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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서울역사박물관 상설전시: 나의 이야기를 만나다느낌의 복원/뮤지컬/연극/공연/전시 2013. 1. 10. 23:01
서울역사박물관 상설전시관을 관람했다. 개관하고 얼마 안 되서 왔었는데, 그 때와는 또 다른 테마를 갖고 상설 전시를 하고 있었다. 상설 전시도 일정한 주기를 두고 바뀐다는 것을 알았다. 하긴 만날 똑같은 것만 하면 어떻게 하겠는가?
전시는 전제적으로 4개의 구역으로 나뉘어져 있었다. 1구역은 조선시대의 서울, 2구역은 개항과 대한제국기의 서울, 3구역은 일제강점기의 서울, 4구역은 해방 후 고도성장기의 서울이다.
내가 각 구역에서 관심을 가진 것은 지도였다. 지도를 통해서 당시 서울은 어떤 모습이었고, 어떻게 변해갔는지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도를 통해서 전체적인 변화의 흐름을 파악한 후에 유물이나 다른 자료를 통해 세부적인 변화를 보게 되면 박물관을 관람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조선시대의 지도들은 실측되지는 않았으나 서울의 특징들을 고스란히 담았고, 당시 사람들의 생각을 잘 담은 것 같았다. 도성과 4대문, 4소문, 궁궐과 종묘, 사직, 육조거리와 종루, 청계천, 성밖 등을 여러 지도에서 보면서 그 때 이 곳은 지금 이렇게 변했는데 하면서 그 시대를 상상하면 그냥 재미있다.
지도 다음으로 재미있는 것은 여러 모형이다. 모형으로 육조거리와 종루를 재현한 것을 보면 당시의 모습을 상상하는 데 도움이 된다. 피상적으로 다가오지 않고 아주 구체적으로 다가와서 좋다. 거리의 모습과 사람들을 하나하나 굉장히 세세하게 표현한 것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기수가 사람들 모아놓고 이야기하는 게 인상적이었다.
일제시대의 지도들을 보면 실측하여 제작한 것들이 많다. 지금의 서울 길들이 이때 만들어졌기 때문에 지금과 비교하기가 훨씬 편하다. 지금은 번화한 강남이 그 때는 허허벌판이었다는 것을 지도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내가 살던 마을들의 이름이 여전히 그곳에 자리 잡고 있는 것을 보면 신기했다.
개항과 일제 강점기에서는 사진 자료들이 인상적이었다. 모형도 당시를 구체적으로 보여주지만 사진은 더 구체적으로 실상을 보여주었다. 특히 서울 파노라마 사진이 인상적이었다. 1900년대와 1930년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파노라마 사진을 통해서 서울이 어떻게 변화해갔는지 한 눈에 볼 수 있었다. 광화문, 서울시청, 종루, 한국은행, 창덕궁, 동대문 등 여러 건축물들이 당시에 어떤 모습으로 있었는지가 보인다.
고도성장기에에서도 사진 자료들이 인상적이었다. 특히 강남 개발 부분은 내가 자란 곳이라서 그런지 더 인상적이었다. 내가 살던 곳이 저런 과정을 거쳐서 변화되었다는 것을 보니까 새삼스러웠다. 그리고 전체 전시 중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도시모형 영상관이었다. 현재의 서울을 1500:1로 축소하여 모형으로 제작한 것이었다. 서울 거의 전체가 내 발 밑에 깔리는 경험을 할 수 있었다. 내가 자란 곳, 내가 다닌 곳, 내가 살고 있는 곳, 내가 아는 곳, 나와 관련을 맺은 서울의 모든 곳을 찾을 수 있는 아주 재미있는 전시였다. 이것을 만들기 위해 애쓴 사람들의 노고에 감사드리고 싶을 정도였다.
오랜만에 박물관을 관람하면서 느낀 것이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옛날 식으로 유물만 전시한 것이 아니라 당시의 모습을 관람객이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느낄 수 있게 박물관이 참 많은 노력을 하고 있고,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영상물도 보여주고, 모형도 제작하고, 홀로그램도 준비하고, 바닥에도 대형지도를 그려놓아 내가 그곳에 서 있는 느낌이 들었다. 또 하나는 나의 삶이 들어갈 여지가 있으면 그 전시는 재미있다는 것이었다. 나의 삶과 동떨어진 내용은 흥미가 없다. 그러나 나의 삶과 연관시키면 재미가 있다. 전시 속에서 나를 볼 수 있으니까... 서울역사박물관의 상설전시가 나에게 그러했다. 내가 살던 곳의 이야기, 내가 다니던 곳의 이야기가 내 속에서 일어나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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