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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58] 돈의 인문학: 돈은 관계이다.행간의 접속/인문 2016. 9. 17. 22:27책이름: 돈의 인문학곁이름: 머니 게임의 시대, 부의 근원을 되묻는다지은이: 김찬호펴낸곳: 문학과지성사펴낸때: 2011.01돈에 대한 책을 쓴다면 경제학적인 관점으로 쓰는 것이 보편적일 것이지만, 그랬다면 너무 접근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러나 인문학적인 관점으로 쓴다면 좀더 생활과 밀접한 내용을 담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해서 이 책을 읽게 되었다. 그리고 실제로 그랬다.우리는 돈은 물건을 거래하는 수단이라고만 생각하지만 조금 더 본질적으로 들어가면 돈은 매개체이다.인간은 절대로 혼자 살 수 없는 동물로서 어떤 식으로든 타인과 관계를 맺어야 하는데, 익명적인 환경에서 살아가는 현대인들은 전혀 알지 못하는 수많은 사람들과 빈번하게 교섭하면서 서로에게 필요한 것을 충족시킨다. 전통사회에서라면 오랫동안 맺어온 교분과 신뢰가 그 바탕이 되겠지만, 현대의 도시에서는 인격적인 관계가 전혀 없이도 교환과 협업이 이뤄진다. 그 매개가 되는 것이 바로 돈이다.
여기서 알게 된 것이 전통사회에서는 돈이 없이도 친분으로 관계가 형성되었지만 현대에서는 친분이 없기 때문에 그 매개의 역할을 돈이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돈을 좋아하는 것일까? 돈의 매력은 무엇일까? 쉽게 생각하면 돈으로는 무엇이든 할 수 있으니까 사람들은 돈을 좋아하고 돈을 모으려고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돈은 왜 무엇이든 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한 대답은 돈이 아닌 다른 것들을 생각해봐야 한다.
현대로 들어와서 공동체는 해체되고, 전통규범은 소멸되고, 인구는 늘어나고, 미디어와 대중문화 속에서 권위는 실추되고, 인생은 예측할 수 없고.... 이렇게 된 상황에서 개인이 무시당하지 않고, 자신의 위상을 세울 수 있을지 생각했을 때, 사람들은 부동의 힘을 생각하게 되고, 그게 바로 돈인 것이다.
지은이는 돈의 가치를 설명하면서 돈이 가치가 없어지는 경우를 생각해본다. 백만장자들끼리만 모여사는 세상이라면 돈의 가치는 어떻게 될까?
돈의 본질적인 측면 중의 하나는 돈은 타인이 그것을 원한다는 전제 위에서만 쓸모가 있다는 점이다. 내가 돈을 원하는 이유는 나 자신이 원해서가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돈을 원하기 때문이다. <중략> 그러면 나의 돈을 원하는 다른 사람들은 왜 그 돈을 원하는가? 그 사람들도 마찬가지로 자신이 원해서가 아니다. 그 역시 또 다른 누군가가 그 돈을 원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러한 화신 속에서 돈은 유통되고, 지불의 연쇄가 새로운 지불을 가능하게 한다.
그렇다면 백만장자들끼리만 사는 세상에서 돈은 가치가 없게 된다. 다른 사람들이 돈을 원하지 않기 때문에. 왜냐하면 충분히 갖고 있으니까.... 그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은 실용적인 가치가 있는 재화이다.
돈이 사람을 지배하고, 인간의 관계를 더욱 소멸시키는 상황에서 대안이 되는 것이 지역화폐이다.
지역화폐에는 한 가지 중요한 전제가 깔려 있다. 이 세상에 쓸모없고 무능한 사람은 없다는 정신이다. 비록 노동시장에서는 설 자리가 없을지라도 누군가 그 사람을 필요로 할 수 있다. 보잘것 없는 재주라도 누군가에게 기쁨을 줄 수 있다. 그리고 돈을 벌지 않고서도 내가 필요한 것을 타인으로부터 얻을 수 있다. 실제로 지역화폐 공동체에서는 많은 실업자나 소외 계층이 살아갈 힘을 얻고 경제적인 능력을 체득한다. 그 핵심은 사회적 관계의 복구다.
돈은 관계를 대신하면서 관계를 소멸시켰다. 모든 것을 돈의 기준으로 줄을 세웠고, 거기서 뒤쳐지면 사회적으로 보호를 받지 못한다. 그러나 지역화폐는 사연이 있어서 관계를 회복시키면서 필요한 것을 제공하고, 제공받을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준다. 그러면서 공적인 행복함을 누릴 수 있게 된다.
그렇다면 제도권 시장에서도 이러한 관계를 증진시키는 방법은 없을가? 지은이는 우애의 경제를 말한다.
한국 사회의 위기는 단순히 경제의 어려움이 아니라 더욱 근본적으로 부가가치 생산 능력이 심각하고 급격하게 고갈되어가는 데 있다. 자본주의 경쟁력은 비자본주의적인 영역들이 얼마나 건실하게 작동하느냐에 따라 보장된다. 이것이 바로 자본주의의 역설이다. 자본주의 시장 경제가 원활하게 돌아가기 위해서는 거기에 포섭되지 않은 사회 문화적 바탕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 바탕이란 신뢰, 감정, 의미, 공유된 원체험 같은 것이다. 이제 '가치'라는 것을 보다 폭넓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
돈에 대해서 생각하지 못한 것들을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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