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에반게리온: 서(序) |
감독 |
안노 히데아키, 마사유키, 츠루마키 카즈야 (2007 / 일본) |
출연 |
오가타 메구미, 하야시바라 메구미, 미츠이시 코토노, 야마구치 유리코 |
상세보기 | | |
일본 애니메이션 『에반게리온:서』를 봤다. 예전부터 있던 작품이지만 내가 매니아가 아니라서 처음 접하는 작품이었다. 그래서 처음 영화를 볼 때 망설였던 점은 배경지식 없이 그냥 보면 영화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점이 있었다. 그러나 사전지식 없이도 영화를 이해하는데 그렇게 어렵지는 않았다. 물론 진지하고 꼼꼼하게 읽어가려면 배경지식이 있는 것이 도움이 되겠지만 내가 그럴 정도는 아니기에 상관은 없었다.
이야기는 간단하다. 사도에 맞서 에바를 타고 인류를 구해야 하는 운명을 짊어진 신지라는 소년의 내적 갈등이 주된 줄거리이다. 소년은 에바를 조종할 줄도 모르는데, 에바를 타고 사도와 싸우는 것이 두려운데, 그렇다고 자신을 인정해주지도 않으면서, 자신이 왜 해야 하는지 이유도 모른 채 갈등한다. 그러나 그 순간순간마다 아무런 갈등없이 에바를 타는 레이를 보면서 전장에 임한다.
감독은 주인공을 통해 내가 왜 이 일을 해야 하는가와 나는 무엇을 위해 살아가는가, 아니면왜 사는가 하는 근원적인 질문을 끊임없이 다른 표현방식으로 묻고 있고, 답은 없다. 운명이라는 것밖에는.... 우리가 사는 이유를 알지 못하고, 살아가면서 그 이유를 찾는 것처럼, 소년 신지도 자신이 왜 에바를 조종해야 하는지 알지 못하지만, 조종하고 싸우면서 그 이유를 찾지 않을까 싶다. 아직 4부작 중 1부라서 그 해답은 보이지 않지만 후속편에서는 그 부분을 보여줄 것 같다.
이 애니메이션에서 느낄 수 있는 재미는 에반게리온을 작동하는 시스템, 즉 NERV와 제3 신도쿄의 시스템이다. 2008년의 현재에는 존재하지 않지만 몇 년 후에는 존재할지도 모르는 미래 사회의 새로운 운영 시스템을 맛본다는 것은 하나하나가 흥미를 불러일으킨다. 특히 사도를 물리치고, 도시의 건물이 자라는 장면, 전력을 끌어모으는 장면들은 시스템화된 미래 도시의 모습을 잘 그리고 있다. 개개의 인간을 배려하지 않는 약간 전체주의적인 냄새가 나긴 하지만 멋은 있다.
아직 1편에서는 인간관계에 대한 고리들은 약하다. 사령관과 그 아들인 신지가 부자간의 정이 없는 관계라는 것 외에는 별다른 관계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레이와 신지가 가까워질 것이라는 암시를 주면서 마무리하고 있다. 새로운 에바의 파일럿이 등장하여 이들 사이가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고... 후속편에서 여기에 대한 이야기도 풀릴 것 같다.
가장 궁금한 것은 마지막의 결말이다. 과연 인류는 구원을 얻을 수 있을 것인가? 그리고 그 구원은 누가 줄 것인가? 사도만 물리치면 구원이 오는가? 그리고 NERV를 움직이는 최상위 피라미드의 꼭지점은 누구인가? 등도 궁금하다. 보면 볼수록,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궁금해서 다음 편을 기다리게 되는 것 같다.
영화를 보고 강변역에서 지하철을 기다리는데, 지금 내가 서 있는 역의 풍경, 멀리 한강 너머의 스카이라인, 도시의 무표정한 사람들.... 일본 애니메이션의 한 장면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