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마흔이 넘어서 미니벨로에 트레일러를 달고, 80일동안 미국 동부 요크타운에서 서부의 플로렌스까지 횡단한 기록이다. 이시다 유스케의 『
가보기 전엔 죽지 마라』와 함께 자전거 여행기의 고전과 같은 책이다. 자전거 여행의 여정과 사색, 그리고 여행지에서의 예기치 않은 극적이고 역동적인 재미까지 골고루 잘 안배되어 있어서 지루하지 않게 읽을 수 있고, 나도 한 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이시다 유스케의 글에 비해서 작가의 사색이 좀 더 많이 들어가있는데, 그 사색이 어렵고 따분한 것이 아니라 일상에서 한 번쯤 생각할 수 있는 것들을 조금 더 생각해보는 수준이라서 부담이 없고, 그 내용도 독특하면서도 받아들일 수 있을만한 것들이기 때문에 또 부담이 없다. 아니, 어쩌면 나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내 생각을 고스란히 뽑아낸 것 같은 공감을 하는 경우들이 더 많았다. 그런 내용 몇 가지를 뽑아보았다.
"자전거 여행은 과거와 미래를 천천히 연결함으로써 현재에 더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다. 속도를 다투는 시간성에서 벗어남으로써 과거와 미래로부터 해방돼 무시간성 또는 초시간성을 느낄 수 있는 계기를 부여한다. ..... 나는 페달을 밟는다. 이 일이 위대해서가 아니라 그게 현재를 사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시간을 벌기 위해서도 아니고 많은 거리를 가기 위해서도 아니다. 바퀴를 돌리면서 현재에 더 몰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살고 잇다는 것을 더 진하게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래의 목표가 아닌 현재의 과정을 즐기는 여유를 얘기하고 있다.목표를 정하고, 지금 내 옆에 무엇이 지나가는지 모르고 매진하다가, 목표를 이룬 후에는 채울 수 없는 허무함에 목말라하는 모습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물론 목표를 이루었을 때의 성취감도 있지만 현재를 흘려버리지는 말자는 말이다.
"나는 '호모 루덴스'이고 싶다. 놀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다. 나는 놀기 위해서 세상에 태어났다. 놀면서 이 세상에 있다는 거, 살아있다는 것을 실감한다. 놀기 위해서 일하는 것이다. 노는 데는 어떤 의무나 조건도 붙어 있다는 점에서 자유롭다. 자유는 신의 특징이다...... 노동이 신성한게 아니라, 놀이가 더 신의 속성에 닮았다."
하나밖에 없는 인생, 하기 싫은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하고 싶은 일을 자유롭게 즐기면서 살고 싶다. 그러나 세상이 그렇게 내버려두지 않는다. 그러나 언제까지 그렇게 끌려가기만 할 것인가? 그래서 사람들이 그래야 한다는 것들에 대해서 다른 생각을 해보고, 내가 비집고 들어갈 수 있는 틈이 생기면 파고들어서놀 수 있을 만큼 놀고, 즐길 만큼 즐긴다. 아직까지 결혼을 안 하는 것도 그런 방법 중의 하나이다.
책을 읽으면서 어떻게 여행할 수 있는 시간들을 만들까 생각을 했다. 방학이 아무리 길어도 40일이 넘지 않고, 겨울방학은 너무 춥고.... 3년 동안 구간 구간 나누어서 횡단할까? 휴직을 한다 그러면 차라리 그만 두라고 할 것 같고.... 그렇다고 그만 둘 수는 없고.... 미국 횡단을 하는 그 날을 위해 하루하루 행복하게 고민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