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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돈나 |
카테고리 |
소설 |
지은이 |
오쿠다 히데오 (북스토리, 2007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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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쿠다 히데오의 중편 소설집 『마돈나』를 읽었다. 5편의 중편 소설로 되어 있는데, 모두 40대 이상 직장 남성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직장에서 겪은 일과 가정에서 겪은 일들이 교차하여 나오면서 그 일들 속에서 갈등을 겪는 주인공의 심리를 부각시키고 있다.
첫 작품 「마돈나」는 신입사원을 짝사랑하는 과장의 이야기이다. 이 작품의 특징은 짝사랑하는 사람의 소심한 심리를 아주 섬세하게 그려내고 있다는 것이다.그 사람을몰래 훔쳐 보는 것, 그 사람의 일거수 일투족에 레이다를 쫑긋 세우기, 그 사람의 이상 행동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그 사람의 행동의 이유들을 알려고 하기, 그 사람의 작은 배려와 친절에착각하면서 행복해하기, 다른 사람에게 반응을 보일 때 질투하기, 그러면서 티내지 않으려고 쿨한척하기, 그리고나서 혼자서 위로하기, 하루에도 몇 번씩 마음을 접었다가 다시 용기냈다가 다시 마음 접기, 그 사람이 나 아닌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것을 깨닫고 철렁하는 마음 들기, 그 사람이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 웃음을 보일 때 마음 아파하기 등이 구체적으로 잘 드러나있다. 무엇보다도 나의 짝사랑 경험과 유사하기 때문에 공감할 수 있었다.
「댄스」도 40대 남자의 이야기이다. 아들이 대학을 안 가고 댄스학원에서 춤을 배워서 춤꾼이 되겠다는 것을 알고, 아들을 말리려고 한다. 한편 직장에서는 동기 과장 중 한 명이 조직 안에서 돌출행동을 하는 것 때문에 난처한 입장이 된다. 두 사건의 공통점은 개인의 욕망을 사회가 억압한다는 것이고, 주인공은 사회의 편에 서있어서 아들과 과장을 억압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아들의 열정과 아내의 설득으로 아들을 완전히 이해하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 이해하게 되고, 그러면서 동기 과장의 돌출행동도 이해하면서 그의 편이 되기도 한다.
「총무는 마누라」는 영업부에서 총무부로 발령 받은 직장 남자의 이야기이다. 영업부는최전선에서 싸우는 남편과 같은 역할을 하지만, 총무부는 후방에서 뒷바라지하는 아내와 같은 역할을 한다. 그래서 영업부 체질의 주인공은 총무부의 업무 스타일이 맞지 않는다. 결국 이전의 관행을 바꾸고 원칙대로 가야 한다는 그의 주장은 총무부 내부의 반발과 총무부 출신 임원의 반대로 갈등을 겪게 된다. 한편 그의 그런 생각은 가정에서도 아내와 아내의 역할을 과소평가하고 때로는 무시하는 형태로 표출된다. 이 작품에서는 가부장적인 사고를 가진 남자의 심리를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보스」도 가부장적인 사고를 가진 남자의 심리이다. 영업부 부장으로 외국계 기업 출신의 여자가 기용되자 차기 부장을 노리고 있던 주인공은 신임 부장과 대립한다. 특히술접대, 골프접대금지, 야근 금지, 개인 생활 보장 등의 합리적인 시도들에 대해서 조직보다 개인을 중시하면 조직이 움직일 수 없다는 이유로 반대한다. 그러나 신임부장은 소신대로 밀어붙이고, 주인공은 내적 갈등을 겪는다. 그러다 그녀가 야구 선수의 열성팬이라는 사실을 알고서 서서히 이해를 한다.
「파티오」는 회사 건물의 안뜰에 찾아오는 책읽는 노인을 통해 아버지를 생각하고, 노인을 이해하는 남자를 그린 것이다.
이 작품은 40대 남자의 감추고 싶은 심리를 잘 드러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치열한 생존 경쟁 속에서살아남기 위해 공격적인 측면만을 발달시키고, 감성적인 측면과 배려하는 측면들을 퇴화시킬 수밖에 없었던 남자들이 자신의 편을 드는 사람은 아무도 없고, 모두들 자신을 비난하는 태도를 취할 때 느끼는 외로움은 클 것이다. 이들에 대한 오쿠다 히데오의 시선은 따뜻하지는 않다. 하지만 그들을 소설 속의 주인공으로 삼아서 그들의 마음을 풀어놓았다는 것은 그들에게 힘을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