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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 107] 우리는 더 많은 민주주의를 원한다: 일상의 민주화를 위하여
    행간의 접속/사회 2008. 12. 15. 20:08
    우리는 더 많은 민주주의를 원한다
    카테고리 정치/사회
    지은이 유시주 (창비, 2007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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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희망제작소는 민간 싱크 탱크이다. 여기서 연구 프로젝트를 하는데, 한국 민주주의에 대한 연구를 책으로 낸 것이 바로 이 책이다. 연구 방법은 사람들을 면접하는 방법을 취했다. 민주주의란 어떤 것인지, 우리나라는 어떤 면에서 민주화 되었고, 또 어떤 면에서 민주화되지 않았는지 등을 주로 물었다. 물으면서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나 사례 등도 자연스럽게 나왔을 것이다. 면접에 응한 사람은 기자, 시민단체 활동가, 정당인, 교수, 시의원, 대기업 생산직 사원, 주부, 교사, 공무원, 이주 노동자, 경찰간부, 교회개혁운동가, 시인, 농민, 대학원생, 영화제 프로그래머 등 다양하다. 그래서 자기 분야에서, 혹은 자기 주변 환경에서 느끼는 민주주의에 대한 생각들을 담고 있다. 다양하다고 해도 이 사람들이 자기 분야를 대표한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들의 체험이 민주주의에 대한 문제를 드러내는 구체적 일반성은 지닌다고 할 수 있다.

    민주주의란 무엇인가라는 포괄적인 질문을 던지면 추상적인 이야기들만 나올 뿐이다. 면접의 시작은 그런 질문부터 시작하지만 이야기를 풀어나가다 보면 민주적이지 못한 부분은 어떤 부분들이 있을지가 나오게 된다. 그런 부분들을 뽑아본다.

    1. 개인의 단위로 싸워나갈 수 없다.

    80년대 민주화 투쟁은 집단적 투쟁을 통해 거대담론 차원의 민주주의를 성취했다. 그러한 큰 민주주의는 가정과 직장 등 다양한 생활공간 속에 스며들어 있던 비민주적이고 비합리적인 것들을 드러내주었다. 일상생활에서의 사소한 문제들을 개인의 영역에서 이겨나가는 과정이 민주주의 수준을 결정할 수 있다. 일상의 민주화이다.

    2. 공공적 가치의 결핍

    개인이 사적인 이익을 추구하는 것을 비판할 수는 없다. 그런데 사익 추구의 양상이 공적 공간의 취지를 실종시킬 정도로 일반적이라면 문제이다. 공적인 조직은 사익과 사익이 충돌할 때 이를 조정하는 협정의 공간인데, 사익이 이를 실종시킨다면 공동체는 무너지게 된다. 일부아파트 부녀회를 예를 들어 이야기하고 있다.

    3. 소수자는 호명받는 자

    호명을 하는 주체인 다수는 다른 사람을 정의하는 권력을 갖는다. 그들은 자신을 기준으로 차이를 정의한다. 그것도 공유의 범위가 가장 좁은 차이를 중심으로. 어떤 새터민의 경우에는 남자, 비장애인, 이성애자, 탈북자라는 정체성을 가지는데, 그를 새터민이라고 부름으로써 남자, 비장애인, 이성애자라는 공유 부분은 접어두고, 오직 탈북자라는 차이를 부각시켜 그를 소수자로 만들고, 타자로 만든다. 이런 것이 민주적이지 못한 모습이다.

    4. 소수자가 요구하는 것은 보편적 권리

    이동권을 보장해달라는 것을 '장애인이 하는 얘기'가 아니라 '필요한 사람이 하는 얘기'로 받아들여야 한다. 소수자들은 특별한 권리나 우대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시민으로서 동등하게 누려야 할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이다. 이것을 이해하게 되면 권리의 향유를 가로막는 제한을 푸는 일은 공동체 전체의 몫이라는 인식이 가능하다.

    5. 이념의 진보성과 삶의 보수성

    머리는 진보적인데, 살아가는 삶은 보수적이라는 말이다. 나의 모습이다. 나도 이런 문제로 갈등한다. 특히 학교 현장에서 애들 가르칠 때, 닮기 싫었던 교사의 모습을 나 자신에게서 발견하기도 한다. 이런 이중성을 낳는 논리는 "남들 다 그런데 나만 원칙 지키다가 바보가 되거나 손해를 본다"는 경험에 근거한다. 이는 한국사회는 공적 영역의 신뢰도가 매우 낮다는 분서과 상통하는 것으로, 이런 이중성은 '외부의 통제 불가능한 구조적 상황'으로 말미암은 불가피한 결과이다. 원인이 나의 내부에 있는 것이 아니라 외부에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내부와 외부의 경계는 유동적이며, 내부와 외부는 서로 침투하고 작용하므로 사회의 변화는 나의 변화와 연속선상에 놓여 있다. 결국 사상과 일상을 일치시키려는 노력이 나 자신을 민주화하는 것이다.

    6. 지방이라는 식민지

    지방자치의 핵심은 내가 사는 동네, 지역을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드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 사회에서는 모두들 지금 사는 동네에서 떠날 생각만 한다. 지방 사람은 서울로, 서울 강북 사람은 강남으로, 강남 사람은 압구정동이나 대치동으로, 더 나아가선 한국을 떠나 미국으로,살 만하다는 동네를 찾아 떠다닌다. 그래서 사회 전체가 붕 떠 있다.

    이 밖에도 민주화와 양극화, 정당정치, 성역과 특수구역에 대한 얘기도 나왔었다.
    87년 민주화 투쟁을 기점으로 우리나라는 제도적인 민주주의는 많이 이루어냈다. 그러나 생활 속의 민주주의는 아직 이루어내지 못한 것들이 많다. 이 책은 그런 부분들을 얘기하는 것이다. 그리고, 민주주의는 고정적인 개념이 아니라 끝없이 나아가는 개념이다.

    나는 그런 생각을 해봤다. 사회적 약자나 소수자들이 마음 놓고 살 수 있는 사회라면 정말 좋은 사회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 민주주의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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