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가 22살 때 영국, 아일랜드, 스페인, 포르투갈, 이탈리아, 체코, 프랑스, 스위스, 독일, 폴란드, 리투아니아, 라트비아, 러시아를 자전거와 시베리아 횡단철도를 이용해서 340일동안 다닌 여행기이다. 더 놀라운 것은 28만원만 들고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럼 어떻게 여행비용을 조달했을까? 그는 버클리음대생이었다. 기타를 들고 다녔고, 거리에서 공연을 해서 여행비용을 조달했다. 정말 대단하지 않은가?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스페인을 여행할 때 개가 작가를 따라오는 장면이다. 그래서 개와 함께 몇일을 여행한다. 자기가 기르는 애완동물이 아닌 타지의 동물과 교감하는 모습은 멋지게 보인다. 작가 자신도 그 때가 인상적이었는지 책 표지를 그 개와 함께 찍은 사진으로 꾸몄다. 보통 자전거 여행 책 표지에는 자전거가 들어가는데 말이다. 그리고 폴란드에서 어느 마을의 축제에 등장하는 장면과 그 마을의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즉석 강연을 하는 장면들도 인상적이었다.
러시아에 간 부분을 읽을 때에는 긴장되었다. 악명 높은 러시아 경찰이 검문하면서 디지털 카메라를 몰래 훔쳐가거나 역에서 사진 찍었다고 붙잡아놓는다거나 하는 억지스러운 모습은 러시아를 가고 싶지 않은 나라로 만들었다. 그런 일을 당하고도 작가는 그를 도와주는 착한 사람들이 있어서 또 가고 싶다고 말한다.
전에 읽었던 『
나쁜 여행』과는 비슷하면서도 약간 다른 측면을 가진다. 비슷한 점은 외국 경험을 했던 20대 초반의 젊은이가 자전거 여행을 했다는 것이다. 여행 중에 사람들과 어울리고, 노숙도 하고, 고생도 하고, 곤란한 상황에도 처하기도 하는 모습은 비슷하다. 다른 점은 『나쁜 여행』은 본능에 충실한 여행을 한다. 술도 마시고, 여자 친구도 사귀고, 갑자기 일정을 바꿔서 다른 곳도 갔다 오는 등 자유로운 여행을 한다. 배우려고 노력하기 보다는 즐기는 가운데서 배우는 것이 있다면 배우는 자세이다. 반면에 이 친구는여행을 통한 자기 발견에 충실한 여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여행을 즐기기도 하지만 끊임없이 자기 자신에 대해서 신앙에 대해서 고민하면서 수양을 하는 느낌이 들었다.
몇 가지 흠이라면 종교적인 생각이 너무 많이 나온다는 것과 340일의 기록을 한 권으로 묶으려니 생략된 부분들이 있을 수밖에 없는데, 그 부분들의 연결이 부자연스럽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도 이 책을 읽고 나니 유럽 여행에 대한 밑그림은 어느 정도 그릴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