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7일 동안의 남미 방랑기 1권이다. 1권에는 멕시코, 과테말라, 파나마 세 나라에 대한 여행기가 실려 있다. 아직 북중미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책도 꽤 두꺼워서 350쪽이 조금 넘길래 이 한 권에 중남미가 다 들어가 있는 줄 알았는데, 반 정도 읽었는데도 멕시코에서 벗어날 생각이 없길래 맨 끝을 보니 to be continue... 가 있다. 이거 다음 이야기로 이어지는 것이었다.
이 사람의 여행 스타일은 돌아다니는 것도 돌아다니는 것이지만 그 나라의 언어를 배우려고 애쓴다는 점이 좀 다르다. 하긴 중남미에서는 브라질만 포르투갈어를 쓰고, 나머지는 모두 스페인어를 쓰니 남미 여행에서 스페인어 하나만 익히면 여행하는 데 두루 쓸 수 있으니 편할 것 같다. 그렇다고 모든 남미 여행자들이 스페인어를 배우려고 학원을 다니거나 공부를 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에 비추어봤을 때 스페인어를 배우기 위해서 노력하는 모습은 문화에 대한 깊은 이해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것으로 보인다. 스페인어도 배워야 하나?
책 속의 작가의 생각이 드러난 부분 중 인상적인 부분을 뽑아 보았다.
"나는 과나후아토에서 2주일을 보냈다. 산책을 하고, 카페에 앉아 아무 짓도 안 하고 햇볕을 쬐며 일기를 썼다. 특별한 도시에서 평범한 일상을 노닥거리는 것 자체가 행복했다. 남발하고 싶지는 않지만 '행복'이라는 말을 아끼기엔 너무 완벽한 순간이었다. 여행에서 내가 누리고 싶은 딱 그만큼의 '만끽'이었다...... 무엇을 해도 좋고, 무엇을 하지 않아도 좋은 일상. 다른 것이 끼어들 틈이 없는 완벽한 순간은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이 부분을 읽으면서 여행의 일상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가라는 생각을 해보았다. 여행자는 여행지에서 관광 외에는 할 일이 없다. 관광 이외의 것은 굳이 그 곳에서 하지 않아도 된다. 즉 집에서 할 수 있는 일상적인 일들을 굳이 여행지까지 가서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 사람의 이 얘기를 읽으며 여행지이기 때문에 그 여행지만의 정취를 느끼며 새로운 일상을 만들어가는 것도 관광을 하며 문화를 느끼는 것만큼 의미 있을 수 있고, 오히려 더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일상의 범위를 넓힐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현지인들처럼 말이다. 여행지에서 현지인들처럼 일상을 누린다는 것, 내 삶을 풍성하게 하는 요소인 것 같다. 여태까지 그런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지만 가꿔보고 싶다.
합리적인 생각을 하는 사람들에게 남미의 제도와 문화는 불합리할 수도 있으나 그것을 받아들이게 되면 그것도 편할 수 있다. 자기만의 기준으로 다른 사람들을 판단하지 않는 태도도 이야기하고 있다. 다른 문화에 대한 이해를 해야 한다고 머리 속으로는 이해하지만, 내가 직접 여행지에서 그 불합리한 문화 때문에 피해를 보고, 위험에 처한다면 과연 끝까지 이해할 수 있을까? 과테말라에서는 납치와 강도, 경찰들의 부정부패가 많다는데, 내가 피해를 입으면 '여긴 원래 그런 곳이야.'라고 생각하며 넘어갈 수 있을까? 타 문화에 대한 이해에도 용기가 필요할 것 같다.
다음 권이 언제 나올지 모르는 상황에서 읽은 것은 사실 실수였다. 후속 권이 다 나와서 완간되 다음에 읽는데.... 아무튼 이렇게 된 이상 다음 권이 빨리 나오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아니면 내가 먼저 남미에 가서 뒷 이야기를 만들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