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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 108] 두 글자의 철학: 기획만 마음에 들다
    행간의 접속/인문 2008. 12. 21. 13:56
    두글자의 철학
    카테고리 인문
    지은이 김용석 (푸른숲, 200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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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글자로 된 단어들을 주제로 쓴 책이다.인간에관한단어들도 있고,감정에 대한단어들도 있고, 관계에 대한 단어들도 있고... 결국 이런 단어들을 통해서 인간과 철학에 대한 생각을 풀어놓았다. 책에는 모두 26개의 단어들만이 나왔지만 원래는 50여개 단어들을 생각하고 있었단다. 그러나 너무 많이 하면 산만할 것 같아서 많이 추렸고, 자료 준비가 부실한 것도 추려서 책을 만들었다.

    1부는 인간의 조건으로 생명1,2, 자유, 유혹, 고통, 희망, 행운, 안전 등이 있고, 2부는 감정의 발견으로 낭만, 향수, 시기, 질투, 모욕, 복수, 후회, 행복, 순수, 3부는 관계의 현실로 관계, 이해, 비판, 존경, 책임, 아부, 용기, 겸허, 체념 등이 있다. 그런데, 사랑은 없다. 사랑에 대해서 말하려면 1권 정도는 할애해야 할테니 말이다.

    유혹은 상호소통적 행위라고 한다. 소통은 즐거움이다. 생명의 기운을 유지하고 즐겁게 살기 위한 근본 조건이자 삶의 지혜라는 인식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 그러면 유혹한다는 것은 상대방에게 인간적으로 접근하는 방식이 되고, 유혹 당하기는 유혹을 받아주는 지혜를 발휘하며 자신의 욕망을 실현하는 행위가 된다. 결국 유혹은 인간과녜 맺기의 한 방식이다. 일반적으로 유혹하면 생각하는 것이 불순한 목적으로 상대를 이용하는 것으로 생각하는데, 다른 면도 생각할 수 있는 것 같다.

    순수에서는 지독하게 이성주의적인 사회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한 사람이 어떤 발언을 하면 듣는 사람은 그 의미를 따진다. 맥락과 상황을 고려하면서... 그 발언을 순수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이런 경향이 심화되면 삶은 정치화된다. 의도 파헤치기는 지독하게 이성적인 작업이다. 모든 것을 이성적 분석의 대상으로 삼는다면 순수한 감정의 순간조차 부정된다. 감성과 감정은 삭제된다. 순수를 얘기하기 위해 불순을 얘기한다.

    관계 이야기도 있다. 관계 만들기에서 중요한 것은 바로 '사이'를 최적의 상태로 유지하는 것이다. 완전히 독립적인 너와 나에게 사이의 의미가 없듯이, 완벽히 뭉쳐진 우리도 그 의미를 잃게 된다. 그래서 사이를 잘 조정하는 것은 함께 있음과 떨어져 있음을 동시에 실현하는 것이다. 제대로 이루어진 관계는 너와 나의 개체성과 자유가 인정됨과 동시에 상호 연대감이 형성된다. 나는 관계에 대해서 추상적으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 부분을 읽으면서 약간 구체화되는 느낌이 들었다. 결국관계는 하나로 정의되는 것이 아니라 유동적이라는 것인데 이런 딱딱하지 않음이 마음에 든다.

    이해에 대한 얘기를 하면서 용서에 대해서도얘기한다. 용서는 일상에서 많이 접하는 것이기 때문에 관심이 간다. 현실에서 용서는 항상 '어느 정도의 망각'과 '약간의 무시'와 '많은 편의'를 동반하는 행위이다. 즉 용서한다고 믿고 그 믿음의 편리함을 취하는 행위이다. 그래서 '대충 넘기지' 또는 '참고 넘어가지' 같은 일상적 요령을 발휘하기도 한다. 우리가 일상에서 용서가 안 되어 고민하는 이유는 성인 수준의 용서 행위를 바라기 때문이며, 용서의 기능적인 면과 기술적인 면을 간과하기 때문이다. 또한 감성적인 영역인 용서를 이성적으로 접근하려 하기 때문이다. 용서를 쉽게 생각하자. 용서하면 편리한 것으로...

    비판에서는 대안을 제시해야 하는가에 대해서 비판한다. 비판의 본질은 잘못을 지적하는 것이다. 따라서 반드시 대안을 제시할 필요는 없다. 시민이 공공사업의 잘못을 비판하려 한다. 그러나 전문가가 아니므로 대안 제시를 할 능력은 없다. 대안을 제시하지 못한다고 해서 비판하지 못한다면 누가 비판할 수 있겠는가? 다양한 비판을 통해서 대상은 건강해지고, 튼튼해진다.

    책임도 관심이 간다. 책임을 피하는 궤변 유형이 있다. 첫째는 책임의 소재를 사람에 두지 않고, 상황이나 주위 사정에 전가하는 것이다. 둘째는 책임의 소재를 모두에게 둠으로써 아무도 책임지지 않으려는 것이다. 사실 내가 관심있는 책임은 공적인 영역이 아니라 사적인 영역에서의 책임이었다.한 사람이 "내가 책임질게"라고 큰 소리치고, 일을 벌이고 그 일이 제대로 되지 않았을 때 그 사람이 책임을 져야 하는데, 그 사람은 그럴 능력이 없다. 그렇다면 책임진다는 것은 과연 무엇인가?그 자리에서 물러나는 것인가? 물러나면 책임을 진 것인가? 그 일 때문에 피해 입은 사람들은 어떻게 되는 것인가? 원상태로 돌릴 수 없는데.... 피해 입은 사람처럼 책임이 있는 사람도 피해를 주어야 하는가? 결국 처음으로 완벽하게 돌리는 것이책임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런데 그런 것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나는 누군가가 "내가 책임질게"라는 말을 믿지 않는다.

    이밖에도 여러가지 단어들이 있었지만, 딱히 공감할 만하지는 않았다. 주제 단어에 따라서 말랑말랑하게 가는 것이 있고, 학술적으로 가는 것이 있었는데, 이런 편차가 좀 낯설었다. 기획은 좋았지만마음에 들지는 않았다. 이런 기획으로 나도 글을 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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