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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 80] 처음연애: 처음이라서 상큼한, 그러나 아쉬운...
    행간의 접속/문학 2008. 9. 8. 23:18
    처음연애
    카테고리 청소년
    지은이 김종광 (사계절, 2008년)
    상세보기

    김종광의 옴니버스 소설이다. 처음연애를 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시대별로 고찰하였다. 50년대 전쟁 후, 60년대 419, 70년대 유신, 80년대 민중화 운동과 노동자 대투쟁, 90년대 문민정부와 컴퓨터 통신, 2000년대 휴대전화와 인터넷 등 사회 문화의 변화 속에서 연애를 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다양하게 나타난다.

    처음연애를 하는 사람들의 설레임이 잘 드러나 있으면서 기대감에 부풀게 하는 것 같다. 그 이후에 어떻게 되었는지는 모른다. 제목이 처음연애니까 처음만 그린다. 그게 이 소설의 목적이다. 그러다 보니 나오는 인물들은 대개 중고생이거나 많아야 20대 초반이다. 그러니 이리 부딪치고, 저리 부딪치면서 시행착오하고,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면서 달려가는 무모함도 나온다. 그러면서 행복을 느끼는 순수함과 풋풋함이 또한 미소짓게 만든다.

    인상적인 작품은 「월드컵」이라는 작품이다. 월드컵 때 모든 학생과 선생님까지도 모두 월드컵 응원에 빠져 있을 때, 월드컵에 관심이 없는 두 학생이 서로 마음을 나누는 이야기이다. 마음을 나누고 싶어서 나눈 것이 아니라 그럴 수밖에 없어서 그런 것이다. 탄수는 문학을 하고 싶은 학생인데, 광장공포증이 있어서 사람 많은 곳에 못 가서 월드컵 응원을 안 간 것이고, 가희는 공부하는 것이 좋아서 월드컵 응원을 안 간다. 가희가 공부를 좋아한다고 해서 공부를 잘 하는 것은 아니다. 그저 호기심이 생기면 생각하고, 푸는 것을 재미있어 할 뿐이지, 시험 공부를 요령있게 해서 성적이 좋은 것은 아니다. 그저 공부를 즐긴다. 그런 가희의 모습을 보면서 탄수는 자기의 모습을 바라본다. 여러 문학상에 도전하지만 별다른 성과가 없어서 좌절하고, 포기하려 하고, 문학 자체의 즐거움은 보지 못한 것이다. 가희의 모습을 통해서 탄수는 문학의 목적이 입상이 아니라 그 자체가 즐거움일 수 있음을 깨닫고 창작 활동을 한다는 얘기이다. 그런 가운데에서 섬세한 교감을 하는 이야기이다.

    아쉬운 것은 옴니버스라고 해서 각 단편의 인물들이 짜임새있게 연결되는 줄 알았는데, 그렇지 못한 것이 아쉬웠고, 김종광 특유의 의뭉스러움과 풍자가 많지 않아서 좀 아쉬웠다. 그동안 김종광의 다른 작품들이 많이 나왔었는데, 못 본 것이 있었다. 시간 내서 그 작품들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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