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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 37-40, 1]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1-5: 우주적 상상력의 우주적 확장
    행간의 접속/문학 2011. 1. 8. 12:07
    은하수를여행하는히치하이커를위한안내서세트(전5권)
    카테고리 소설 > 영미소설 > SF소설
    지은이 더글러스 애덤스 (책세상, 200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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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개연성이 없는 이유

    개연성이 이렇게 없을 수가 없다. 도대체가 연결이 되지 않는다. 말이 되지 않는다. 주인공들이 왜 그렇게 하고, 그 일이 왜 벌어졌는지 상식적으로 설명할 수가 없다. 이해할 수가 없다. 처음에는 이런 것들이 나중을 위한 어떤 장치이겠거니 생각했지만 그냥 한 것이다. 이런 부분을 인용해본다.
    아서는 음료를 마시다가 심하게 사레가 들리는 바람에 캑캑거리고 기침을 했다.
    "정말 근사한 기침이에요." 작은 남자는 깜짝 놀란 기색이었다. "제가 따라 해도 괜찮을까요?"
    그러더니 작은 남자는 그야말로 희한하고 화려한 기침을 발작처럼 하기 시작했다. 아서는 너무나 놀라서 다시 숨이 넘어갈 듯이 기침을 하기 시작했는데, 그건 이미 그가 하고 있던 일이었기 때문에 그는 몹시 헷갈렸다.
    두 사람은 함께 폐가 터져 나가라 이중창으로 기침을 했고, 족히 이 분쯤 계속되었을 때에야 아서는 기침하며 침 튀기는 짓을 가까스로 그만둘 수 있었다.
    "정말 활력이 샘솟는군요." 작은 남자는 숨을 헐떡거리고 눈물을 닦으며 말했다. "정말 흥미진진한 인생을 살고 계시는군요. 너무나 고맙습니다."
    그는 두 손으로 아서를 붙잡아 따뜻하게 흔들고는 군중 속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아서는 놀라서 고개를 흔들었다.
    위에 인용한 부분이 무슨 얘기냐고? 우연히 만난 사람이 아서의 기침이 매력적이라서 함께 이중창으로 기침을 한 얘기다. 이게 말이나 되는 얘기냐고. 작가는 그냥 심심풀이로 이런 장면들을 이렇게 집어넣고, 소설은 이런 장면들이 아무런 고리 없이 붙어있다.
    그런데, 내가 이 소설이 이렇게 개연성이 없다는 것은 지구적인 상식이지 우주적인 상식은 아니다. 이 소설은 우주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지구적인 상식을 따를 필요는 없다. 지구적인 상식을 따르는 것은 오히려 편협해 보일 수 있다. 우주를 마음껏 누리는 소설을 지구적인 상식과 상상에 가두어 놓는다면 그거야 말로 말이 되지 않는다.
    이런 작가의 생각을 등장인물의 입을 통해서도 언뜻 비추고 있다.
    "가끔 이럴 때는, 사실 공간-시간의 결이라든가 다차원적 개연성의 도상의 심상한 완전성이라든가 온갖 종류의 총체적 혼란에 발발한 파동 형태의 잠재적인 붕괴 가능성이라든가 내 머릿속을 괴롭히던 온갖 문제들이 그렇게 걱정할 가치가 있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든단 말이야. 아마 저 덩치 큰 남자가 한 말이 옳다는 기분이 들어서 그런가봐. 그냥 될 대로 되라 마음을 놓으라고 하더군. 뭐가 그렇게 중요하겠느냐고? 될 대로 되라 하는 거지."
    결국 이 소설은 우주와 세상과 인간을 완전히 새로운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우주와 시간과 공간과 세상이 절대적인 것이 아닌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해야 한다. 즉, 인간 중심을 뛰어 넘어 우주 중심으로 상상하라는 것이다. 상상에 한계를 두지 말자는 것이고, 이는 부조리한 우리의 현실, 지구의 삶에 대한 비판이라고 할 수도 있다.

    2. 아무리 그래도 읽기가 쉽지는 않다.

    아무리 그래도 웬만해야지. 이건 좀 너무하다. 한 권도 아니고 다섯 권이 모두 그러하니, 일관성은 찾으려다  1권 100쪽을 읽기도 전에 포기했고, 5권까지 억지로 오기로 읽었다. 다섯 권 중에서 지구와 비슷한 행성이 배경이 되는 부분에서 조금 현실에 착륙했다가 다시 우주로 날아가버리니 읽기가 쉽지 않았다. 
    읽다보면 안정적인 지구적 상황을 바라면서 빨리 현재의 지구로 돌아가기를 바라는 인물은 주인공 아서와 독자인 나 뿐이고, 작가는 나머지 다른 인물들을 우주에 던져놓고 마음껏 자신의 삶을 던지고 알아서 하라고 방관하는 느낌이었다.

    3. 솔직히 추천은 못하겠다.

    제목이 마음에 들어서 읽게 되었지만 솔직히 누군가에게 읽어보라고 추천은 못하겠다. 한번쯤 혹은 한권 정도만 경험해도 충분할텐데 다섯 권은 아니다. 확실한 매니아층만을 위한 B급 소설로서 인정하는 것까지가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다. 그 이상은 나도 무리다. 너무 어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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