지만 설사 그게 아니더라도 그 건축물을 만든 생각이 가치있다는 의견이다. 어차피 건축물은 사람이 들어오고 나가는 공간을 가지고 있으면서 그 재료는 교체되고 복원되고 사용되면서 보존되는 것이다. 남대문의 재료가 오래되어서 문화재인 것이 아니다.
서양의 성당 주변에 광장이 있고 광장 주변에 가게들이 있는 이유를 얘기한다. 교회를 지을 때 돌을 쪼아야 하는 작업 공간이 있어야 해서 교회 옆에서 그 작업을 했고, 그 작업장 주변으로 공사 인부들을 위한 가게들이 생겨나면서 도시가 형성되었다. 교회가 다 지어진 이후에는 그 작업공간은 광장이 되었고, 가게들은 여전히 남아있는 것이다. 그냥 여기다 광장 하나 만들지 하는 것이 아니었다.
우리가 TV를 많이 보는 이유도 얘기한다. 건축과 TV가 무슨 상관이 있을까 싶은데 상관이 있다. 마당이 있는 집에서 살 때에는 풍경이 지루하지 않았다. 비도 오고, 햇살이 비치고, 눈도 오고, 낙엽이 떨어지고, 다양한 활동들도 할 수 있었다. 마당은 매일매일 바뀌는 볼거리 같은 역할을 했다. 그러나 마당이 없이 아파트에 살게 된 지금은 그 볼거리 역할을 TV가 하는 것이다. 거기다가 더 큰 TV를 원하고....
300쪽이 넘는 꽤 긴 책이지만 수월하게 읽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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