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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 44] 여운형 평전: 좌우를 넘어선 합리적 민주주의자
    행간의 접속/에세이/인물 2012. 9. 26. 10:15

     


    여운형 평전 (역사인물찾기 5)

    저자
    이기형 지음
    출판사
    실천문학사 | 2004-06-30 출간
    카테고리
    시/에세이
    책소개
    우리 민족의 완전한 자주독립을 열망했던 민족지도자 '몽양 여운형...
    가격비교

    몽양 여운형에 대해서 내가 알고 있는 것이 뭐가 있을까? 해방 직후 건준을 조직하여 활동한 것, 테러로 암살 당한 것, 좌익에 가까운 인물이라는 것 정도이다. 그런데 책을 읽으면서 내가 정말 많이 몰랐구나 하는 것을 느꼈고, 새로운 것들을 알게 되었다.

     

    일제 때 임시정부 수립하는 데 힘쓴 것, 파리 강화회의에 대표를 보내기 위해 힘쓴 것, 일본 수뇌부의 초청으로 동경에 가서 연설한 것, 상해에 돌아와서 독립운동을 한 것, 중국 공산당과 국민당을 대상으로 연대와 협력 활동을 한 것, 상해에서 체포되어 투옥된 것, 출소 후 조선중앙일보 사장으로서 언론 활동한 것, 조선 체육회장으로서 체육 진흥에 힘쓴 것, 사장 퇴임 후 봉안으로 내려가 국내 독립운동을 한 것, 해방을 예감하고 건준과 건맹을 조직한 것, 해방 후 건준 활동으로 나라의 기틀을 세우려고 한 것, 신탁통치 결정 후 찬탁하며 미소 공동위에 협조한 것, 좌우합작을 위해 힘쓴 것, 민족 통일을 위해 힘쓴 것, 자질구레한 테러 빼고 큰 것들로만 11번 이상의 테러를 당한 것 등.

     

    건준과 건맹의 활동을 보면 해방 후의 혼란을 에견하고 이를 대비하기 위해 치밀하게 준비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외교강령으로 세계 평화와 조선의 자주성, 독립성을 추구했고, 치안대를 조직하여 치안을 도모했고, 비축 식량을 조사하여 식량난을 대비했다. 해방이 오기를 바라는 사람은 많았지만 실질적으로 준비하고 대비하는 사람은 몽양 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고, 그 부분이 대단하다는 생각도 든다.

     

    그렇게 건준을 중심으로 순조롭게 건국 준비가 이루어졌으면 좋겠는데, 워낙 여러 정파가 있다보니까 혼란은 어쩔 수가 없었는지 조선인민공화국이 수립되어 건준은 해체한다. 그리고 몽양은 인공에 인민위원이 되어 활동하는데, 서서히 좌익 세력에게 밀리게 된다. 책에는 공산당이 중심이 되어 미군정과 대등하게 협상하기 위해 급작스럽게 세운 것이라고 되어 있다.

     

    그리고 신탁통치에 대해서 그는 찬탁을 했는데, 이유는 신탁통치가 식민지로 들어가는 것이 아니고, 임시정부 수립을 하기 위해서는 미국과 소련의 도움을 받을 필요가 있다는 얘기이고, 그렇게 되면 분단을 막을 수도 있다고 하였다. 지금 생각하면 미국과 소련이 순순히 우리가 바라는 통일 국가를 수립하도록 내버려두었을까 하는 의문이 들면서 그가 순진한 생각을 하고 있다고 여겨지기도 한다. 그렇다고 무조건 반탁을 해서 우리가 스스로 하겠다고 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미국과 소련의 힘을 모르고 하는 순진한 생각이었으니 당시를 살았던 지도자들과 평범한 사람들, 그리고 우리 민족의 운명이 어쩔 수 없었다고 말하기에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그의 활동을 보았을 때 그의 사상적인 위치를 가늠하기가 힘들었다. 상해 임시정부에 있으면서 20년대에 러시아에 가서 레닌을 만나 국제공산당의 지원을 받았던 것과 해방 조선인민당을 창당하면서 인민이라는 말 사용한 것을 보면 사상적으로 좌익에 가까운 것 같은데 내용을 뜯어보면 레닌을 만난 것은 민족의 해방을 위해서지 노동자, 농민 계급을 우선시하는 생각을 갖고 그리 한 것은 아니었다. 또한 조선인민당을 창당하면서도 인민이라는 말을 썼지만 그 때에는 그 말이 사상성을 담고 있지 않는 평범한 말이었고, 창당 일성에서도 친일한 사람만 아니면 지주든 자본가든 노동자든 농민이든 함께 할 수 잇다고 하면서 중간적 대중정당의 성격을 갖고 있다. 그렇게 본다면 몽양은 좌우익에 치우치지 않는 합리적 민주주의자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스포츠 활동에 관심이 많아서 본인도 늘 운동을 했고, 조선체육회장으로서 체육 진흥에 힘쓴 것이 이채로웠다. 다른 민족 지도자들의 이야기를 보면 정치 외적인 것에 관심을 가진 사람은 별로 없었는데 몽양은 좀 예외적인 것 같았다. 손기정, 서윤복, 김성집 등 시대를 대표했던 여러 운동선수들을 지원하고, 여러 경기대회를 개최하면서 대중을 만나고, 스포츠맨십으로 대중을 일깨우는 모습은 신선하기까지 했다.

     

    그렇지만 읽으면서 의문이 드는 점들도 있었다. 상해에서 체포되어서 옥살이를 한 후에 나와서 왜 다시 상해 임시정부로 가서 활동을 하지 않았는지가 먼저 궁금하다. 처음에 갔을 때에는 국내에서는 활동하는 것이 힘들다고 여겨서 갔을텐데, 출옥 후에는 여건이 달라졌다고 판단한 것인지, 아니면 상해임시정부 사람들과 맞지 않아서 그런 것인지... 책에는 나와 있지 않다. 그 다음으로 궁금한 것은 조선중앙일보 사장을 그만 두고서 건준을 세우기 전까지 국내에서 활동할 때 아무런 조직 없이 청년들을 만나고, 얘기하고, 교육하고, 연설하는 것이 주된 활동이었는데, 이 활동의 내용과 목적이 뚜렷하지 않다. 마지막으로 궁금한 것은 국내에서 활동할 때 일본 수뇌부나 총독부 수뇌부에서 그를 찾아와서 자문을 구하는 등 어렵게 대했는가 하는 것이다. 그만큼 그가 대단하다는 것인지, 아니면 회유하기 위한 것인지 모르겠는데, 좀 특별하게 대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몽양의 생가가 양평 쪽에 복원되어 있다고 하는데 한 번 가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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