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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 12] 이창수의 나쁜여행: 나중에 철들래
    행간의 접속/여행 2007. 10. 18. 15:36
    나쁜여행(스무살 유럽 자전거 여행 이야기)
    카테고리 여행/기행
    지은이 이창수 (이젠미디어, 2005년)
    상세보기

    이창수의 『나쁜 여행』을 읽었다.

    0. 이 책은 말이지.

    작가가 20살이던 2002년 4월 14일부터 6월 12일까지 두 달 동안 자전거로 유럽을 여행한 기록이다. 두 달 동안 작가가 다닌 곳은 스페인, 프랑승, 스위스, 독일, 네덜란드, 이탈리아 6개국이고, 기차도 많이 이용했다. 대책없는 20살의 열정과 젊음이 가득 묻어있는 여행기이다. 유스호스텔에서 소시지 굽다가 소방차가 출동한 일, 록 페스티벌 취재하겠다고 고장 일보 직전의 카메라로 페스티벌을 촬영한 일, 매 여행지마다 술로 언어소통 능력을 향상시킨 일, 돈키호테의 열정을 흠모하는 젊은이답게 여행은 격정적이었다. 그리고 그 돈키호테의 아버지는 아들의 여행을 '나쁜 여행'이라 정의했다.

    하루도 빼지 않고 매일 쓴 것은 아니지만 (실제로는 매일 쓴 것 같은데 책으로 묶으면서 일부 생략된 것처럼 보인다) 여행의 다양한 모습을 짜임새 있게 담아 놓았다. 곁다리로 볼 수 있는 배낭여행과 자전거 여행 비교, 자전거 여행 중간 평가, 혼자가 좋은 이유 등의 각주 아닌 각주는 독특한 재미를 선사한다.

    책을 읽으면서 기억에 남는 몇 가지를 옮겨 적어보았다.

    1. 언제 철들래? 나중에요.

    프롤로그에 보면 아버지가 여행에 대해 불안해 하시면서 만류하는 내용이 나오고 맨 끝에 추신을 달았다
    "ps. 언제 철들래?" 여기에 대해 작가는 당돌하게 대답한다.
    "철.드.는.건.나.중.에.천.천.히.해.볼.생.각.입.니.다."
    철 드는 것은 나중에 천천히 해보겠다는 당돌함이 마음에 든다. 나도 동의하고, 나도 나중에 천천히 철들고 싶다.

    2. 돈키호테처럼 살래

    돈키호테가 사랑하는 여인 둘시네아 살던 집을 방문하면서 돈키호테에 대한 작가의 생각을 펼쳐놓았다.
    "돈키호테,그는 미친 것도 아니었고, 과대망상증 환자도 아니었다. 오히려 그는 현실주의자에 가깝다. 그는 자신이 보고 느끼는 대로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어 갔다. 그리고 그는 그의 세계 속에서 솔직하고 용감하게 대응해 나갔다. 그는 자신을 둘러싼 환경을 자신의 눈으로 바라봤을 뿐이었던 것이다.
    21세기의 돈키호테가 되는 것이 나의 꿈이다. 논리와 추론으로 모든 것을 설명하려 하는 현대에서 벗어나, 비현실적이고 희극적이며 위트 넘치는 돈키호테로 살아가는 것이 정말 멋있는 삶이 아닐까?"

    3. 늙는다는 것에 대해서

    스위스에서 어떤 할아버지를 만나서 늙는다는 것에 대해서 생각해 보았단다.
    "멋지게 늙는 것이 중요하다. 우선 정력적으로 살고 싶다. 또한 겸양을 지킬 줄 알아야 할 것이다. 아마 늙어서도 여행을 계속하게 될 것 같다. 그리고 언젠가는, 정말 언젠가는 종교적인 삶을 살고 싶다."

    일의 마무리가 좋아야 모든 것이 좋다는 말을 생각해보면 우리는 어떻게 늙고 어떻게 죽어야 할지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20세에 늙는다는 것에 대한 그림을 그려 놓으면 늙었을 때에 좀더 멋있어질 것 같다. 나도 멋있게 늙고 싶다. 그러나 젊은이들에게 아부하고 싶지는 않다.

    4. 성실하게 여행해야 하는 이유: 추억의 확산

    성실하게 여행해야 하는 이유를 얘기한다. 앞을 못보는 할아버지가 젊었을 때 유럽을 다녔었는데, 작가가 연재하는여행기를 들으면서 추억에 잠기면서 마음이 밝아지신다고 한다. 나의 추억이 또다른 누군가의 추억을 일으킬 수도 있는 사실을 알았다.

    5. 행복의 조건?

    행복의 조건에 대해서도 얘기한다.
    "꼭 기억하라. 행복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거의 없다."
    "행복은 특별한 행위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지금처럼 조용한 자리에 앉아 존재의 무한한 감정을 느낄 때 찾아오는 것이다. 순간을 초월한 이상과 나의 존재가 만들어낸 리듬 속에서 이 세상을 찬미할 수 있는 것, 그것이 바로 행복 아닐까?"

    결국 행복이란 쌓아가거나 채우는 것이 아니라 비우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행복하고 싶어 하되 행복해야 한다고 집착하지 말자. 행복해야 한다는 생각부터 버려야 행복이 찾아올 것 같다.

    6. 나쁜 여행? 나쁜 여행!

    에필로그를 보면 아버지가 지어준 나쁜 여행에 대해서 작가의 생각을 적어놓았다.
    "우리가 "나쁘다"고 말하는 것 중 해를 끼치지 않으면서 자신을 즐겁게 할 수 있는 것은 무척 많다. 우리가 그 '나쁜 것'들을 "나쁘다"는 말로 덮어두기에 그것들은 늘 숨겨져 있게 된다. 그것들을 발견할 수 있는 것은 오직 젊음 뿐이다."
    젊음, 역시 좋다. 그러나 나는 젊음보다는 열정이라고 말하고 싶다. 나이 먹어도 열정이 있으면 가능하다고 본다.

    7. 내가 여행하려면

    세계 각국의 역사와 문화, 언어에 대해 사전 지식이 별로 없는 내가 지금 당장 해외로 자전거 여행을 한다면 내가 얻을 수 있는 것은 정말 한정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다른 나라의 역사와 문화, 언어에 대한 이해를 좀더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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