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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1] 건축학 개론: 과거, 그러나 현재 진행중인 과거느낌의 복원/영화 2013. 3. 23. 21:30
첫사랑의 설렘과 아스라함, 그리고 아쉬움을 안고 있는 영화이다. 첫사랑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지만 이루어지지 않는 과정이 서로 마음에 있는데도 불구하고 운명적인 엇갈림이라면 안타깝고, 아쉬울 수밖에 없다. 이 영화는 첫사랑의 만남과 발전, 그리고 엇갈림을 보여준다.
1. 과거, 그러나 현재 진행중인 과거
대학 시절 첫사랑의 감정을 가졌던 남녀가 다시 만나 그 시절의 감정을 묻어두고 쿨하게 일상적인 얘기를 하는 현재부터 시작된다. 그러면서 과거를 회상하게 되고, 서로 사랑하는 마음이 있었지만 어쩔 수 없이 엇갈려서 이루어지지 않았던 사시을 알게 되자 과거의 사랑했던 감정들이 서서히 일어나 현재의 감정을 흔들어놓는다. 그러나 어쩔 수 없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현재의 상황을 모두 무시하고 과거처럼 순수하게 돌아갈 수는 없는 일.... 사랑이라는 감정 하나만으로 자신을 내던지기에는 현실의 무게는 녹녹치 않다. 남자에는 결혼을 약속한 여자가 있고, 여자에게는 간병해야 하는 아버지가 있다.
그러면서 당시에는 몰랐던 서로의 마음들이 현재의 상황 속에서 비죽비죽 삐져 나오는데, 여자가 남자의 건축물 모형을 간직한 것이라든지, 남자가 여자가 준 CD와 플레이어를 간직하고 있는 것 등은 그 예이다. 이런 장면들 속에서 소품이 주는 효과는 극대화된다.
2. 90년대 대학생들의 코드
90년대에 대학을 다닌 나에게 딱 맞는 영화였다. 삐삐, 전람회 CD, 개인용 PC의 보급, 자동카메라, 개포동과 정릉을 오가는 710번 버스... 등의 등장은 영화를 맛깔나게 만들어 색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너무 많지도 않고, 너무 적지도 않게 적당히 등장하는 이런 90년대 코드들은 자연스럽게 영화 속 인물을 나와 동일시하게 만들어서 영화에 더 잘 빠져들게 만든다.
3. 새침한 여자와 어눌한 남자
예쁘고 새침한 여자는 남자를 리드하지 않는 듯 하면서 리드하고, 어눌한 남자는 리드도 하지 못하면서 매여있다. 그래서 이 사랑이 순수해보인다. 순수한 사랑에서 남자들은 항상 어눌한 모습인데, 어눌하지 않으면 순수함을 표현할 수 없는지 의아하다. 아무튼 그런 두 사람의 성격이 맞지 않는 듯 하면서도 조금씩 남자를 받아들이는 여자의 모습에서 사랑의 퍼즐은 서로 맞춰간다. 마지막 퍼즐에서 남자의 결정력이 미치지 못해서 끝내 맞춰지지 못했지만.... 아무튼 이들의 사랑이 순수해 보이는 것은 이들의 캐릭터 때문이라는 말이다. 캐릭터 설정 정말 잘 했다.
로맨스다운 로맨스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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