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에 한겨레21에서 인터뷰 특강을 했고, 그것을 책으로 낸 것이 『
7인 7색 21세기를 바꾸는 교양』이었다. 이 책은 1년 후인 2005년에 했던 인터뷰 특강을 책으로 낸 것이다. 역시 말로 풀어냈던 것을 책으로 엮은 것이라 편하게 읽을 수 있었다. 강사별로 생각할 것들을 몇 가지 뽑아보았다.
한비야 월드비전 긴급구호팀장은 우리 나라의 위상에 대해서 얘기를 했다. 우리나라가 여러 부문에서 그래도 잘 나가고 있지만, 실제로 다른 나라 사람들이 우리 나라를 어떻게 여기는가를 보면 우리나라는 친구가 없는 나라라고 말한다. 우리보다 잘 사는 나라도 우리를 친구로 여기지 않고, 못 사는 나라도 우리를 친구로 여기지 않는다. 우리는 세계화, 국제화 하면서 세계로 뻗어나가고 있지만, 친구로 만나는 것이 아니라 경쟁자로 만나고 있다. 그러니 모두가 경쟁의 대상일 뿐 사랑과 나눔의 대상으로 생각할 여지가 없다. 정말 무엇을 위한 세계화, 국제화인지 생각해 봐야 한다.
이윤기는 21세기에 신화의 중요성에 대해서 얘기한다. 지금 나오는 모든 문학 작품들이 신화의 패러디이다. 이미 이전 사람들이 이룩해 놓은 것에 모습만 다르게 해서 끝없이 패러디되고 있다는 것이다. 신화를 벗어나서 새로운 것을 창조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신화는 인류의 가장 깊은 지혜의 보고라 생각하고, 그래서 중요하다고 말한다. 한편으로 나는 신화를 벗어난 새로운 창조에 도전한다면 그것도 의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해본다.
홍세화 기획위원은 지난 번에 이어서 물신주의 풍토를 비판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소유와 물질이 중요하다 하더라도 인간을 위한 것일 때에만 의미가 있는데, 지금의 모습은 인간이 설 자리가 없어지고, 실현할 자아가 없어지고, 더 큰 문제는 이런 상황을 문제시 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말한다. 또한 헌법 1조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에서 민주주의는 정치적으로 어느 정도 이룩했지만, 공화국, 즉 공공성은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말한다. 공화국은 왕정이 아닌 제도화된 이념적 지배 형태로만 알고 있지 공공성이라는 본래의 정신은 실종됐다는 것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사적 이익을 추구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이러한 사익의 추구는 공공성의 문제와 긴장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이런 긴장이 사라진 사회에서는 결국 모든 공적 부문들까지도 사익을 추구하기 위한 장으로 변질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공화국이라는 말 속에 공공성이 있다는 얘기는 처음 들었다. 그리고, 사적 이익이 혼자 잘 났다고 앞서 가는 것이 아니라 공적 이익과 긴장하면서 함께 가야지 된다는 것도 알았다. 그런데, 이 정부는 공공부문들을 선진화한다는 이름으로 경쟁으로 몰고, 민영화하여 사적 이익을 극대화하려고 한다. 두 눈 뜨고 지켜봐야 한다.
사교육비 문제도 마찬가지다. 사교육에 드는 비용을 모두 공교육에 투자한다면 교육의 질은 향상될 것이고, 무상교육도 실현될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계층간 연대와 세대간 연대도 실현되어 사회환원 의식까지 생긴다. 나를 교육시킨 것은 국가이므로 국가를 위해서 무엇인가를 해야겠다는 생각말이다. 지금은 그런 것이 없다. 나를 교육시킨 것은 우리 부모, 혹은 나니까 국가나 사회를 위해서 무엇을 하겠다는 생각보다는 그동안 투자한 비용을 회수하기 위해서 최선을 다할 뿐이다. 사회환원 의식, 그런 말은 들어보지도 못하게 된다.
결국 모든 문제를 개인에게 떠넘길 때 우리 사회는 험악해지고, 자아실현 역시 미래에 대한 불안 때문에 일찌감치 단념해야 하는 상황이 된다. 우리가 극복해야 할 숙제이다.
그밖에 박노자, 한홍구, 오귀환의 강연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