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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37] 우주섬 사비의 기묘한 탄도학: 제목이 많은 것을 담고 있네행간의 접속/문학 2023. 8. 9. 20:22
책이름: 우주섬 사비의 기묘한 탄도학
지은이: 배명훈
펴낸곳: 자이언트북스
펴낸때: 2022.05.
화성의 식민지 같은 스페이스 콜로니인 사비에서의 사건을 다루고 있다. 스페이스 콜로니 사비는 원통 모양이고, 사람들은 원통의 안쪽을 밟고 있고, 머리는 원통의 중심을 향하고 있다. 그래서 하늘은 없고, 위를 보면 원통의 반대편이 보인다. 지구와 같은 크기의 중력을 발생시키기 위해서 2분에 한 번씩 자전을 한다. 전체적인 규모는 시골의 중소도시 정도니까 예민한 사람은 살짝 멀미를 느끼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이초록은 친구인 김구름의 말을 듣고 사비예술대학교에서 공부를 하면 좋겠다는 말을 듣고, 사비에 오게 되었지만 사비에는 사비예술대학교는 없었다. 그래서 사비에서 점집을 차려서 크게 성공한 고모와 함께 지내면서 고모의 일을 돕게 되었다. 겉으로는 주소국장이라는 사비 공무원의 직함을 같고 있지만.....
사비는 초기에는 식민지로 건설했기 때문에 군인들이 가장 큰 제1세력이었다. 그러다 군인들로부터 불법적으로 흘러나온 군수물품들을 받아서 돈을 버는 유통업자들이 제2세력으로 등장하였다. 이들은 '조합'이라는 밀매 조직으로 발전하였다. 그 다음으로 땅을 사서 돈을 버는 지주 세력이 등장하였다. 주둔지의 모든 땅은 군인들이고, 민간인들은 세입자인데, 이 세입자들이 뻔뻔하게 눌러 앉아 깡패 동원하고 소유권을 주장하면서 땅 주인 행세를 한 것이다. 광장파라고도 한다. 이들이 제3세력이다. 그 다음으로 나타난 제4세력은 경찰파였다. 치안을 담당하는 경찰들이 세력을 이룬 것이다. 마지막으로 제5세력은 신흥세력인데, 오목눈이파라고도 한다. 원래는 우주 공항에서 일한던 사람들이 주축이었는데, 경제 제재로 우주 공항이 휴업을 하자 이들이 일거리가 없어서 모이다가 조직이 된 것이다. 마지막 제5세력인 오목눈이파의 보스가 나머지 세력들 사이에서 힘의 균형을 이루면서 사비의 태평성대를 이루고 있었다.
그리고 이 오목눈이파의 보스를 노리는 암살자가 있다는 점괘가 나오자 고모는 보스에게 이 사실을 알리고, 이초록은 암살자의 흔적들을 쫓는다. 문제는 사비라는 인공 식민지의 특성상 총을 쏘면 총이 목표지점으로 똑바로 가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즉, 사비는 2분(120초)에 한 바퀴씩(360도) 돌기 때문에 1초만 지나도 3도의 공간 이동이 생긴다. 총을 쏘게 되면 총은 똑바로 나가지만 공간이 1초에 3도씩 움직이기 때문에 공간을 고정시켜놓고 보면 총알이 휘어지는 것처럼 보인다. 그리고 사물을 수직으로 던졌다가 내려올 때도 방향이 바뀌기 때문에 날아가는 물체의 궤도를 계산하기가 쉽지 않다. 그런데 이 암살자의 흔적들은 그런 한계를 뛰어넘고 있다.
작가의 이런 설정이 이 작품의 핵심이자 재미인 것 같다. 단순히 미래, 우주의 상황을 관객에게 툭 던지듯이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지구적인 물리 규칙이 아닌, 우주적인 물리 규칙을 만들어서 적용시키는 면이 재미있다.
보스는 점괘를 듣고도 예정된 대중 연설을 실시하되 대신 자전시간을 5~6% 빠르게 한다. 그러면 총알의 궤도는 달라질 것이고, 이를 인간의 감으로는 극복할 수 없을테니까..... 결국 결전의 날 암살자는 세상이 삐그덕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자전속도가 변한 것을 알아채고 빵을 낙하시켜보면서 탄도의 변화를 다시 예측하여 암살을 시도한다. 그러나 아슬아슬하게 실패하고... 그를 뒤쫓던 이초록한테 잡힌다. 그런데 이초록은 그가 실존적인 사연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암살을 계속 시도하도록 독려한다. 암살은 실패하지만 그 과정에서 암살자 한먼지는 자신을 묶어두었던 암살자의 운명을 벗어나게 된다.
암살자 한먼지의 이야기도 있는데, 엄마인 한정림도 암살자였고, 엄마가 죽자 자연스럽게 대를 이어서 물려받게 된 것이다. 자신의 선택이 아닌 엄마의 선택으로 이 일을 하게 된 것에 대해 늘 갈등하지만 벗어나지 못하다가 보스의 암살을 시도하고, 이초록의 도움으로 이 업에서 벗어나게 된다. 이 인물의 이야기는 약간 이해되지는 않는 부분이기는 하다.
스페이스 콜로니의 정치적인 상황과 사회적인 상황을 정교하게 그렸는데, 일반 시민들의 일반적인 삶의 모습은 없다는 점이 약간의 허전함을 느끼게 했다. 제목만 보면 이게 도대체 무슨 이야기인가 싶지만 읽어보면 제목이 많은 것을 포함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해준다.
아, 그리고 한 가지 읽으면서 물리 법칙이라는 것이 지구를 벗어나 우주로 가면 어떻게 될지 궁금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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