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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35, 36] 가난뱅이의 역습, 가난뱅이 난장쇼: 쪼잔하고 즐거운 반란행간의 접속/에세이/인물 2012. 9. 4. 15:34
마쓰모토 하지메라는 일본 사람이 쓴 책인데, 이 사람의 약력을 옮기면 고스란히 이 두 책의 내용이 된다.
1974년 도쿄 세타가야에서 태어났다. 1995년 호세 대학에 입학하자마자 '노숙동호회'에 가입. 1996년 '호세 대학의 궁상스러움을 지키는 모임'을 결성하고 대학 측의 각종 규제에 반대해 찌개 집회, 카레 데모, 냄새 테러 등을 감행. 2001년 반강제로 대학을 졸업한 후 '가난뱅이 대반란 집단' 결성.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스트리트 게릴라 활동을 시작한다. 2005년부터 도쿄 변두리 지역인 고엔지에서 재활용 가게 '아마추어의 반란'을 개점하고 이곳을 중심으로 근처에 얼쩡거리는 가난뱅이, 백수, 얼간이 패거리들을 규합해 틈만 나면 황당한 소동을 벌이고 있다. 2007년에는 스기나미구 구의회선거에 입후보해 선거판을 가난뱅이들의 행방구로 만들기도 했다. 현재 '아마추어의 반란' 5호점 점장으로 일하고 있다.
『가난뱅이의 역습』은 대학시절부터 2009년까지의 활동과 인터뷰 등이 있고,『가난뱅이 난장쇼』는 2009년과 2010년 간의 활동이 일지식으로 기록되어 있다.
읽으면서 이런 자유분방한 사람이 있기에 문화가 생성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문화는 스스로 만들어서 향유해야 즐겁고, 의미가 있지, 자본이 벌인 규칙 속에서의 짜여진 문화 상품은 결코 즐거울 수 없다는 얘기를 하고 있다.
프리랜서 작가와의 인터뷰에서 재미있는 것은 이들의 부모님이었다. 아버지는 마쓰모토가 어릴 적에 갑자기 작가가 되겠다고 선언하고 회사를 그만두고, 어머니는 당신은 아나키스트다, 자급자족 생활을 하겠다고 하면서 마쓰모토가 고등학교 때 이혼하고 전국을 떠돌아다니다가 현재는 나가노의 산골짜기에서 자급자족 생활을 한다고 한다. 그 당시에는 뭐 이런 부모가 다 있나 하고 생각했지만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주변 이웃들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어서 동네 친구들이나 동네 공장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에 익숙하게 생각한 것이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도 다 그렇게 사는 줄 알았단다.
이 사람이 이런 활동을 하는 이유에 대해서 나름 진지하게 얘기하고 있는 부분을 옮겨본다.
경제정책에 실패하여 굶어죽게 생긴다면 곤란하겠지만, 거꾸로 지나치게 경제부흥에 눈이 별개져서 느긋하게 살고 싶은 사람까지 일하라고 채근하는 것은 더 싫다. 우리의 삶이 오로지 채산이나 효율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것은 사양이란 말이다.
개념없이 무질서를 추구하고 세상을 흐뜨러 놓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이 사람은 느긋하게 살고 싶은 사람이다. 세상이 불안을 조장하여 사람들을 쪼는 것에 본능적으로 반응하는 것이다. 결국 행복한 삶에 대해서 진지하게 얘기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그간의 활동으로 보면 술꾼에 난동꾼, 난장쇼의 주범이라 악동 이미지가 돋보이겠지만, 실제로 만난 사람이 쓴 글을 보면 가게에서 주문 전화를 받거나 물건을 매입하거나 배달을 하는 모습을 보면 착실한 자영업자의 모습이란다. 아울러 아껴쓰고, 절약하는 모습을 보면 모범적이기까지하다. 모범적이고 착실한 난동꾼이라....
거대한 반란이 아닌 쪼잔하고 즐거운 반란이 사람들을 움직이고 결국에는 거대한 물결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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