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는 일본의 괴짜 시인이자 록 가수이자 사업가이다. 처음에는 바를 개업해서 돈 벌고, 자서전을 쓰고서 출판하려는데, 아무데서도 받아주지 않자 자기가 출판사 세워서 출판하고, 베스트셀러가 되고, 그리고 노래도 만들어서 일본 열도를 돌아다니며 게릴라 콘서트도 하고, 그러다 결혼하고 출판사에서 손 떼고 2년동안 세계여행하고... 이 책이 그 여행의 결과물이다. 나이는 나랑 동갑인데, 나보다 먼저 세상에 자신을 던지고, 나보다 먼저 세상을 감싸안는 느낌이 든다.
2. 새로운 색깔의 여행기
이제까지 내가 읽은 여행기는 여정과 견문과 감상이 있는 여행기였다. 대부분이 여정과 사건의 비중이 컸고, 그 다음이 감상이나 사색의 비중이 큰 여행기들이 좀 있었다. 그런데, 이 여행기는 여정도 별로 없고, 견문은 거의 없고, 감상은 산문 조금에 시적인 짧은 구문으로 되어있다. 시의 범위를 좀 너그럽게 넓혀 보면 어느정도 시라고 할 수 있는 글들이 있는 그런 여행기이다.
그런데, 이런 시적인 여행기가 구구절절 구체적으로 하나하나 묘사하고, 설명하는 여행기보다 오히려 여행의 느낌을 더 잘 전달하고 있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별 소리
대초원의 밤
귀를 쫑긋거리자
바람이 멈춘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완벽하게 적막한 시간'을 체험한다.
완전한 정적에 들어선 순간, 이유도 없이, 두려워졌다.
얼마나 지났을까
샤라샤라샤라라라라라...
하늘 가득한 별들의 소리가 들린다.
별에도 소리가 있다.
이 시는 작가가 몽고의 초원에서 밤에 경험한 별 소리를 적은 글이다. 이 때의 감동을 전달하기 위해서 "여기는 몽고의 어느 초원이고, 몇 시까지 뭐하다가 문득 밤에 나가보니.. 어쩌구저쩌구.... 별소리가 들렸다."라고 친절하게 설명했다면 "독자들은 별이 무슨 소리가 난대?" 하면서 반신반의했겠지만 이렇게 시로 느낌을 쓰니 '그럴 수도 있겠다. 나도 대초원에 가면 별소리를 들을 수 있을까?'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나 자신이 시적인 글을 잘 못 써서 그런지 이런 표현을 하는 사람들의 글이 더 와닿는 것 같다.
3. 가장 인상적인 시
작가의 생각은 제목 그대로 '사랑과 자유'로 압축된다. 이런 생각의 뿌리에서 몇 가지 삶에 대한 구체적인 가지들이 나온다. 그 중에서 가장 인상적인 시를 인용해본다.
심플
세계를 방랑하면서
복잡하고 어려운 것들이 심플하게 변해버렸다.
커다란 것, 드넓은 것, 복잡하고 다양한 것들을 접할수록
대단한 것들이 매우 작아졌다는 생각을 한다.
아버지, 어머니, 동생, 그녀, 친구들.....
'소중한 누군가'를 위해 시작한 작은 일들이
결과적으로 커다란 세계를 행복하게 해주는 것이다.
해설이 필요없는 시이다. 심플한 것들과 거대한 것들의 전복 속에서 행복의 진리에 도달하는 모습이다.
4. 내 글에 대해서
나도 글쓰기 방식을 다양하게 바꿔보고 싶다. 내 글은 너무 딱딱하고 설명적이어서 쓰면서 항상 부족한 느낌이 든다. 언어는 현실이나 정서나 생각을 옮기지만 그대로 나타낼 수는 없다. 그게 언어의 한계이다. 그러나 언어의 한계를 뛰어넘는 것이 바로 시이다. 시를 쓰지는 못하더라도 시적인 글이나 표현에 대해 생각해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