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순 감독의 안티 가족 다큐멘타리 『쇼킹 패밀리』를 보았다.
20대, 30대, 40대의 여성들이 자신의 가족 이야기를 풀어냄으로써 대한민국에서 가족이 개인의 자유를 억압하는 모습에 문제를 제기한다. 우리는 가족은 우리에게 편안함과 소속감과 살아갈 수 있는 에너지를 제공하는 공간으로 보고 있지만 사실은 우리는 가족 속에서 자신의 의지와는 상반되게 눈치를 보면서 자신의 뜻을 펼치지 못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결혼의 문제, 진로 문제에 있어서도 개인의 뜻은 형성되지도 못한 상태에서 부모나 주위의 기대가 개인에게는 짐이 된다. 특히 이혼이라도 하게 되면 주변에서 정상인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어딘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학생 때에는 "대학은 이런 곳에 가야해", 대학 졸업 후에는 "어떤 진로를 선택해야 해", 결혼할 때에는 "배우자는 어때야 해" 등 가족이기 때문에 주는 영향들 속에서 개인의 자유는 침해당하고 있다. 그리고, 그 길을 선택하지 않았을 때에는 사회에서 어울리지 못할 것이라면서 협박 아닌 협박도 받기도 한다. 자신의 기대치에 개인을 끼워맞추는 모습들... 우리에게 그런 말을 해 주는 부모님이나 다른 친인척들, 주변 사람들은 자신들이 협박한다고 생각하지 않고, 끼워맞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들도 사회 구조 속에서 그렇게 학습 받았고, 그렇게 살아왔다. 즉 사회 구조가 그들을, 우리를 그렇게 만들어왔다.
감독과의 대화에서 감독은 제목에 대해서 언급했다. 『쇼킹 패밀리』는 우리들이 생각하는 가족들의 모습과는 다른 아주 '쇼킹한 가족들'의 모습을 보여주려는 의미가 아니라 개인을 억압하는 '가족제도가 쇼킹하다'는 의미라고 말한다. 그리고, 자신들이 그런 상황에 있으면서도 가족의 이데올로기에 파묻혀 가족이 소중하다고 생각하는 모습도 쇼킹하다는 말이기도 한 것 같다.
영화를 보면서 참 후련한 느낌이 들었고, 김지룡의 『
개인독립만세』가 생각이 났다. "구성원의 행복을 방해하는 조직은 존재할 가치가 없다"는 말이 특히 생각이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