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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47] 고등어: 후회라 하기에는 너무 큰...행간의 접속/문학 2013. 6. 23. 21:15
1994년에 나온 이 책을 이제서야 읽었다. 특별한 이유는 아니었고, 공지영의 에세이집(아주 가벼운 깃털 하나)을 읽고나니 그녀의 다른 작품들도 좀 읽고 싶어져서 골랐다. 1994년이면 문민정권 시절이었고, 386세대들의 후일담 문학이 하나의 유행처럼 쏟아져 나오던 시기였다. 그리고 이 작품은 그 중심에서 그 흐름을 이끌고 있던 작품이다.
1. 줄거리
김명우는 운동권 출신으로 지금은 자서전을 대신 써주는 대필작가이다. 대학 때 후배인 노은림을 사랑했지만 이미 결혼한 그녀와는 사랑을 이루지 못하고, 노동자 계급의 해방을 위해 노동자 출신의 연숙과 결혼하지만 3년 전에 이혼한다. 둘 사이에는 명지라는 딸이 있고, 연숙이 키운다. 현재는 동생 명희의 후배인 여경과 사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잊었던 은림이 그를 찾아오고, 그는 여경과 은림 사이에서 흔들린다. 여경은 흔들리는 명우를 잡기 위해 청혼을 하지만 명우는 거절하고, 은림을 선택한다. 그러나 은림은 결핵으로 삶을 마감한다.
2. 생각한 것들
명우의 심리 변화에 따라서 이야기가 전개되는데, 그 심리 변화가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 여경이 훨씬 매력적이고, 그와 잘 맞는 것 같은데 왜 선택을 하지 않았는지, 과거에 대한 죄책감이 그렇게 컸는지.... 은림과는 공유할 무언가가 있었지만 여경과는 그런 것이 없어서 그런 것인지... 그러나 함께 두 사람이 살아갈 때에는 과거를 공유했던 것이 그렇게 큰 비중을 차지할 것 같지는 않은데 말이다. 정말 사랑을 제대로 해보지 못한 세대의 모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3. 제목의 의미
'고등어'라는 제목은 바다에서는 자유롭게 오가던 존재였던 고등어가 시장 좌판에서 배를 가르고 소금에 절여져서 생각하기를, 자신은 왜 한때 바다에서 뭐하러 그렇게 힘들게 헤엄쳐 다녔을까 하고 후회할지도 모른다는 명우의 생각에서 나온 것이다. 이것은 운동권들이 목숨 바쳐 그렇게 운동을 하고 난 후에 지금은 이도 저도 아닌 상황에서 과거를 후회하는 모습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지금 와서 생각하면 후회스럽지만 은림을 선택했다는 것은 그 과거를 소중하게 생각한다는 의미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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