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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정없는세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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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 한국소설 > 청소년소설 |
지은이 |
박현욱 (문학동네, 2001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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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내가 결혼했다』의 작가 박현욱이 쓴 청소년소설이다. 『아내가 결혼했다』에서도 발칙한 상상력과 재기발랄함으로 독자들을 당황스럽게 만들었는데, 이 소설에서도 그 만큼의 발칙한 상상력은 아니지만 재기발랄함은 훨씬 뛰어났다. 수능을 갓 마친 고3 남학생의 성에 대한 관심을 다루다 보니 가벼움이 필요했었던 것 같다.
1. 대략적인 줄거리
주된 얘기는, 아닌 주인공 준호의 주된 관심사는 여자친구은 서영과 어떻게 하면 한 번 잘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그래서 만날 때마다 습관적으로 "한 번 하자"고 서영에게 들이대지만 서영은 그런 준호를 보고 진지하지 못하다면서 퇴짜를 놓는다. 그런 서영이 미울만도 한데, 준호는 홧김에 사창가에 가서도 이내 마음을 고쳐 먹고 서영을 위해서 동정을 지키는 순수한 측면도 보여준다.
결국 준호와 서영은 진지한 마음으로 하나가 되는 관계를 맺고, 준호는 그 과정에서 진정한 사랑이란, 진정한 배려란, 진정한 소통이란 어떤 것인지에 대해 깨달음을 얻고 어른의 세계로 들어간다.
2. 자유로운 가족 관계의 제시
이 소설에서 주목할 것 중의 하나는 준호네 가족 관계가 매우 허용적이다. 준호는 어머니를 부를 때 어머니의 이름인 "숙경씨"라고 부르고, 같이 사는 외삼촌도 이름인 "명호씨"라고 부른다. 처음 1장부터 이들의 이름이 나왔을 때 이 세 사람이 하숙생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내용을 읽어보니까 가족을 그렇게 부르는 것이었다. 이 부분에서 이들의 관계는 혈연으로 맺어진 관계보다는 독립적인 인격체로서 서로의 영역을 인정하는 관계라고 느꼈다.
어머니이 숙경도 아들인 준호의 학업에 대해서 크게 간섭하지 않고, 준호의 판단과 행동을 전적으로 믿고 기다린다. 그것은 동생인 명호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외삼촌인 명호도 조카인 준호에 대해서 큰 방향에서의 조언은 해주지만 절대 강압적이지 않으면서 준호가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여지를 항상 남겨놓고 의견을 제시한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준호의 생각은 자유로울 수밖에 없다.
3. 준호의 재기발랄함
고3인 준호는 아직 여물지 않았지만 나름의 생각을 갖고 있다. 그 생각이 잘 나타나 있는 부분의 하나를 인용해 본다.
십대에 생기게 마련인 성에 대한 왕성한 호기심을 운동 같은 것으로 발산하라고? 운동 백날 한다고 성욕이 사라진다면, 운동선수들은 다 고자란 말인가. 스님들이나 신부님들 되는 과정을 죄다 스포츠로 채워넣으면 적어도 성적인 부분에서는 다 해결될 것이다. 그러나 여태까지 운동 열심히 해서 성욕이 사라졌다는 선수들을 보지 못했고 성직자들이 성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도나 수도 대신 스포츠에 정진했다는 얘기도 들어보지 못했다.
어른들이 하는 얘기들에 대해서 엉뚱한 느낌이 들지만 틀리지 않은 반박이다.
4. 남학생들에게 추천
읽다보면 심각한 것이 하나도 없이 가벼운 얘기들로 되어 있어서 쉽게 읽히고, 거기다 성적인 관심을 전면에 내세우다 보니 읽는 속도도 빨라진다. 남학생이라면 금방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그 가벼움 속에서 작가는 사랑에 대한, 가족에 대한 진지한 생각들을 하게 만들고 있다. 그게 이 소설의 장점이고, 추천하는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