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홉살 꼬마의 시선으로 본 세상을 그린 성장소설이다. 주인공 가족이 서울의 달동네에서 오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다니던 공장에서 일하다 한쪽 눈을 못쓰는 어머니와 의협심과 정의감이 있는 아버지 밑에서 나는 건강하게 자란다. 달동네에는 부모없이 사는 누이와 골방 아저씨, 토굴할매,예쁜 윤희 누나, 아랫동네 아이들, 외팔이 하상사와 여러 이웃들과 함께 어울리면서 산다.
아이 시선으로 달동네의 일들을 그리기 때문에 자칫 비참해 보일 수 있는 사건들이 훨씬 더 객관화되어 우리의 가슴에 박힌다. 자식 없이 혼자 사는 토굴 할매의 죽음이라든가, 골방 아저씨의 자살 등이 대표적인 예이다. 한편 아이이기 때문에 여자 친구인 우림이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해서 생기는 일화는 독자들에게 웃음을 자아낸다.
이전에 읽었던 박상률의 『
봄바람』과 여러 가지로 비교할 수 있다. 둘 다 아이의 시선으로 세상을 그린 성장 소설이다. 순수한 감성으로 세상을 들여다 보았다는 정서와 주제 의식, 그리고 첫사랑의 애틋함이 비슷하다. 반면 『봄바람』의 훈필은 15살이고, 섬마을에서 살고 있으며 서울에 대한 동경으로 가출을 통해 성장을 경험하지만, 『아홉살 인생』의 나는 9살이고, 서울에서 살고 있으며 가출은 하지 않으면서 숲을 드나들면서 성장을 경험한다. 그밖에 주변 인물과 사건이 주인공과 얼마나 연관을 맺으면서 긴밀하게 짜여졌는가를 봤을 때에는 『아홉살 인생』이 좀더 잘 짜여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