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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114] 로마인 이야기 1 로마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다: 한마디로 멋지다행간의 접속/역사 2013. 12. 28. 21:13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를 이번 겨울방학 동안에 읽기로 했다. 시오노 나나미의 『전쟁 3부작』,『로마 멸망 이후의 지중해』,『바다의 도시 이야기』을 통해 중세의 지중해에 대해서 어느 정도 이해를 했고, 이제는 로마를 이해하기 위해서 이 책을 읽는 것이다. 시간 순서대로 읽는 것보다 거슬러 가면서 읽는 것이 퍼즐을 맞추는 것 같은 느낌을 주어서 오히려 더 흥미로운 것 같다.
제1권은 기원전 753년에 로마가 건국될 때부터 기원전 270년에 이탈리아 반도를 통일할 때까지의 500년의 세월을 다루고 있다. 로마는 로물루스가 건국하였는데, 로물루스는 트로이에서 도망친 아이네이아스의 자손이라고 한다. 제1대 왕 로물루스 이후에 제7대 왕 타르퀴니우스까지는 왕이 지배를 하였고, 이후에는 왕정이 폐지되고, 공화정으로 바뀐다. 또한 이 7명의 왕도 세습되는 것이 아니라 민회에서 선출되는 방식이라서 사실상 왕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그러다 귀족과 평민들 사이가 벌어져서 평민들의 대표인 호민관이 집정관과 함께 정치에 참여하기도 한다. 대외적으로는 로마 인근의 부족들과의 전투에서 승리하여 세력을 넓히다가 켈트족의 침입으로 멸망 직전까지 간다. 그러나 이러한 시련을 딛고 로마는 다시 일어서서 남부까지 세력을 넓히고, 남부 이탈리아의 그리스 식민도시들을 병합하여 이탈리아를 통일한다.
이런 일련의 과정 속에서 이룩한 로마의 힘을 역자는 후기에서 이렇게 말한다.
"지성에서는 그리스인보다 못하고, 체력에서는 켈트족이나 게르만족보다 못하고, 기술력에서는 에트루리아인보다 못하고, 경제력에서는 카르타고인보다 뒤떨어진 로마인들"이었음에도, 왜 그들만이 번영하고, 마침내 지중해 세계의 패자가 되어 천 년 제국을 경영할 수 있었는가.
『로마인 이야기』는 이 같은 의문을 풀어나가는 시오노 나나미의 방정식이라고 할 수 있다. 그가 내세운 가설이 바로 우리가 오늘 로마를 다시 읽는 이유가 된다. 그것은, 로마가 융성한 원인은 그들의 윤리나 정신보다 법과 제도에서 찾아져야 한다는 것이다. 예컨대 로마는 왕정 시대에도 왕을 민회에서 선출했으며, 공화정으로 이해한 뒤에도 원로원을 비롯한 각급 공직은 선거제도를 통해 구성되었다. 뿐만 아니라 점령 부족에 대해서는 시민권을 개방하고 그 대표자를 원로원에 흡수함으로써 사회적 통합에 성공한다. 또한 종교 생활에 있어서도 그들은 다신교 체제를 택함으로써, 신들을 인간 위에 군림하는 절대자가 아니라 인간을 수호하는 아버지 같은 존재로 받아들였다.
이처럼 로마 융성의 원천은 추상적 가치보다 물질적 가치를 중요시한 데에서 비롯한다는 것이 시오노의 생각이다. 다시 말하면, 고대 로마인이 후세에 남긴 진정한 유산은 제국의 유적들이 아니라 제도와 개방성을 통한 사회질서 확립의 경험이라는 것이다.
세습되지 않는 왕, 원로원과 민회를 중심으로 한 민주주의, 패자를 포용하는 통합의 미덕 등 21세기에도 이룩하기 힘든 모습을 몇 천년 전 로마에서는 현실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한마디로 멋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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