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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 66-69] 토지 1부(1권-4권): 땅과 삶으로 빠지는 첫걸음
    행간의 접속/문학 2008. 8. 1. 21:01
    토지. 1권(1부1권)
    카테고리 소설
    지은이 박경리 (나남, 2007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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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지. 2 (1부 2권)
    카테고리 소설
    지은이 박경리 (나남, 2007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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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지. 3권(1부3권)
    카테고리 소설
    지은이 박경리 (나남, 2007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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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지. 4권(1부4권)
    카테고리 소설
    지은이 박경리 (나남, 2007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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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경리의 『토지』1부(1권-4권)을 봤다. 읽다 보니까 1부를 전에 한 번 읽은 기억이 났다. 그런데, 다시 읽기 전까지는 기억도 나지 않았다. 이런....

    이 작품은구한말부터 해방까지 최참판댁을 중심으로 평사리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소설이다. 1부는 대략 구한말부터 1908년까지를 담고 있으면서 최참판댁이 몰락하는 이야기와 용이와 월선의 안타까운 사랑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등장인물들은 저마다 자기만의 사연을 갖고 있는데, 최치수는 자신의 아내가 집안의 종인 구천과 달아난 것을 가장 치욕적으로 생각한다. 그래서 그 둘을 찾으러 지리산으로 들어가기도 한다. 그런데, 구천은 자신의 어머니인 윤씨 부인이 절에 갔다가 만난 동학 농민 지도자 김개주 사이에서 낳은 아들이다. 결국 씨가 다른 형제인 것이다. 그것이 또한 윤씨 부인에게도 아픔으로 작용하고, 어머니를 잃은 서희에게도 아픔으로 작용한다. 여기서 윤씨 부인의 마음은 정말 안타깝다. 형이 동생과 아내를 잡으러 지리산에 들어가는데, 마음은 말리고 싶으나 드러내지 못하는 마음... 누구 하나를 위할 수 없는 마음이다.

    평사리 사람들 중에서는 용이와 월선의 안타까운 사랑 이야기가 있다. 둘은 서로 좋아했으나 부모님이 맺어준 사람과 결혼했다. 그러나 월선은 쫓겨나서 주막을 차렸고, 용이는 강청댁의 질투를 받으며 살아간다. 두 사람은 몰래 마음을 간직하기만 하다가 강청댁이 월선을 찾아가 싸우자 월선은 간도로 떠난다. 그 사이 용이는 강청댁을 멀리 하고 결국 강청댁도 전염병으로 죽는다. 한편 용이는 최치수를 죽이는 데 공모했던 칠성이 죽자 떠났다가 다시 돌아온 칠성이 아내 임이네를 불쌍히 여겨 돌보아주다 아들 홍이를 낳고 같이 살게 된다. 그리고 간도에 갔던 월선이 다시 왔지만 둘은 또 거리를 두게 된다. 이 둘의 사랑은 말 그대로 가슴을 절절하게 만든다. 여러 여자들과 함께 지내지만 월선이를 향한 용이의 마음과 용이를 위해서는 무슨 일이든 참아내고 기다리는 월선의 마음은 안타까운 상황이라서 더 아름답게 보여진다.

    그리고 인상적인 인물은 윤보이다. 윤보는 떠돌이 목수이지만 마을 사람들 사이에서 신망을 받는 인물이다. 동학운동을 했었고, 감정적이지 않은 합리적 실천가이다. 그래서 가뭄이 들고 흉년이 들었을 때 최참판댁을 차지한 조준구가 농민들을 가혹하게 대하자 고방을 털어서 농민들에게 나누어준다. 이 장면에서 윤보가 조준구의 명령에 한 마디도 지지 않으면서 오히려 조준구를 궁지에 몰아넣는 모습은 마치 마당극에서 마당쇠가 양반을 희롱하는 장면처럼 느껴진다. 1부에서 가장 통쾌한 장면이었다.

    우리의 마음을 끄는 긍정적인 인물이 있는가 하면 우리의 미움을 받는 부정적 인물도 있다. 평산과 귀녀, 조준구 일가와 삼수 등이 그들이다. 평산과 귀녀는 최치수를 살해하는 일을 벌이고, 조준구와 삼수는 최참판댁을 차지한다. 그러나 삼수는 나중에 조준구의 배신으로 죽는다. 결국 조준구를 빼고 모두 죽어서 우리의 마음을 조금 위로해준다.

    인물 외에도 이 소설에는 배경묘사가 뛰어나다. 단순히 풍경을 얘기하는 것이 아니라 풍경을 느낄 수 있게끔 묘사를 한다. 인상적인 배경묘사는 백중날 월선이 절에 어머니의 재를 드리러 갔다가 맞은 달밤의 풍경을 묘사한 부분이다.
    "어둠이 오기 전에 달이 떴다. 사라져야 할 밝음과 나타난 달빛이 서로 겨누듯 잠시 사방은 옅은 회갈색으로 흐리더니 여광은 아주 자취를 감추어버리고 달은 산허리에서 솟아올랐다. 보름달은 은가루 같은 보송한 빛을 뿌린다. 밤이 깊어지면서 은가루는 물기를 머금기 시작했고 숲이 야기에 식어갔을 때 푸르름을 뿜어내며 달빛은 출렁이는 것이었다. 산사 뜨락의 도라지꽃 달맞이꽃, 창백한 꽃들은 애잔하게 고개를 쳐들며 혹은 엷게 스치는 바람에 흔들리고 나무 그림자도 흔들리고 개울물 흐르는 소리, 부엉이 울음이 들려온다."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의 달밤 장면 묘사와 견주어 볼 수 있을 만큼의 감각적인 묘사가 아닐 수 없다. 그냥 달이 참 밝게 떴다는 것인데, 배경 묘사를 통해 월선의 마음을 드러내주는 역할까지 해주고 있다.

    1부의 끝에는 조준구를 죽이려 했다가 실패한 사람들이 간도로 이주하는 데에서 마무리되고, 2부는 간도에서의 이야기이다. 간도에서는 새로운 인물들이 새로운 이야기를 보여준다. 2부도 조만간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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