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회 이벤트에 선정되어서 봤다. 50대 아줌마의 사랑 이야기이다. 딸과 사귀던 하숙생이 딸에게 차이자 동정하다가 사랑하게 되고, 둘은 애기도 낳는다. 딸과 남편은 펄쩍 뛰지만 나중에는 포기당한다.
이 영화의 특징은 간결하고 무감한 듯한 대사들이 장면 장면에 생명을 불어넣는 느낌을 준다. 아줌마와 남편이 잠을 자는데, 이 아줌마가 갑자기 벌떡 일어나면서 말한다
"여보, 미안해요. 나 사랑하는 사람 생겼어요. 그 사람한테 갈게요"
하면서 바로 건너방 하숙생한테 가버린다. 말도 안 되는 장면이지만 영화는 생생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그리고, 감독의 독특한 상상력이 표현된 장면이 있는데, 바로 하숙생과 아줌마가 사랑을 나누는 소리가 온 동네에 퍼져서 동네 부부들이 그 소리에 자극받아 동네 잔치를 벌이고, 동네 잔치 후에는 집으로 돌아가 사랑을 나누고, 동네 아줌마들이 모두 애기를 가져서 배 부른 아줌마들이 골목을 누비는 장면이다. 현실에서는 불륜으로 여겨지고, 동네 사람들한테 손가락질 받을만한 그들의 행동이 절대로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없지만 영화적 환상 속에서는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서 약간 허황되고, 과장되게 표현한 것 같다.
한 가지 이해할 수 없는 것은 하숙생 남자의 감정이다. 딸한테 차이고, 아줌마의 위로를 받으면서 고마워할 수는 있지만, 그게 사랑으로 발전하기에는 너무 개연성이 부족하고, 이 하숙생의 독특한 여성 취향이나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 혹은 심리의 발전 과정 등이 잘 드러나 있지 않아서 공감할 수 없었다.
문제는 시사회를 한 목적이 마케팅 방향을 설정하기 위해서인데, 정말 마켓팅의 초점을 어디에 맞춰야 할지애매한 것 같다. 20대가 보기에는 감각이 좀 떨어지고, 40-50대가 보기에는 너무 비현실적이다. 아마도 등장인물 중에서 감정을 이입하고 공감할 만한 인물이 별로 없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 아무튼 무료라서 부담없이 잘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