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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 1-4] 토지 2부 (5권-8권) : 여한 없는 사랑
    행간의 접속/문학 2009. 1. 21. 18:31
    토지. 5권 (2부1권)
    카테고리 소설
    지은이 박경리 (나남, 2007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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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지. 6권 (2부2권)
    카테고리 소설
    지은이 박경리 (나남, 2007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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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지. 7권 (2부3권)
    카테고리 소설
    지은이 박경리 (나남, 2007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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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지 8권(2부4권)
    카테고리 소설
    지은이 박경리 (나남, 200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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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경리의 『토지』2부를 읽었다. 1부는 지난 여름방학 때 읽었다. 2부는 5권부터 8권까지 4권으로 되어 있고, 편으로는 1편부터 5편으로 되어 있다. 내용은 조준구로부터 토지와 재산을 빼앗긴 서희와 사람들이 두만강 너머 용정으로 이주해 와서 지낸 이야기이다.

    서희는 용정으로 이주해 와서 월선의 숙부인 공노인의 도움으로 재산을 점차로 불린다. 그리고, 조준구 빼앗아간 재산을 다시 찾고 평사리로 떠난다. 이 과정에서도 역시 공노인이 활약을 하고, 환이도 약간 역할을 한다. 드라마에서는 이 부분이 꽤 자세히 나와서 제법 머리를 쓰게 했는데, 책에서는 간단하게 몇 장으로 정리하고, 뒤에 길상과 환이의 이야기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각 인물들의 성장과 변화도 나오는데, 가장 큰 변화는 길상과 서희의 결혼이다. 서희가 이상현에게 길상과 결혼하겠다고 밝히고, 길상도 어느 정도 느낀다. 길상은 신분의 벽을 생각하면서 옥이네를 마음에 두지만 옥이네를 만나고 오는 길에 길상과 서희가 탄 마차가 사고가 나고, 서희는 크게 다친다. 그런 와중에 길상은 서희와 결혼을 하게 된다. 서희가 길상에게 직접적으로 결혼하자고는 말하지 않지만, 마음은 비친다. 함께 사람들이 없는 곳으로 떠날 생각도 했었다는 것. 서희가 그 정도 말을 했다는 것이 굉장히 이례적인데, 정말로 그랬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면서 길상에게 목도리를 선물한다. 길상이 옥이네에 목도리를 놓고 와서 추울 것을 생각해서... 목도리를 고르는 장면에서 서희는 자신이 왜 이것을 사는지는 모르고 그저 그렇게 했다고 한다. 이런 모습을 보면 길상을 사랑하는 것 같기도 하다. 결혼식 장면이 나올 줄 알았는데 결혼식 장면은 나오지 않는다. 둘 사이에 환국과 윤국이라는 두 아들이 생긴다. 그러나 길상은 고향으로 돌아가지 않고, 독립운동을 위해 떠난다.

    그 다음에 애절한 사랑, 용이와 월선의 사랑이 나온다. 용정에 와서 용이와 임이네와 홍이와 월선이는 함께 살지만 화재로 갈 곳이 없어지자 용이는 임이네를 데리고 산으로 간다. 홍이는 월선에게 맡긴다. 용이는 임이네를 어떻게든 떼고 월선이와 함께 하고 싶었겠지만 임이네가 그럴 여자는 아니라는 것을 알기에, 월선에게 더 많은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임이네를 데리고 간다. 그렇게 지내다가 월선이는 암에 걸리고, 얼마 못 살게 된다. 그 얘기를 들은 주변 사람들은 용이에게 일보다는 월선이가 중요하니 내려가라고 하지만, 용이는 산일을 다 마치고나서야 월선에게 가고, 월선은 마지막으로 용이를 보고 죽는다.
    방으로 들어간 용이는 월선을 내려다본다. 그 모습을 월선은 눈이 부신 듯 올려다본다.
    "오실 줄 알았십니다."
    월선이 옆으로 다가가 앉는다.
    "산판일 끝내고 왔다."
    용이는 가만히 속삭이듯 말했다.
    "야, 그럴 줄 알았십니다."
    "임자."
    얼굴 가까이 얼굴을 묻는다. 그리고 떤다. 머리칼에서부터 발끝까지 사시나무 떨 듯 떨어댄다. 얼마 후 그 경련은 멎었다.
    "임자."
    "야."
    "가만히,"
    이불자락을 걷고 여자를 안아 무릎 위에 올린다. 쪽에서 가느다란 은비녀가 방바닥에 떨어진다.
    "내 몸이 찹제?"
    "아니요."
    "우리 많이 살았다."
    "야."
    내려다보고 올려다본다. 눈만 살아 있다. 월선의 사지는 마치 새털같이 가볍게, 용이의 옷깃조차 잡을 힘이 없다.
    "니 여한이 없제?"
    "야, 없십니다."
    "그라믄 됐다. 나도 여한이 없다."
    머리를 쓸어주고 주먹만큼 작아진 얼굴에서 턱을 쓸어주고 그리고 조용히 자리에 눕힌다.
    용이 돌아와서 이틀 밤을 지탱한 월선은 정월 초이튿날 새벽에 숨을 거두었다.

    지하철에서 월선이가 숨을 거두는 장면을 읽으면서 울었다. 소리는 내지 않았지만 눈물이 흐르는데 나도 어쩔 수가 없었다. 나는 용이와 월선이가 지난날 함께 나누지 못한 마음들을 어떻게 나눌까 생각했는데, 그들은 충분히 서로의 마음을 나누었고, 사랑을 했다. 그들은 어쩌면 마음껏 사랑을 나눌 수 없었기에 더욱 간절하게 사랑을 나누었던 것 같다. 정말 아름다운 사랑이었다. 나보고 이런 사랑을 하라면? 글쎄다...

    봉순이의 마음도 참 안타깝다. 서희가 용정으로 올 때 봉순이는 조준구를 유인하느라 다른 방향으로 갔었는데, 함께 오지 못하고, 진주에서 기화라는 이름으로 기생이 되었다. 그리고, 서울에서도 술을 따르는 일을 했는데, 혜관 스님과 함께 용정에 와서 서희, 길상과 만나는 장면들도 참 인상적이었다. 사랑하는 남자가 모시던 사람의 남편이 되었을 때의 마음은 정말 헤아릴 수가 없을 것 같다.

    공동의 기억이란 순수한 것이다. 특히 어린 날의 그 공동의 기억 때문에 형제 자매 부모 자식이라는 의식의 유대가 지속되는지도 모를 일이라면, 이들이 비록 혈육이 아니요 신분의 또랑이 깊다 하여도, 서희가 남다른 아집의 여자라 하여도 이들의 해후가 슬프지 않을 수는 없는 것이다.
    기화(봉순)와 서희가 만나는 장면에 있는 말인데, "공동의 기억은 순수하다"는 말이 인상적이다. 어릴 때를 함께 한 기억들은 정말 순수했던 것 같다. 친구들도 그렇고....

    기화는 서울에서 서의돈의 구애를 받는데, 받아들이지는 않는다. 남자의 사랑을 거절하는 모습이 정말 세련되었다. 모질지도 않으면서 그렇다고 경박하지도 않으면서 남자를 배려하면서 거절한다. 그러나 거절당하는 남자에게 상처가 되지 않을리는 없다. 어쩌면 기화도 서의돈을 사랑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러나 사랑하면 안 된다는 어떤 생각이 있어서 그런 것은 아닐까 싶다. 여자가 아니라서 나는 잘 모르겠다.

    용정에 오지 않은 사람들 이야기도 나온다. 혜관이나 관수, 환이, 석이 등의 이야기도 소홀하지 않게 나오고, 거복이가 김두수가 되어 악역을 담당하는데, 김두수가 주는 긴장감이 팽팽하여 극적으로 만든다. 그 가운데, 금녀가 나오는데, 서희나 봉순이 만큼 비중은 크지 않지만 지적이면서도 순수한 매력을 갖춘 여인으로 나온다. 서희나 봉순이보다 더 끌리는 측면이 있다.

    설 연휴 기간에 별 다른 일도 없는데, 3부도 읽어볼까 생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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