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여행 기간 중에 박경리 대하소설 토지 제4부(제13권-16권)을 다 읽었다. 여행 중에 4부 4권을 다 읽을 줄 몰랐는데, 여행 중간과 막판에 책을 읽을 수 있는 여유가 생겨서 다 읽을 수 있었다.
제4부는 주로 30년대를 배경으로 얘기가 전개된다. 4부쯤 되니까 최참판댁의 이야기는 그렇게 많이 나오지 않는다. 길상은 계명회 사건으로 복역하고 나와서 평사리에서 조용히 독립운동을 지원하고, 환국을 중심으로 한 젊은세대들이 지식인으로서 독립운동을 하려고 한다. 또한 관수도 국내 활동을 정리하고, 만주에서 독립운동을 한다. 홍이도 아내와 불화가 있었지만 아내를 설득하고, 만주로 가서 관수와 합류한다. 그리고 진주와 평사리에서는 두만이가 장사 수완을 발휘하여 최참판댁을 능가는 거부로 성장하려 하고, 주변 사람들은 그를 경계한다.
한편 임명희는 조용하와 이혼하고, 방황하다 작은 시골 학교에서 수예를 가르치면서 은둔 생활을 하고, 그의 제자 인실은 계명회 사건 이후 복역하고 나와 조용하의 공장에서 운영하는 학교에서 교편을 잡으면서 조용하를 만나기도 한다. 그 사이에 일본인 오가다의 끈질긴 구애를 거절했으나 하룻밤 자리로 아이를 낳고, 조찬하에게 맡기고 만주로 간다. 임명희와 이혼한 조용하는 인실에게도 접근했으나 결국 자살하고 만다.
제4부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임명희의 이혼 장면이었다. 임명희와 시동생 조찬하가 같이 귀가하자 조용하는 둘 사이를 의심하고 조찬하는 형의 멱살을 잡고 아버지가 계신 곳까지 갖다 온 사이에 임명희는 이혼하자는 메모를 남기고 떠난다. 1930년대에 스스로 자신의 운명을 결정하는 여인의 모습이 아주 신선하게 느껴졌다.
이제 마지막 5부가 남았고, 올해 안에 읽을 생각이다. 그러나 워낙 방대한 이야기라서 5부까지 다 읽은 후라도 처음부터 다시 읽어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