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테라피? 그냥 여행에 관한 에세이라고 해두자. 여행에 관한 인터뷰들이 많은 에세이이다. 이전에도 이런 책을 읽어보았다. 『
On the Road』라는 책인데, 태국의 배낭 여행의 메카인 카오산 로드에서 여행하는 배낭족들을 인터뷰한 책이다. 그 책이 한 사람에 대한 인터뷰를 하나의 장(Chapter)로 잡아서 인물별 인터뷰를 한 데 반해, 이 책은 내용별로,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내용을 담은 인터뷰로 장을 구성한 내용별 인터뷰를 한 것이 좀 다르다.
이 책을 선택하게 된 이유 중의 하나는 여행에 관한 책을 읽던 중 어디어디를 간 여행기를 읽었으니 여행 자체에 대한 생각들을 엿볼 수 있는 책을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간단히 목차를 보면 여행에 대한 여러 가지 생각들을 잘 정리한 것을 볼 수 있다.
자신감, 모험, 관습 깨기, 느림, 자연, 관능, 용기, 풍성한 삶, 영혼의 불 등 여행의 낭만에 푹 빠질 수 있는 주제로 여행을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여행을 하고 싶은 마음을 불러일으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 중 몇 가지 인상적인 내용들을 뽑아 보았다.
"모험을 두려워하지 말라"에 있는 말인데, "그동안 익숙함이라는 안락함을 선택함으로써 나는 또 어떤 것들을 놓쳤던 걸까? 오직 특정한 하나의 렌즈를 통해서만 세상을 봄으로써 나는 또 어떤 기회들을 놓쳤던 걸까?"라는 말이다. 모험을 하다 보면 무엇인가를 잃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렇게 해서 잃은 것은 모험을 하지 않아서 얻지 못하는 것보다는 크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모험을 해서 잃은 것은 내가 너무 많이 가지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이 말을 읽으면 모험을 하고 싶은데, 솔직히 용기가 없다.
그래서 용기에 대한 얘기도 뽑아 보았다.
"용기는 두려움이 없다는 게 아닙니다. 용기란 두려움을 느끼는 가운데 올바른 판단을 내리는 것입니다."
줄리아니 뉴욕시장이 9`11사건 후에 이야기한 것이란다. 두려움이 없을 수 없다. 두렵지만 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음에 여행할 때 용기를 내서 사고 한 번 쳐야겠다. 그렇게 여행을 하면 여행의 의미에대한 생각을 하게 된다. 여행의 의미에 대한 얘기도 뽑아 보았다.
"그 여행 말입니다. 그런 의문이 듭니다. 그런 경험이 결국 소용이 있을까? '그냥 세상이 어떤지 보고 싶었을 뿐이야'라고 말하면 좀 이기적인 생각이겠죠. 하지만 그 경험은 제게 값진 교훈을 주었습니다. 사실 인터뷰를 하는 중간에 문득 그것, 제가 멀리 떠나야 했던 그 여행의 의미가 떠올랐습니다. 만일 내가 그 여행을 하지 않았더라면 오늘의 내가 되지 않았으리라는 겁니다. 그리고 그 경험은 궁극적으로 저를 더 나은 부모로 만들 거라고 생각합니다. 또 한 가지는, 바라건대 우리 아이들도 그로 인해 더 나은 사람들이 될 거라는 겁니다."
여행은 단순히 세상을 보는 것이 아니라 내가 조금 더 나아지는 것이라는 생각, 단순한 생각이지만 쉽게 생각하지 못한 것 같다. 나에게 쌓이고 있는 나의 변화를 아직 몰라서 그런건지, 변화를 느끼지만 만족하지 못해서 그런건지, 더 거창한 여행의 의미를 찾는 사람들에게는 여행은 어쩌면 사치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본다.
사실 책을 읽고 여행에 대한 생각을 정리할 수는 없다. 이 생각들은 그 사람들의 생각이고 그냥 참고일 뿐이다. 여행에 대한 진짜 나의생각은 나의 길 위에서 떠오르겠지. 가까운 날들 다시 떠나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