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어떤 블로거가 추천한 것을 보고 읽게 되었다. 책을 많이 읽는 사람들, 독서가들을 인터뷰하면서 그 사람들이 책에 대해서 생각하는 것들을 쓴 책이라고 했다. 그래서 책을 많이 읽는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하면서 책을 읽는지 궁금해서 읽게 되었다.
그러나 인터뷰가 내가 생각한 인터뷰가 아니었다. 인터뷰를 하는 사람(정혜윤)의 주관이 상당히 많이 들어가서 그 주관에 공감을 하지 않으면 인터뷰의 흐름을 잡지 못해서 그 독서가의 생각을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어떤 사람을 보면 이 책이 생각나는데, 그 이유는 이런 느낌 때문이라고 하는 식으로 인물에 대한 소개를 하면서 글을 시작하니 그 책에 대해서 듣도 보도 못하고, 그 느낌을 공감하지 못하면 인물에 대해 들어가지 못하고 겉에서 빙빙 돌기만 한다. 결정적으로 인용한 책의 대부분이 외국책이라서 외국책은 거의 읽지 않는 나로서는 견디기 힘들었다. 그래서 50쪽도 읽지 않고 덮으려고 했다. 그러나 한 번 잡은 책은 절대로 놓지 않는다는 오기가 또 발동해서 결국 끝까지 다 읽기는 했다.
음.. 주관을 이렇게 많이 넣은 것을 보면 이 책은 독서가들을 드러내기 보다는 독서가들을 통해서 자기를 드러내고자 하는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닌가 생각이 든다. 그런 의도였다면 책의 구성이나 제목들을 좀 다르게 해야 독자들이 오해가 없지 않았을까 싶다. 내가 지금 또다른 오해를 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지만....
그런 면에서 황경신의 『
그림같은 세상』이라는 책과 비교할 만하다. 황경신의 책도 그림에 대한 감상을 지극히 주관적인 견해로 풀어낸 책인데, 그림은 원래 "이렇게 주관적으로 보는 것이다"라고 말하고서 쓴 책이기 때문에 그 글쓴이의 주관에 공감하지 못해도 크게 개의치 않았었다.
하지만 정혜윤의 책은 그런 기반 없이 주관을 드러내서 편하지는 않았다. 주관을 그렇게 드러내는것이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독자의 입장에서는 공감하지 못하는 개인의 주관이 힘겨웠다는 것이다. 만약 그 주관이 나의 주관과 맞았다면 정말 괜찮은 책이었겠지만, 그러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인터뷰한 독서가들 중에서는 임순례 감독의 삶이 기억에 남는다. 학교 때에는 뭐할지 몰라서 책만 읽었지만, 결국에는 자신의 길을 찾아간다는 것. 우리 반 놈들도 저 놈이 커서 뭐가 될지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는 놈들이 많은데, 결국에는 자기 갈 길잘 찾아갈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봤다.
다시 책 얘기로 돌아와서, 작가의 주관과 독자인 나의 주관이 어긋날 때 해결방법은 하나다. 나의 경험치를 높여서 나의 주관이 작가의 주관을 포괄할 수 있을 만큼 크게 넓히는 것이다. 하루아침에 되지는 않겠지만, 책을 읽으면서 꿈꿔볼 만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