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 의사 이라부가 정신과 환자들을 치료하는 이야기이다. 전에 읽었던 『공중그네』의 속편인데, 어차피 각각의 단편들로 되어 있는 것이기 때문에 전편, 후편으로 나누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
「도우미」는 나레이터 모델의 허영을 치료하는 이야기이다. 나레이터 모델에서 여배우로 성장하려고 마음먹은 히로미는 미인대회에 나가지만 이라부의 방해 아닌 방해로 탈락하고 만다. 그렇지만 그 과정에서 자신에게 외모를 가꾸기 위해 들였던 것들이 자신의 본 모습을 가리는 투구처럼 여겨졌다고 느끼고, 새로운 삶을 살아가는 이야기이다.
「아, 너무 섰다」는 음경이 계속 발기되어 있는 남자의 이야기이다. 그는 자신의 감정을 억누르자, 억눌린 스트레스가 음경으로 몰려 음경이 대신 감정을 분출하는 경우이다. 실제로 그런 경우가 가능한지는 모르겠지만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과정을 통해서 치유된다.
「인더풀」은 가슴이 답답함을 느끼는 직장인이다. 그 역시 스트레스로 컨디션이 불량인 병이다. 이 환자에게 이라부는 이렇게 말한다.
"스트레스란 것은 인생에 늘 따라다니는 것인데, 원래부터 그렇게 있는 놈을 없애려 한다는 건 쓸데없는 수고라는 거지. 그보다는 다른 쪽으로 눈을 돌리는 게 좋아. 예를 들면, 번화가의 길모퉁이에 숨어 있다가 조폭을 습격한다든지. 정말 스릴 있을거야. 그럴 때면 하잘 것없는 고민 따위는 소리도 없이 사라지고 말지. 그렇잖겠어, 쫓기게 될테니까. 목숨이 위험한 판에, 누가 가정이니 회사니 생각할 수 있겠어."
작은 스트레스를 없애기 위해 큰 스트레스를 쌓으면 작은 스트레스는 무시하게 된다는 얘기인데, 무책임하지만 일단 들으면 기분은 괜찮아질 것 같다. 결국 그는 수영으로 스트레스를 푼다.
「프렌즈」는 핸드폰 중독에 걸린 고등학생의 이야기이다. 이 학생은 문자를 날리고 받으면서 다른 사람들과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핸드폰이 없어지거나 고장나는 경험을 통해서 그런 연결이 진정한 관계가 아닐 수 있음을 깨닫는다.
「이러지도 저러지도」는 자기 행동을 의심하고 자꾸 확인하는 병에 걸린 작가의 이야기이다.
읽으면서 이라부의 사고방식은 전에 읽었던 공중그네와 다르지 않은 것을 발견할 수 있다. 고정관념을 깨는 신선한 사고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 그리고, 환자의 치료 행위를 자신도 함으로써 환자의 실천력을 높이려는 것. 물론 환자들은 그가 미인대회를 나가거나 수영을 하거나 핸드폰을 하거나 글을 쓰거나 하는 행동들에 경악을 하지만 그를 편하게 생각한다.
그런데, 한 가지 지적하고 싶은 것은 다소 우연적인 사고들로 문제들이 해결되는 경우가 있다. 「프렌즈」에서 핸드폰이 고장나거나 잃어버림으로써 진정한 관계를 생각하는 것은 이라부의 치료 행위는 아니고, 또 「이러지도 저러지도」에서 세상의 오해로 세상의 주목을 받는 것도 이라부의 치료 행위는 아니다. 이런 부분들이 이라부의 치료 행위와 결합해서 문제를 해결할 수는 있었지만, 우연적인 요소의 등장은 아쉬운 부분이다. 그런 면에서 『
공중그네』는 잘 다듬어진 것 같아서 좀 후한 점수를 주고 싶다.
아무튼 이라부의 정신세계를 보면 아무것도 아닌 일에 스트레스 받고 신경 쓰는 현대인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있다. "걱정하는 것을 걱정하지마"라는 노래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