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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 11] 선배 수업: 수평적인 관계 속에서의 나이듦
    행간의 접속/인문 2017. 7. 14. 11:41

    책이름: 선배 수업

    곁이름: 먼저 산 자, '선배시민'의 단단한 인생 2막을 위하여

    지은이: 김찬호, 전호근, 황현산, 박경미, 김융희, 심보선

    펴낸곳: 서해문집

    펴낸때: 2017.01


    안양문화예술재단에서 세대문화 대중 강연의 결과물을 책으로 만든 것이다. 강연을 책으로 만든 것이라서 쉽게 읽혔고, 내용도 그렇게 어렵지 않았다.


    사회학자 김찬호는 봉사를 통해서 새로운 노년의 모습을 그리고, 고전인문학자 전호근은 글쓰기를 권장한다. 문학비평가 황현산은 겸손함을 강조하고, 신학자 박경미는 이반 일리치를 거론하며 노년의 저항, 불복종을 제안한다. 미학자 김융희는 쓸모없음의 유용성을 말하고, 시인이자 사회학자인 심보선은 공론장에서의 세대간 만남을 말한다.


    이 중 인상적인 것이 몇 가지 있는데 발췌해 본다.


    전호근은 가족과의 책읽기 방법에 대해 묻는 관객 질문에 소리를 내서 읽기를 권한다. 연설문을 읽을 때에도 소리를 지르면서 읽고, 시를 읽을 때에도 감정을 넣어서 읽는다고 한다. 나도 애들한테 책을 읽어주는데, 그런 방법을 쓰지는 않았다. 마지못해서 건조하게 읽어줬는데, 이렇게 소리 내어서 읽으면 애들도 더 인상적으로 책을 느낄 것 같다.


    황현산은 노인의 경험을 외면하는 현실에서 노인의 자리를 어떻게 지킬 수 있는지 묻는 질문에 그런 경험을 털어버릴 수 있는 지혜, 비워버릴 수 있는 지혜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처음부터 다시 할 수 있다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정말 맞는 말인 것 같은데, 가진 것이 없어서 자존심밖에 남지 않은 노인들이 자신의 경험을 버릴 용기나 지혜가 있을지 약간 먼 얘기인 것 같다.


    박경미는 시스템의 노예가 되는 현실을 얘기한다. 처음에는 과학 기술이나 제도들이 인간들의 편의를 위해 생겨났지만 그게 시스템이 되면 거기에 맞춰 살게 되는 노예가 된다는 것이다. 자동차가 그 예이다. 우리를 편하고 빠르게 이동시켜주지만 교통사고도 나고, 공해나 도로유지비 등이 들어서 거기서 빠져나오려고 해도 이제는 그럴 수가 없게 된다.


    또 49세의 변화를 얘기하는데, 49세가 되면 인생의 전반부가 마감되고 후반부가 시작되는데, 이 때에는 전반부에 억눌렸던 우리의 본능과 감정, 직관 등이 다시 올라온다고 한다. 돌보지 않았던 또다른 나가 깨어난다고 말한다. 이런 것들이 올라오는 모습이 괴물처럼 나와서 주변 사람들이 놀라거나 거부감이 생기기도 하지만 이런 껍질을 깨고 진짜 나를 부활시켜야 한다고 한다. 사람의 성정이 나이를 들어가도 이렇게 불안정하게 만들어졌다면 나이가 들면 나이값을 해야 한다고 하는데, 어른이 되면 어른다워야 한다고 하는 생각들은 도대체 어떤 근거로 만들어진 것인지 모르겠다. 


    나도 얼마 안 있으면 그 나이에 도달하게 되는데, 나는 과연 어떻게 변할지 궁금하네....


    한가지 더 우울은 창조성이 고함을 지르는 것이라고 한다. 따라서 우울은 나쁜 것이 아니라 창조의 욕망을 드러내는 신호인 것이다. 우울하면 뭔가를 새롭게 하려고 하는 기운이 있는 것이므로 무엇인가를 만들면 된다. 만든다는 것이 거창한 것이 아니라 뭔가를 하는 것 자체가 창조력이다. 집안을 배치하는 것, 요리를 하는 것, 강의를 준비하는 것 등.... 창조력의 하나로 춤추기를 권한다. 우리몸은 원래 춤추도록 만들어졌고, 그냥 안에서 올라오는 대로 추는 것이 좋다고 한다. 그렇게 보면 막춤이 최고의 춤이다. 춤은 우주와 자연에 반응하는 것이라는 얘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노년에 눈이 안 보이게 되는 것은 다른 감각을 쓰게 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우리는 시각에 너무 많은 의존을 하고 있는데, 시각이 쇠퇴하면서 후각과 촉각, 그리고 직관 같은 것으로 세상을 소통하면서 살라고 하는 것이다. 그러면 세상의 숨은 의미들이 보일 것이라고 한다. 나도 요새 눈이 침침해서 책을 많이 못 보는 것이 아쉬운데, 새로운 감각을 깨워서 삶을 풍성하게 하는 방법을 찾아야겠다. 음악회라도 많이 다녀볼까?


    여섯 명 모두 세대간의 수평적인 관계를 바탕으로 서로 소통하는 것을 말하고 있다. 이전에는 나이듦에 대해서 부정적이었다. 죽음을 앞두고 있는 절망감, 활력 없음, 문화 없음, 이해력 없음 등이 그러 이유이겠는데, 언제부터인가 나이듦의 모습이 달라졌다. 문화를 향유하고, 사회를 변혁하던 386세대들이 나이를 들어가면서 나름의 문화를 이끌어가는 느낌이다. 그러면서 그 이전 세대들의 꼰대문화를 바꾸고 있지 않나 싶다. 그런 사람들의 이야기가 들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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