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 창제와 관련된 비사를 작가의 상상력으로 채워넣은 팩션이다.
집현전 학사들이 경복궁 안에서 살해당하고, 채윤이라는 겸사복이 수사를 한다. 피살된 학사들이 작약시계의 일원임을 알게 된다. 결국 집현전의 작약시계에서 주상의 은밀한 명을 받아 한글을 만들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고, 한글 창제를 반대하는 집단에서 범행을 저질렀다는 것을 밝혀낸다.
이러한 줄거리 속에는 세종의 업적들을 삽입함으로써 역사적 신빙성을 높이려 하고 있다. 즉, 장영실을 통한 과학기술의 진흥, 집현전의 여러 저술 활동을 통한 농사, 음악, 역사, 지리, 언어의 발달 등을 얘기하고 있다. 그러나 경학 중심의 보수적인 학풍 때문에 주상의 뜻대로 하지 못하는 상황들을 제시함으로써 극적인 갈등과 긴장감을 유발한다. 즉, 장영실이나 박연 등이 쫓겨나는 장면들이나 한글을 창제하는 과정이 비밀리에 진행되는 등이 그러한 예이다.
이야기는 겸사복 채윤의 시선으로 사건을 쫓아가면서 풀어나가는데, 1권이 살인사건을 통해서 단서들을 뿌리고, 2권이 그것을 풀고서 맺는 구성이다. 그런데, 2권에서 풀고 맺는 구성이 느슨한 느낌이 든다. 1권에서는 긴장감이 팽팽했었는데, 2권에서는 최만리를 중심으로 한 경학파를 범인으로 몰고 가면서 답이 뻔하게 보여서 아쉬웠고, 그것을 만회하기 위해 막판에 범인은 최만리가 아니라 직제학 심종수라는 반전을 집어넣었지만 반전의 효과는 미미했다.
전에 읽었던 작가의 최근 작 『
바람의 화원』과 비교해보면 그래도 이 작품이 훨씬 괜찮은 것 같다. 긴장감이 풀리긴 했어도 추리의 과정은 내밀했으니까 말이다. 『바람의 화원』을 읽으면서도 계속 머리 속에 드라마나 영화로 만들었을 때의 배역을 생각했었는데, 이 작품도 마찬가지였다. 특히 소이 역에는 소이현이 어울리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영상화되지는 않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