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광복은 고등학교 철학교사다. 고등학교 철학이라서 입시와 크게 관련을 맺지 않는다. 그래서 아이들이 철학 선생님을 어렵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학생들이 자신의 어려움을 털어놓으면서 상담을 요청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럼 안광복은 철학교사이므로 철학적인 지식과 사고, 철학자에 대한 이야기로 아이들을 상담해준다. 이 책은 그런 철학적 상담을 바탕으로 한 책이다.
상담의 사례가 구체적으로 나오지는 않았고, '인간관계가 나를 괴롭힐 때', '서로 다른 믿음이 관계를 악화시킨다면' 등과 같이 추상적이다. 따라서 우리에게 해주는 말들도 추상적일 수밖에 없고, 구체적인 적용은 개인이 자신의 상황에 맞게 적용해야 한다. 추상적이라고 비판할 수도 있지만, 상담이라는 것이 문제를 해결해주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해결하도록 도와주는 것이므로 이런 방법을 수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 중에서 몇 가지 인상적인 생각들을 뽑아보았다.
1. '역설적 의도'로 마음의 병을 씻어라.
컴플렉스는 떨치려고 하면 더 심해지는 속성이 있다. 이럴 때 콤플렉스를 감추거나 버리려 하지 말고, 오히려 더 드러내는 것이다. 이런 치유법이 오쿠다 히데오의 소설 『
공중그네』와『
인더풀』에 나오는 닥터 이라부의 치료 방식이다. 환자의 환부를 드러내어 그것을 극복할 수밖에 없게 함으로써 고치는 것.
2. 나이듦에 대하여
나이가 드는 것에 대해 두려워 하거나, 노인에 대해서 잘못된 생각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여기에 대한 키케로의 얘기를 한다. 키케로는『노년에 대하여』라는 책에서 노인에 대한 삐딱한 생각들을 풀어낸다.
첫째, 나이가 들면 일을 할 수 없다고 하는데, 육체적인 일은 잘 못하지만, 경험을 살리는 일을 할 수 있다. 둘째, 체력이 떨어지는 것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 그것은 자연의 순리다. 대신 마음과 정신을 갈고닦는 데 힘써야 한다. 셋째, 생활의 즐거움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육체가 재촉하는 욕망에서 벗어나는 것이 오히려 즐거움이 될 수 있다. 넷째, 배움과 학식에 빠지기 좋다. 다섯째, 죽음이 두려워질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젊은이의 준비되지 않은 죽음보다 노인의 준비된 죽음은 편안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
3.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
우리는 좌절에 빠졌을 때, "힘 내. 노력하면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어."라고 위로하지만, 에픽테토스는 좌절에 빠져 있을 때 반대로 얘기한다. "세상은 원래 다 그래. 네 팔자가 그런 것을 어떻게 하겠니?" 이게 무슨 위로가 되겠는가 생각하겠지만, 그의 생각을 조금 풀어보자.
온갖 노력을 해도 극복할 수 없는 것이 있다. 극복할 수 없는 것에 매달려서 자신을 낭비하는 것보다는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명확하기 가리고, 포기할 것은 포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모든 것을 운명으로 돌리고, 포기하라는 얘기는 아니다. 최선을 다했지만 실패했을 때 그 결과를 겸허하게 받아들이라는 것이다. 합리적으로 생각해서...
전체적으로 봤을 때 고등학생이나 대학생이 읽기에 좋은 책이었다. 어렵지 않으면서 전범이 되는 인물들의 사상을 통해서 삶을 되돌아 볼 수 있으니까 말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사상과 얘기들을 어떻게 자신의 삶에 적용시켜서 자신을 발전시키느냐 하는 것인데, 독자들에게는 짐이 좀 무거워 보일 수도 있어 보인다. 그러나 한 권의 책으로 모든 고민이 해결될 수는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버리고 읽는다면 오히려 빛이 보이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