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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세살 수아 |
감독 |
김희정 (2007 / 한국) |
출연 |
이세영, 추상미, 최명수, 김윤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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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세살, 수아』를 봤다. 사춘기 여학생의 아픔과 성장을 잘 그린 수작이다.
1. 엄마는 나를 모른다.
엄마는 나를 몰라주는 존재이다. 그래서 엄마의 모든 것이 불만이다. 엄마가 밥집하는 것도 싫고, 엄마가 고물상 아저씨랑 가까운 것도 싫고, 엄마가 곗돈 붇는 것도 싫고, 곗돈과 가게집 잃고 간 고물상 콘테이너집은 더 싫고... 모든 것이 싫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그 엄마는 친엄마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아닌게 아니라, 엄마는 수아를 알 수 없다. 남편 잃고 하루 하루 살기 바쁜 엄마는 입에 밥 들어가는 것만 신경 쓰느라 딸이 무엇을 하는지 관심을 가질 수 없었다. 설사 관심을 가진다 하더라도 예민한 시기의 복잡한 심리를 어떻게 알 수 있겠는가?
2. 친구들은 흘러간다.
친구들은 흘러가는 존재이다. 어떨 때는 내 마음을 알아 줄 때도 있어서 친하게 지내면서 비밀도 털어놓고, 우정이 영원할 것이라 생각하지만, 친구들은 변한다. 그 가운데에서 수아는 스스로를 고립시키고, 외부와의 소통에 소극적이며 내부로 내부로 파고든다.
3. 아빠와 윤설영은 내 곁에 없다.
수아를 알아주는 유일한 존재는 아빠이다. 아빠는 죽었지만 아빠의 일기를 통해서 아빠의 생각을 읽고, 아빠와 소통한다. 그리고, 아빠의 일기 속의 여인, 자신의 친엄마 가수 윤설영과도 스크랩을 통해 소통한다. 이 두 사람은 수아를 알아주는 존재이지만, 직접 소통할 수 없는 존재이다. 사실은 소통이 아니라 수아의 일방적인 감정이고, 이 일방성 때문에 수아의 고립감은 더 커간다.
4. 진실의 발견하고 삶을 발견하다.
윤설영의 콘서트를 보기 위해 가출하고, 윤설영에게 아빠의 사진을 주며 자신이 친딸임을 알려주려 하지만 알아보지 못한다. 거기가 윤설영의 끝이었다. 수아는 끝까지 갔다. 끝을 보지 않으면 진실을 볼 수 없고, 성장을 할 수 없다. 윤설영의 끝에서 수아는 진실을 발견하고, 엄마가 윤설영 노래를 잘 해서 아빠가 일기 속에다 엄마를 윤설영이라고 쓴 것임을 알게 된다. 그리고, 아빠의 그늘에서 벗어나 삶을 새롭게 맞이한다.
5. 시간만이 알고 있다.
수아의 성장을 이끈 동력은 표면적으로는 윤설영과의 만남이지만, 사실은 시간이다. 사춘기의 알 수 없는 마음들은 그런 것이다. 고물상 아저씨가 그렇지 않았는가? 시간이 가면 해결해준다고....
6. 감독의 섬세한 연출을 보다.
여성 감독이라서 그런지 여학생의 심리가 정말 잘 드러나 있다. 여학생들끼리 집에서 밤새면서 나누는 대화들도 그렇고, 우연히 친해지는 관계 같은 것들, 그리고, 그 나이 또래의 학생들의 자신도 아무것도 모른다는 그 멍한 표정들은 이 영화의 사실성을 말해준다. 감독의 다음 작품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