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22] 갑자서당: 세상의 이치를 찾아가는 길행간의 접속/인문 2015. 12. 23. 18:45
책이름: 갑자서당
지은이: 류시성, 손영달
펴낸곳: 북드라망
펴낸때: 2011.11
『고미숙의 몸과 인문학』을 읽다 보면 이 책에서 인용한 것이라고 하면서 자주 언급하고 있길래 읽어 보았다. 갑을병정이니... 자축인묘니 하는 십간십이지는 외우고 있지만 그것들이 어떤 의미이고, 관계하고 있는 것들은 무엇인지, 아울러 오행이나, 음양, 태극, 팔괘, 24절기 등은 이름만 들어보고 내용은 몰랐고, 28수, 12경맥, 12율려 등은 들어본 적도 없는 것들이었다. 그런데 이 책을 통해서 이런 것들에 대해서 어느 정도 알게 되었고, 세상의 이치를 이처럼 정교하고, 치밀하게 밝힐 수 있다는 점이 소름이 돋았다. 세상은 우리가 알 수 없는 어떠한 법칙이나 원리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라고 막연히 생각했는데, 여기에 나와 있는 개념들을 바탕으로 생각하면 세상을 이렇게도 설명할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 만든다. 옛날 사람들의 사상의 깊이가 대단함을 느낀다.
1. 태극과 음양
태극은 우주를 생격나게 한 궁극의 씨앗이다. 한 알의 작은 씨앗으로부터 초목이 성장하여 나중에는 수만 개의 또 다른 씨앗이 만들어진다. 태극은 만물이 생겨나는 바탕이 되는 이치이다. 태극이라는 거대한 알에 금이 가면서 알 속에 출렁이던 기운이 용솟음쳐 나온다. 이것이 바로 태극이 양의(음양)를 낳는 순간이다.
태극은 태극기에 있는 태극을 말한다. 두 개의 기운이 순환을 그리면서 역동적인 모습을 이루고 있는 것인데, 이는 아직 씨앗이라는 것이고, 이것이 분화되면 두 개의 세계인 음과 양으로 된다는 것이다. 아직까지는 추상적인 모습인데, 조금 더 가보자.
음양의 원리는 하나로부터 두 개의 독자적인 실체가 분리되어 나왔다는 말이 아니라, 한 가지 사물이 두 개의 상반되는 속성을 가지게 되었다는 뜻으로 이해해야 한다. 두 가지의 대립하는 기운이 나뉘고 이들이 교차하고 엇갈리면서 세상에 순환운동이 발생한 것이다.
우리가 생각하는 음양은 변하지 않는 두 개의 반대되는 성질일 것이다. 그러나 진짜 음양은 변화하는 것이고, 순환하는 것이고, 하나의 대상 안에 같이 있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게 말이 되나 싶은데, 가만히 생각해 보면 맞다. 양달과 응달은 해의 위치에 따라 변하고, 남성과 여성도 그 내부에 이성의 성격이 존재하고....
2. 사상
사상은 '사상의학'할 때의 그 '사상'이다. 태양, 태음, 소양, 소음 하는 것들.... 이런 것들인데, 우주로부터 우리 몸을 관통하는 원리라고 한다.
-태양: 양에서 분화됨. 내재된 힘도 양, 외부로 발산하는 기도 양. 견실하고 강건하고 불식함. 봄. 동이 트는 새벽. 유년기
-소양: 음에서 분화됨. 내재된 힘이 음, 외부로 발산하는 기는 양. 내허외실. 여름. 정오. 청년기
-태음: 음에서 분화됨. 내재된 힘도 음, 외부로 발산하는 기도 음. 유순하고 안정적이며 부드러움. 가을. 저녁. 장년기
-소음: 양에서 분화됨. 내재된 힘이 양, 외부로 발산하는 기는 음. 내실외허. 겨울. 밤. 노년기
이정도로는 잘 모르겠는데, 그래도 일단은 그럴듯하다. 그런데, 의문이 드는 것은 소양이 양에서 분화된 것이 아니라 음에서 분화되었다는 것과 소음이 음에서 분화된 것이 아니라 양에서 분화되었다는 것이 의아스럽다.
3. 육기
육기는 풍, 화, 서, 습, 조, 한의 여섯 가지 기운을 의미한다. 이들은 주로 계절에 따른 기상현상으로 이해한다. 풍은 문자 그대로 바람이 부는 계절이고, 화는 따뜻한 때이며, 서는 무더운 계절이며, 습은 축축한 계절이며, 조는 건조한 계절이며, 한은 추운 계절을 말한다. 그렇다고 오운육기가 단순히 날씨의 변화만을 다루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이 이론은 하늘, 땅, 인간이 상호 영향을 미치는 감응의 질서를 가지고 있다는 생각을 전제로 하고 있다. 따라서 기후의 변화는 인간의 삶의 영역 전반에 두루 영향을 미친다고 여겨졌다. 그 중에서도 특히 민감한 영역이 바로 사람의 몸이다.
우리는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을 얘기하는데, 사계절로는 설명할 수 없는 부분들이 있다. 이를 보완하는 의미로 육기를 들 수 있다고 나는 이해했다.
-풍: 봄. 우수 이후. 간이 기능
-화: 늦봄에서 초여름. 춘분에서 입하. 심이 기능
-서: 무더위. 소만에서 소서.
-습: 여름 잘마철. 중복 즈음. 신이 약해짐
-조: 가을. 추분 이후. 폐 기능
-한: 겨울. 동지 이후. 신이 기능
봄, 가을, 겨울은 그대로지만, 여름은 초여름, 무더위, 장마로 구분하였다. 단순히 여름이라고 하나로 아우를 수 없는 약간씩 다른 기운이 있기에 그렇게 나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해 보면 맞는 것 같다.
4. 수
우리에게 숫자는 셈만 하는 것으로 생각되는데, 옛 사람들은 각 수들에 의미? 상징? 등과 같은 어떤 가치를 부여하였고, 그런 관념은 우리에게도 무의식 중에 내려오고 있는 느낌이 든다. 이것에 대한 이야기들이다.
숫자로 음양을 얘기한다면, 1,3,5,7,9 홀수는 양, 2,4,6,8,10 짝수는 음이다. 홀수는 짝을 찾기 위해 능동적으로 움직이고, 짝수는 짝이 있기 때문에 움직이지 않아서 각각 양과 음인 것이다. 숫자를 오행으로 보면 목은 3과 8, 화는 2와 7, 토는 5와 10, 금은 4와 9, 수는 1과 6이다.
5. 팔괘
팔괘는 주역에서 나오는 것인데, 자연과 인사의 모든 현상을 여덟 가지의 상으로 나타낸 것이다. 양효와 음효가 세 변을 만들어서 팔괘를 이루고 있다. 여기서는 자세하게 나오지는 않고, 간단히 상징하고, 의미하는 것만 정리하였다.
-건괘: 하늘. 건삼련. 튼튼한 것. 말. 머리. 아버지. 북서쪽. 양금, 술해, 음력 9~10월. 초겨울. 19:30~23:30. 1,4,9
-태괘: 연못. 태상절. 속은 강하지만 외면은 유한 것. 양. 동남쪽. 음금. 유. 음력 8월, 가을. 17:30~19:30. 2,4,9
-이괘: 불. 이중허. 겉으로는 강해 보이지만 그 성질은 약한 것. 꿩. 딸. 정남쪽. 화. 오. 음력 5월. 여름. 11:30~13:30. 3,2,7
-진괘: 우레. 진하련. 생명이 생동하고 진출하기 좋은 것. 용. 장남. 동쪽. 양목. 묘. 음력 2월. 봄. 5:30~7:30. 4,3,8
-손괘: 바람. 손하절. 출입/길다/종사하는 것. 닭. 두 다리. 맏딸. 청색/초록색. 음목. 진사. 음력 3월~4월. 늦봄~초여름. 7:30~11:30. 5,3,8
-감괘: 물. 감중련. 지혜/정착/번뇌. 돼지. 귀. 아들/청년. 검은색. 수. 자. 음력 12월. 겨울. 23:30~1:30. 1,6
-간괘: 산. 간상련. 완고함/독립/거부. 개. 손. 동북방. 양토. 축인. 음력 12월~1월. 늦겨울~초봄. 1:30~5:30. 7,5,10
-곤괘: 땅. 곤삼절. 순종/조용함/겸양. 소. 배. 서남방. 음토. 미신. 음력 6월~7월. 늦여름~초가을. 13:30~17:30. 8,5,10
오행을 팔괘에 맞추려고 하다보니 금이 양금과 음금, 토가 양토와 음토, 목이 양목과 음목으로 나뉘어졌고, 12지를 팔괘에 맞추려고 하다보니 술해, 진사, 축인, 미신이 합쳐져서 나타났다. 팔괘가 왜 이런 것들과 연관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기본적으로 기억하고 있으면 이후에 주역을 공부할 때 필요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리고 각 괘가 점괘로 나왔을 때, 점괘를 풀어놓은 것도 있었지만 그것까지 하게 되면 너무 길어질 것 같아서 제외했다.
6. 28수
28수는 28개의 숙소라는 뜻이다. 28개의 별자리가 숙소라니? 누구의 숙소인가? 달이 지구를 도는 공전 주기는 27.33일로 약 28일이다. 이것을 고려해서 28개의 별자리를 묶어낸 것이다. 결국 달이 28일 동안 지나가는 자리가 28개의 별자리인 것이다. 동서남북 사방에 7개의 별자리가 있어서 28수이다.
옛 사람들은 별자리의 각각의 수들을 보면서 저 자리는 무엇과 관련이 있는데, 별자리의 모양이 어떠하니 관련되는 것이 어떻게 될 것이라고 별자리 점을 치곤 했다고 한다. 고전소설에서 주인공이 별자리를 보고 반란이 일어날 것을 감지하고 임금을 구하러 간다는 얘기가 나오는데, 이런 얘기들이 나름 근거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7. 24절기
24절기는 태양의 운행에 따라 발생하는 계절의 변화를 나타낸 것이다. 춘분을 기준으로 황도(태양의 길)에 15도의 간격으로 24절기를 산출한다. 24절기는 농경문화를 반영한 것이다. 농사를 지으려면 날씨의 변화를 알아야 하니까.... 그러나 현대에도 날씨에 따라서 몸이 변화하므로, 24절기는 알아두어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봄의 절기는 목 기운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다. 입춘-우수-경칩-춘분-청명-곡우이고, 양력으로 2,3,4월, 음력으로는 인월, 묘월, 진월이다.
-입춘: 봄의 기운이 일어나는 날. 양력 2월 4일경. 인월
-우수: 얼었던 물이 녹아 졸졸 흐르는 날.양력 2월 19일~20일.
-경칩: 겨울잠 자는 벌레가 놀라서 나오는 날. 양력 3월 5일 무렵. 묘월
-춘분: 밤낮의 길이가 닽아지는 날. 양기가 점차로 충만해짐. 3월 21일경.
-청명: 물이 맑고 하늘은 밝은 날. 양력 4월 5~6일 무렵. 진월(목) 기운을 받아 왕성하게 움터오르고 비로소 봄을 느끼는 시기.
-곡우: 봄비가 내려 곡식을 기름지게 하는 날. 양력 4월 20일 무렵.
한 가지 의아스러운 것은 입춘은 봄의 절기인데, 봄 기운을 느끼기 어렵다는 점이다. 2월 초는 여전히 추운 겨울이 버티고 있어서 봄을 느끼기는 쉽지 않다. 그런데도 그 때를 입춘으로 세운 이유는 우리가 느낄 수는 없지만 저 땅 속 밑에서 봄의 기운이 움직이려고 태동을 하고 있는 시기라는 것이다. 청명에 가서야 봄다운 봄을 느끼지만 그 청명으로 가기 위해 봄은 입춘부터 차근차근 준비하고 있었던 것이다. 다른 계절의 들어가는 절기(입하, 입추, 입동)도 다 마찬가지이다.
여름의 절기는 화 기운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다. 입하-소만-망종-하지-소서-대서이고, 양력으로는 5,6,7월, 음력으로는 사월, 오월, 미월이다.
-입하: 여름의 기운이 일어나는 날. 양력 5월 6일 무렵. 사월(양)의 기운이 극에 이른 시기.
-소만: 만물이 성장하는 날. 조금씩 차오르는 날. 양력 5월 21일 무렵. 순양의 시기.
-망종: 까끄라기 곡식의 종자를 뿌려야 할 적당한 날. 양력 6월 6일 무렵. 오월.
-하지: 완연한 여름에 이르는 날. 낮이 가장 긴 날. 양력 6월 22일 무렵.
-소서: 작은 더위가 있는 날. 양력 7월 5일 무렵.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됨. 미월.
-대서: 큰 더위가 있는 날. 양력 7월 23일 무렵.
가을의 절기는 금 기운(결실을 위해 기운을 안으로 모으는 것)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다. 입추-처서-백로-추분-한로-상강이고, 양력으로는 8,9,10월, 음력으로는 신월, 유월, 술월이다.
-입추: 가을의 기운이 일어나는 날. 양력 8월 8일 무렵. 신월.
-처서: 더위가 그치는 날. 양력 8월 23일 무렵.
-백로: 풀잎이나 물체에 이슬이 맺히는 날. 양력 9월 9일 무렵. 유월.
-추분: 낮과 밤의 길이가 같아지는 날. 양력 9월 23일 무렵. 가을걷이의 시기.
-한로: 찬이슬이 맺히는 날. 양력 10월 8~9일 무렵. 술월. 마지막 남은 양기를 가까스로 보호하는 늦가을 상태.
-상강: 서리가 내리는 날. 양력 10월 23일경. 금의 수렴운동이 절정에 달하는 때.
겨울의 절기는 수 기운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다. 입동-소설-대설-동지-소한-대한이고, 양력 11,12,1월, 음력으로는 해월, 자월, 축월이다.
-입동: 겨울의 기운이 일어서는 날. 양력 11월 7~8일 무렵. 해월
-소설: 첫눈이 오는 날. 양력 11월 22~23일 무렵. 순음의 시기.
-대설: 큰 눈이 오는 날. 양력 12월 7~8일 무렵. 자월. 완연한 겨울로 가는 시기. 그러나 땅속에서 양기가 움틈.
-동지: 겨울이 지극한 상태에 이른 날. 밤이 가장 긴 날. 양력 12월 22일~23일 무렵.
-소한: 작은 추위의 날. 양력 1월 5일 무렵. 축월.
-대한: 큰 추위의 날. 양력 1월 20일 무렵.
8. 그밖에
그밖에 12율려, 12경맥 등도 있는데, 이건 봐도 잘 모르겠다. 나중에 내가 좀 더 깊이를 갖추었을 때 접근해보고 싶다.
9. 생각한 것들
공부하듯이 읽었는데, 생활과 관련이 있는 것들이라서 그런지 재미있게 읽었고, 놓치고 싶지 않은 것들
'행간의 접속 > 인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책 24] 누드 글쓰기: 사주명리학으로 까발린 삶 (0) 2015.12.29 [책 23] 절기서당: 우주의 기운과 함께 하는 시간들 (0) 2015.12.27 [책 21] 낭송의 달인 호모 큐라스: 살아있는 낭송, 살리는 낭송 (0) 2015.12.18 [책 20] 책은 도끼다: 책 소개하는 책의 성공 (0) 2015.12.16 [책 19]고미숙의 몸과 인문학: 3부작으로 하지 않아도 되었을 것을.... (0) 2015.1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