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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병 |
카테고리 |
여행/기행 |
지은이 |
박동식 (북하우스, 2007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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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파스 이벤트에 당첨되어 경품으로 받은 책인데, 작가가 티벳을 여행하고 와서 쓴 에세이다. 언젠가 나도 티벳을 가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서 읽어보았다.
1. 조장에 대하여
조장이란 장례 풍습의 하나인데, 죽은 사람을 새가 먹도록 하는 장례이다. 문명(?) 사회에서는 접할 수 없는 문화이기에 작가는 힘들게 힘들게 조장터에 간다. 그리고 장례 치르는 장면을 사진으로 담는다. 조장을 진행하는 사람을 돔덴이라고 하는데, 이 사람이 벌거벗은 망자를 갈고리와 칼로 가르고, 도려낸다. 발바닥도 가르고, 배도 가르고, 살들이 나뒹굴고, 피비린내가 진동한다. 흥분한 독수리들이 조장터 안으로 뛰어들기도 하는데, 유족들은 독수리들을 막고 있다. 형체를 알아 볼 수 없을 정도로 난도질한 후에 독수리들을 들여보내서 먹게 한다. 살은 다 먹고 뼈만 남았을 때 뼈를 부수고 빻아서 다지고 그것마저도 독수리들에게 내준다.
직접 본다면 정말 충격적일 것 같다. 죽음이란 내 육신이 고기로 여겨지는 순간이다. 잔인하면서도 비인간적인 것 같은데, 결국 인간도 자연의 일부라는 생각을 하면 약간은 수긍이 갈 수도 있을 것 같은데....
2. 정말 파란 하늘
이 책에는 작가가 직접 찍은 사진들도 많이 담겨 있어서 지루하지 않게 읽을 수 있었고, 사진 속의 풍경들도 정말 깨끗했다. 특히 인상적인 것은 파란 하늘이었다. 코발트색의 정말 티없이 파란 하늘이다. 한국의 가을 하늘도 파랗지만 사진 속에서 본 티벳의 하늘은 더 파란 것 같다. 사진만 보고 있으면 당장이라도 가고 싶은 생각이 든다.
특히 티벳의 신성한 4대 호수(라모라쵸, 남쵸, 마나사로바, 얌드록쵸)의 하나인 얌드록쵸 호수에 비친 파란 하늘 사진은 환상이었고, 물 빛은 투명 그 자체였다.
3. 자전거로 갈 수 있을까?
자전거로 가기는 힘들 것 같다. 정말 힘들 것 같다. 3000m가 넘는 고원을 자전거로 넘는다고? 도로가 포장이 되어 있는 것도 아니고, 휴게소같은 편의시설이가까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러나 힘들 뿐이지 불가능한 것은 아닌가 보다. 작가는 자전거 타는 사람을 만난 얘기도 하고 있다. 이건 여행이 아니라 고행이고, 그래서 수행이다. 웅장한 자연 앞에서 겸손함을 체득하려는 수행....
아닌게 아니라 수행하는 순례자들도 있다. 이들은 오체투지로 라싸까지 간다. 오체투지란 이마와 두 팔과 두 다리를 땅에 대면서 절을 하는 것인데, 3보 1배로 가는 것이다. 자전거로 가는 것보다 더 힘든 것은 말할 것도 없다. 그래서 지나가는 사람들이 보시를 한다. 대단하다는 생각 밖에 들지 않는다.
4. 여행하는 이유
작가는 여행하는 이유를 서문에 적고 있다. 특별하지 않고 단순하지만 와닿는 점이 있다.
"여행이 반복되면서 깨달은 것은 하나다. 여행은 삶을 변화시켜주는 도구가 아니라는 것. 만약 여행이 사람을 성숙시켜줄 수 있다면 세상의 모든 여행자는 지금쯤 성인이 되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여행은 한낱 기호 식품에 불과할 뿐이고 여행자는 그저 길 위를 서성이는 사람일 뿐이다.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여행을 떠나는 이유는 길 위에 있을 때 가장 행복하기 때문이다. 나의 발걸음이 낯선 곳에 있을 때 나는 가장 편하다. 어쩔 수 없는 숙명이다."
길 위에 있을 때 행복하다. 나도 그런 때가 있지만, 나는 집에 있을 때도 또 행복하더라. 여행하기 전에 설렘과 함께 두려움도 함께 온다. 그 설렘이 두려움을 이기면 떠나는 것이고, 두려움이 설렘을 이기면 집에 있는 것이다. 나는 아직 설렘보다는 두려움이 조금 우세한 것 같아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더 많다. 언제나 되야설렘이 두려움을 이기고, 두려움마저도 즐길 수 있는 때가 올 지 모르겠다.
아무튼 가고 싶은 여행지 목록에 티벳도 올려놓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