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대 법대에서 강의하는 박홍규 교수의 대한민국에 대한 비판적 생각을 담은 책이다. 박홍규 교수는 『
주제와 변주』에 있는 강연 내용을 읽고 알게 되었다. 주변 사람들과의 무의미한 교류를 하지 않고, 어떻게 보면 스스로 고립시켜 살아가는 독특한 생각을 가진 사람이다. 그리고 현대 도시 문명에 대해서 비판적인 생각을 갖고 있어서 휴대폰 없이, 자동차 없이 시골에서 자전거로 대학을 출퇴근하고, 농사도 짓고 산다고 한다. 그런 사람이 쓴 책이라서 뭔가 인상적인 내용을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기대는 실망으로 다가왔다. 먼저 문체가 너무 감정적이다. 대한민국의 현실에 대한 비판이라고 한다면 감정보다는 이성이 더 큰 비중을 차지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 비판의 깊이도 치밀한 논리와 냉철한 분석을 담고 있는 것이 아니라 술자리에서 한탄하는 듯한 느낌이 드는 정도였다.
전체를 6개의 단락으로 나누었는데, '물욕, 돈, 힘, 공공성 상실, 인조, 획일' 등으로 나누었지만 그들간의 구분이 뚜렷하지 않아 왜 이렇게 나누었는지 납득이 되지 않았다. 그리고, 경어를 사용하여 대화를 하는 듯한 느낌을 주어 친숙하게 하려고 했는데, 오히려 역효과를 주었다. 감정적인 문체에, 치밀하지 않은 글을 경어체로 읽으니 마치 내 앞에서 강요하는 느낌까지 들었다.
그래서 중간에 읽다가 포기하려고 했는데, 한 번 읽은 책은 웬만하면 놓지 않는다는 쓸데없는 생각 때문에 거의 끝까지는 읽었다. 뒷 부분은 건성건성 넘어갔다. 머리말에 작가가 말했다. 특별한 자료 없이 일본에서 생각만으로 집필한 책이라고... 그리고, 정치, 경제 등을 논한 경륜서가 아니라고.... 그저, 자기 주변에서 소소한 생활 주변 이야기라고 했다. 이런 얘기들을 접했을 때, 이런 식으로 펼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기본적으로 글쓴이가 언급한 내용들에 대해서는 공감하고, 찬성한다. 그러나 그것을 비판하는 방식과 책으로서의 구성에 있어서는 독자들에게 설득력 있게 다가가기에는 방향을 잘못 잡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편집자와 작가가 새로운 그릇에 자신들의 생각을 담은 것을 내가 잡아내지 못했을 수도 있지만, 결론은 내 스타일의 독서와는 맞지 않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