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3부는 간도에서 돌아온 후 1919년부터 1929년까지의 10년을 그렸다. 3부는 크게 진주, 평사리, 서울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이고, 간도 이야기는 거의 나오지 않는다. 중심인물도 서희라기보다는 진주와 평사리에서는 홍이와 석이, 관수가 중심이 되고, 서울에서는 임명희, 임명빈 남매 등 지식인들이 중심이 된다. 그래서 느슨하게 연결된 두 개의 소설을 읽는다고 생각하게 된다.
서희는 간도에서 돌아왔다고 해서 바로 평사리로 들어가지 않고 일단 진주에 머물고 있다가 조준구로 하여금 스스로 집문서를 내놓게 하여 집을 되찾는다. 서희의 아들 환국과 윤국은 서희의 희망으로 무럭무럭 자라서 환국은 서울 유학 후 동경 유학까지 가게 되어 서서희 집안의 버팀목 역할을 한다. 길상은 독립운동을 하다가 잡힌다. 그러나 3부에서 서희는 중심인물이 아니다. 오히려 홍이가 중심이 된다.
홍이는 장이라는 여자를 마음에 품었지만, 함께 하지 못하고, 김훈장 쪽 외손녀인 보연과 결혼한다. 결혼 전에는 버릇이 없던 보연이었지만 홍이를 만난 후 조신한 아내의 모습을 보여준다. 석이도 진주에서 교사로서 지내다가 양을례와 결혼해서 잘 지냈지만 아내와 불화로 교사직도 잃는다. 관수는 환이, 강쇠, 석이, 혜관스님 등과 함께 독립운동을 하면서 세를 넓히려 하지만 쉽지 않다. 환이는 지리산을 중심으로 활동을 하다가 붙잡혀 경찰서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고, 그를 따르던 강쇠는 산으로 들어간다.
서울의 임명빈은 황태수 재단의 학교에서 교장으로 일하고, 서의돈은 상해로 건너가 독립운동을 하며, 이상현은 서울에서 머물며 소설을 쓰다가 상해로 간다. 이상현은 기화(봉순)의 집에서 잠깐 머물기도 하는데, 기화는 상현의 아이 양현을 낳는다. 한편 임명빈의 여동생 임명희는 상현에게 마음을 고백하지만 거절당한다. 임명희는 독신을 생각했다가 조용하, 조찬하 형제를 만나 처음에는 조찬하를 마음에 두지만 조용하의 적극적인 구애로 재취로 들어간다. 이들 서울 지식인들이 나오는 부분을 읽으면서 당시 지식인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있게 된다. 선진적인 생각을 담고 왔으나 조선의 현실은 그런 것들을 받아들이지 못해서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갈등하는 측면이 많이 보인다. 특히 임명희를 통해서 신여성으로서 겪는 여러 감정들이 잘 드러나있다.
1세대 사람들이 서서히 물러난다. 기화는 상현의 아이를 낳고, 서울에서 지내다가 서희의 배려로 평사리로 돌아오지만 아편 중독과 치매 증상이 나타나 강물에 빠져 죽는다. 봉순의 삶을 되돌아보면 그의 죽음은 안타까웠다. 최참판댁 침모의 딸로 태어나 서희와 함께 자라서 길상을 좋아하지만 이루지 못하고, 함께 간도로 가지 못하고 절에 있다가 진주와 서울에서 기생이 되었다가 서의돈에게 마음을 열지만 그와도 사랑을 이루지 못하고, 창을 배우려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고, 상현과 마음을 조금 나누다 아이를 낳고, 아편으로 몸을 버리고, 나중에는 치매로 강물에 빠져 죽는데, 기구하다 아니 할 수 없다. 용이도 평사리로 돌아와 서희네 집을 지키며 살다가 죽는다. 임이네도 진주에서 살다가 병으로 죽는다.
길상과 공노인, 김두수 등 용정 시절 사람들은 거의 나오지 않는다. 위에 열거하지 않은 인물들 외에도 평사리와 진주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다. 두만이와 쪼깐이 부부, 봉기네, 복동네, 야무네와 푸건이, 조준구 아들 병수네, 홍이 주변에 있던 삼석이 등 서민들의 고단한 삶이 여전히 잘 나타나 있다.
작가의 서술 방식 중의 하나는 작가가 모든 것을 다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어느정도까지 이야기하고 이제 그 이야기가 나오겠지 할 때 한 편을 끝낸다. 그리고 나중이나 다음 편에 등장인물들의 대화를 통해서 이야기를 하여 독자들이 그 공백을 메우도록 한다.
이렇게 많은 인물들이 나오는 것을 보면서 이건 소설 그 이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가 만들어 놓은 가상의 인물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고, 그들이 100년 전 이 땅에서 실제로 살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토지』를 읽다보면 인물들을 정리하고 싶은 생각이 든다. 다시 읽게 되면 인물 정리에 도전해야겠다. 4부에서는 환국과 윤국이, 양현이 등과 홍이와 석이의 아이들이 등장할 것 같다.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