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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61] 옛 지도를 들고 서울을 걷다: 역사는 끊어짐이 아니라 흐름이다행간의 접속/인문 2012. 10. 31. 14:56
서울의 역사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 특히 서울의 옛 지도를 보고 옛날에는 어땠는지 상상하면서 현재 어떻게 바뀌었는지 생각하는 것을 즐겼다. 글쓴이가 설명하는 곳들의 많은 부분이 나도 직접 가봤던 곳이기 때문에 글로 읽으면서도 나도 함께 답사여행을 하는 것처럼 느낄 수 있었다. 어느 부분 하나 놓칠 수 없는 알찬 답사였다. 내용이 어렵지 않고, 친절했으며, 현재와 과거를 자연스럽게 관련지어 설명하기 때문에 끊어진 과거가 아니라 흐르는 역사 속의 서울을 되짚을 수 있었다.
1장 궁궐에서는 한양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도성과 궁궐, 육조와 육의전, 종로 등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리고 각 궁궐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많이 들었던 얘기들이라서 특별한 것은 없었다.
2장은 청계천과 북촉에 대한 얘기인데, 청계천만 하는 것이 아니라 청계천을 중심으로 한 한양의 물길에 대한 애기를 하고 있다. 지금은 청계천이 지류 없이 한 줄기만 흐르는데, 옛 지도를 보면 인왕산, 북악산, 남산 등지의 계곡에서 흘러내린 여러 지류가 흘러들어와 청계천을 이루고 있었다. 그래서 다리가 굉장히 많았다. 지도로 그 당시의 모습을 상상해 보면 지금 거리에서 두 블록마다 개천이 있어서 다리를 건너는 풍경이 떠오른다. 그렇게 본다면 조선시대 한양은 물의 도시라고 해도 되지 않을까 싶다.
경복궁 서쪽의 청풍계와 백운동이 있는 인왕산 골짜기 계곡이 당시에 유명한 명승지였다는 얘기가 새로웠다. 도성 안에 이런 깨끗하고 아름다운 명승지를 두고 있는 모습은 생각만으로도 뿌듯하다.
그리고 청계천의 여러 다리들에 대해서도 얘기하는데, 이 다리 이름에서 연유된 동네 이름이 많다. 대표적인 것이 무교동인데, 원레 서울시청 동북쪽에 무교라는 다리가 있었다고 한다. 지금 시청 자리에 병기를 만들고 보급하던 군기사가 있었기 때문에 무교라고 한 것이란다. 그리고 지금 한화빌딩 근처에 장교빌딩 있는데, 그 앞에 장교, 정확히는 장통교가 있었기 때문에 그런 것이고, 그 근처가 행정구역의 장통방이었기 때문에 장통교라 한 것이라고 한다. 광교는 광통교를 줄인 것인데, 원래는 대광통교라고 한다. 대광통교가 있으니 소광통교도 있는데, 이건 근처의 다른 갈래 물길에 있는 다리란다. 지금은 광통교와 광교가 따로 만들어져 있으니 예전대로 복원한 것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인사동의 이름은 근처 옛 지명인 관인방의 '인'과 사동 혹은 대사동의 '사'가 합쳐져서 이루어진 것이다. 사동 혹은 대사동이라는 것은 근처에 절이 있었다는 것인데, 지금의 탑골공원 자리에 예전에는 원각사라는 절이 있어서 그런 것이다. 그리고 그 원각사에 10층 석탑이 지금도 남아 있어 탑골 공원이라고 한 것이다.
3장은 서울 성곽을 답사하는 것이었다. 북악산과 인왕산 사이에 있는 창의문에서 출발하여 인왕산, 서대문, 정동, 남대문, 남산, 광희문, 동대문, 낙산, 숙정문, 북악산, 다시 창의문으로 오는 코스였다. 이 중에서 인왕산, 남산, 낙산, 북악산 부분은 서울 성곽이 많이 남아있거나 복원되어 있지만 다른 곳은 많이 훼손되어 있다. 이 훼손된 부분을 상상력을 복원하는 것도 재미있었다. 글쓴이가 설명하는 곳을 인터넷 지도로 찾아가며 성곽의 선을 이어나갔다.
이 책을 새롭게 알게 된 부분이 인왕산에서 서대문, 정동, 서소문, 남대문 구간인데, 인왕산 성곽에서 서울시교육청과 강북삼성병원 쪽 길에 서대문이 있을 것으로 알려져 있고, 이어서 정동의 이화여고와 옛 배재학당 뒤로 해서 호암아트홀 뒤로 해서 서소문이 자리 잡고 있었다. 지금의 서소문 공원이다. 이어서 남대문으로 이어진 것이다. 그 다음에 남산에서 광희문 구간도 새롭게 상상할 수 있는데, 장충체육관 건너편 골목길을 통해 광희문까지 주택 사이에 성곽이 있었을 것이다.
4대문 중에는 서대문이 없고, 물론 남대문도 소실되었지만 복원하고 있으니까 있다 치고, 4소문 중에는 창의문, 혜화문, 광희문, 서소문 중에 서소문이 없다. 서대문과 서소문을 어떻게 복원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서울 성곽은 인왕산과 낙산, 남산 쪽은 다녀봤는데, 북악산 쪽은 가본 적이 없어서 한 번 가봐야겠다는 생각도 했다.
4장은 도성 밖 이야기인데, 한강을 중심으로 수운을 위해 여러 나루터가 발달하게 되었고, 나루터를 중심으로 창고가 자리 잡고, 시장이 있으면서 사람들이 모였다는 얘기이다. 그리고 한양 도성 안은 신성한 곳이라서 도축, 농업, 종교, 장례 등의 시설들은 들어오지 못해서 도성 밖에서만 이루어졌다고 한다. 그래서 지금의 마장동과 뚝섬 쪽에 목장이 있으면서 도축이 이루어졌고, 뚝섬에 예전에 경마장이 있었던 것도 그런 연유라고 한다. 농업은 물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청계천, 중랑천 등이 만나는 왕십리 주변이 농사를 많이 지었고, 그래서 선농단도 그 쪽 방면에 있는 것이다. 지금의 전농동도 국가가 관리하는 논이 있던 곳이기 때문에 붙은 지명이라 한다.
한가지 신기한 것 중의 하나는 동묘인데, 동관왕묘의 줄임말로서 삼국지에 나오는 관우의 사당이라고 한다. 임진왜란 때 지원을 해준 명나라에 대한 예의로서 중국의 장수를 기리는 사당을 지은 것이라고 한다. 왕실의 사당은 종묘이고, 농업신의 사당은 사직인데, 이런 것들은 중요한 사당이라서 도성 안에 있었던 것이고, 동묘는 그정도는 아니라 도성 밖에 위치한 것이라고 한다.
읽으면서 정말 재미있게 읽었고, 엣날 지도 들고 직접 답사를 떠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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