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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시르와 왈츠를 |
감독 |
아리 폴먼 (2008 / 독일, 프랑스, 이스라엘) |
출연 |
론 벤-이샤이, 로니 다약, 아리 폴먼, 드롤 하라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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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애니메이션 『바시르와 왈츠를』을 봤다. 애니메이션인데, 장르가 다큐멘터리이다. 다큐멘터리를 애니메이션으로 만든 것은 새로운 시도로 여겨졌다.
내용은 영화 감독이 친구의 꿈 얘기를 듣고 자신이 80년대에 레바논 전쟁에 참전했던 일과 관련이 있다는 것을 알아채고, 그 때의 기억을 되살리려고 하는데, 그 때의 기억이 남아있지 않다. 그래서 그 때 자신과 함께 참전했던 사람들을 찾아가서 인터뷰하여 기억을 되살려 그 때의 일을 재구성하는 이야기이다. 사라졌던 기억은 레바논의 양민 학살과 관련된 것이었다.
양민 학살의 기억을 쫓아가는 과정이 점차적으로 고조되어 관객들을 긴장하게 만드는데, 이창동 감독의 영화 『박하사탕』과도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영호가 상처 입고, 변한 과정을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것처럼, 이 영화에서도 주인공이 과연 어떤 경험을 했기에 기억에서 그 부분을 삭제했는지를 보여준다.
다큐멘터리를 애니메이션을 만들어서 더 효과적인 측면이 몇 가지 있다. 첫째는 인터뷰 내용에 대한 실사 자료가 없기 때문에, 참전 동료들이 자신이 겪은 일을 영상으로 만들려면 애니메이션밖에 방법이 없는 것이다. 둘째는 애니메이션을 통해서 감독이 자신의 색깔을 담을 수 있다는 것이다. 외곽선이 굵은 애니메이션 영상은 투박하지만 강한 인상을 남기는데, 실사로는 표현하기 힘든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애니메이션이지만 공항 장면이나 전투 장면들, 테러 장면들은 실사처럼 그려져서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그러다 마지막 주인공이 겪게 되는 양민 학살의 흔적을 나타내는 부분에서는 애니메이션이 아닌 실사 영상이 나와서 관객들에게 충격을 전해주면서 영화의 완성도를 높이고 있다.
정치적인 영화라서 굉장히 건조하고, 무거웠고, 다소 충격적이었다. 한 가지 우려되는 것은 작품이 워낙 참신해서 80년대 양민 학살의 실상이 오히려 묻힐 수도 있다는 점이다. 나 자신도 이 영화에 대한 감상을 적으면서 양민 학살에 대해서는 그런게 있었구나, 잔인하네... 라고 넘어가고, 애니메이션 다큐의 기법은 참신하고 새롭고, 인상적이라고 하고 있다. 감독의 진짜 의도를 파악하고 봐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