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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 51] 철들지 않는다는 것: 과격함의 선입견을 무너뜨리고
    행간의 접속/에세이/인물 2016. 8. 21. 12:51

    책이름: 철들지 않는다는 것

    곁이름: 하종강의 중년일기

    지은이: 하종강

    펴낸곳: 철수와영희

    펴낸때: 2007.06


    하종강은 한울노동문제연구소 소장이다. 노동문제연구소에서는 노동자들을 상담하고, 교육하고, 지원하는 일을 하고 있다. 그가 주로 하는 일은 노동조합원들의 교육, 전국의 노조에서 조합원 교육, 파업 지원 등을 요청하면 언제나 달려간다. 항상 노동자들과 함께 하고, 그 자신도 그렇게 노동을 한다.


    그렇게 사는 사람이 쓴 글이라고 하니 일단 굉장히 거칠고, 과격하고, 선동적이고, 약간은 불편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겠지만, 부제를 보면 '중년일기'라고 했으니 그런 색깔들은 많이 걷어내고, 감성적이고, 말랑하면서, 무겁지 않은 얘기들이 나온다. 그리고 지극히 개인적인 얘기들도....


    그의 얘기, 혹은 그가 전한 얘기들 중에서 세 가지 정도가 인상적인데 뽑아보았다.


    아들이 보는 잔혹한 만화를 보고 그는 처음에 청소년들에게 이렇게 잔인한 만화를 보여줘도 되나 싶었단다. 내용은 산타클로스를 잔인하게 죽이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아들은 작가의 변을 보여주면서 오히려 그에게 충격을 준다. 그가 인용한 작가의 변을 다시 인용한다.


    탐욕스런 자본가에 이해 만들어진

    산타라는 족속 때문에,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선물을 받을 수 없는 계급에 속한

    얼마나 많은 아이가,

    선물을 받을 수 있는 계급에 속하는

    아이들을 부러워하며 슬퍼할 것인가.


    학한 아이들에게만 선물을 준다는 설정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

    모든 아이들은 착하다.

    착하지 않은 아이란 애초부터 없다.

    누구를 위한 '착한 아이'인가.

    선물 따위 알량한 미끼로

    순순한 아이들의 자유와 개성을 억압하고 노예화하는 산타는

    용서할 수 없는 존재인 것인다.


    착한아이여, 총을 들어라.

    그리고 너의 방 창문을 두드리는 산타를 향해 쏴라.


    산타를 이렇게 볼 수 있다는 것. 신선했다. 표현이 과격해서 그렇지 틀린 얘기가 하나도 없다. 그러나 어쩌랴. 이미 우리 아이들도 착한아이가 되어서 울지 않고, 산타의 선물을 기다리고 있으니....


    노동조합 교육 프로그램에서 분임조 조장이 조원들과 논의하여 내놓은 구호를 설명하는 얘기도 재미있다. 노조의 구호는 대부분 거칠 수밖에 없다. 그래야 선명하니까.... 그런데, 공수부대 출신의 우락부락한 노동자가 분임조장으로 내놓은 구호는 "비 온 날은 우산처럼, 맑은 날은 양산처럼"이란다. 사람들은 그걸 보고서 너무 아롱다롱해서 웃었지만 그의 설명을 들으니 정말 훌륭한 구호임을 알 수 있었다. 설명은 다음과 같다.


    글자 그대로입니다. 오늘처럼 억수로 비가 퍼붓는 날은 우산이 되어 비를 막아 주고, 해가 쨍쨍 내리 쬐는 날에는 양산이 되어 뜨거운 햇볕을 막아 주는, 조합원들을 위해 끝까지 희생하는 노조 간부가 되겠다는 뜻입니다.


    조국과 청춘의 '우산'이라는 노래와 비슷한 모티프를 갖고 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사람을 보는 관점에 대해서 화두를 던진다.


    돈이 많은 사람들은 세상의 인간을 두 종류로 구분합니다. '돈이 많은 인간'과 '돈이 없는 인간'으로. 많이 배운 사람들 역시 인간을 두 종류로 구분합니다. '유식한 인간'과 '무식한 인간'으로. 우리도 인간을 구분하는 기준을 갖고 있습니다. 다른 사람의 불행에 관심을 갖고 있는 인간과 그렇지 않은 인간으로. 가족이 아닌 다른 사람의 행복을 위해 자신을 온전히 던져 본 적이 있는 인간과 그런 경험이 전혀 없는 인간으로.


    나는 사람을 어떤 기준으로 나누는가. 생각해 볼 문제다.


    하종강의 글을 접하면서 그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항상 진보의 기준으로 행동과 마음을 갖고 가려고 하는 것을 불편해 하는 경향이 있다. 그냥 아름답고, 훈훈하고, 부드러운 이야기인데, 꼭 못 사는 사람들, 없는 사람들 얘기를 끌어들여와 미담에다가 고춧가루 뿌리는 것 같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있다. 그렇게 느끼는 것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닌데, 모든 사람들이 그런 것도 아니고, 우리 사회에서 우리가 생각하지 못하는 부분들을 짚어주는 하종강 같은 생각을 가지고 표현하는 사람들이 있어야 우리 사회가 더 건강해지지 않을까 생각하면서 그의 편을 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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