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에서 빌린 알랭 드 보통의 책들을 너무 오래 붙들고 있어서 4월 19일까지 도서 대출을 정지당했다. 그래서 이 기회에 집에 있는 책들 중에서 읽지 않은 책들을 읽어보기로 마음 먹고 동생이 가진 책들 중에서 읽을 만한 것을 추천받아 읽은 책이 바로 이 책이다.
도서관을 매일같이 드나들면서 책 읽는 것을 즐기는 여주인공이 책에 그어진 밑줄의 내용에 빠져서 그 밑줄을 친 주인공을 찾는 이야기이다. 어떤 남자가 마치 주인공에게 대화를 하고, 사랑의 고백을 하는 것처럼 느끼게 하는 구절에 밑줄을 그었기 때문에 책을 매개로 하여 두 사람이 마치 사랑을 나누는 것처럼 느낄 수 있다. 결론은? 그 남자는 찾지 못하지만 그 남자를 찾기 위해 작업하는 도중에 함께 작업하는 남자와 사랑을 이루기는 한다.
이 소설은 책이 우리에게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잘 보여준다. 책을 읽으면서 우리는 작가의 생각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우리 나름대로 가공하여 수용하는 현상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그리고, 작가와 대화할 뿐만 아니라 독자와 독자들도 서로 소통할 수 있는 가능성도 있다.
나도 도서관에서 빌린 책을 읽다가 내가 마음에 들어서 접고 싶은 부분에먼저 읽었던누군가가 그 부분을 접었던 흔적을 발견하면 느낌이 묘한 경우가 있었고, 헌책방에서 사온 책에 전 주인의 사적인 메모가 있을 경우에도 특별한 느낌이 드는 경우도 있었다. 책에 남겨진 다른 독자들의 흔적이 어떤 감정의 공유를 일으키고, 그 감정에서 만남도 이루어질 수있다는 상상은 신선한 느낌인 것 같다. 실제로 만남이 이루어지는 경우는 거의 없지만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