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설날 특집 아시아 영화로 일본 영화 『거북이는 의외로 빨리 헤엄친다』를 봤다. 작년에 스폰지의 일본인디영화제에서 상영한 영화이다. 영화제가 끝난 다음에 영화에 대한 정보를 접해서 보지 못한 것이 안타까웠던 영화인데, TV에서 볼 수 있게 되어서 좋았다.
스즈메의 삶은 정말 평범 그 자체이다. 도무지 눈에 띄지 않는다.자신이 너무 평범해서 스스로도존재감이 없다고 느낀다. 그러다 우연히 스파이 모집 광고를 보고 스파이로 활동하게 되는데, 스피이 임무는 평범하게 눈에 띄지 않게 생활하는 것이다. 쉽게 얘기하면 늘 하던 그대로만 하면 되는 것이다. 늘 하던 행동들이라도 그 행동들이 스파이 활동의 일부라고 의미를 부여함으로써 그 평범한 일상 생활들이 즐겁고, 뿌듯하게 느껴진다. 그리고, 평범하게 살아가는 것이 어떻게 보면 쉽지 않은 일이라는 것도 느끼게 된다.
라면집에서 스파이 활동을 하는 주인은 맛있는 라면을 만들 능력이 충분히 있는데도 스파이 활동을 위해 눈에 띄지 않도록, 맛이 있는 것도 아니고, 맛이 없는 것도 아닌 어중간한 라면을 정말 노력해서 만들어가면서 살기도 한다.
평범함의 미학을 드러내는 감독의 특이한 상상력이 웃음을 전달하고, 한편으로는 감동을 준다. 우리의 평범한 삶이 정말로 아름답고, 위대한 삶이라는 메시지를 잘 전달해주고 있다.
이런 주인공의 평범함을 드러내기 위해서 친구인 쿠자쿠를 등장시키는데, 쿠자쿠는 결코 평범하지 않는 튀는 행동의 소유자이다. 가방 꾸미기, 대박 경마, 바닷가 집, 평범하지 않은 패션, 그리고 파리를 동경하는 꿈 등.... 주인공과 대척점에 있는 쿠사쿠의 삶은 우리가 바라는 것일지도 모른다. 행운과 재미로 가득 찬 삶의 모습인데, 감독은 그런 삶이 과연 행복한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제기한다. 실제로 쿠자쿠도 평범하게 살아가는 스즈메의 삶이 행복해 보인다고 말하기도 한다.
자신이 평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삶이 재미없다고 생각하고, 의미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스스로 의미를 부여하면 평범한 삶은 평범하지만 평범하지 않은 삶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