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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랑 |
카테고리 |
소설 > 한국소설 > 역사/대하소설 |
지은이 |
조정래 (해냄출판사, 1994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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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랑 3부를 읽었다. 3부는 20년부터 30년대 초반까지의 상황을 그리고 있다. 주로 러시아 혁명의 영향으로 사회주의 사상이 밀물처럼 들어와서 조선과 만주, 중국, 연해주에 흩어져 있는 조선 청년들을 일깨워 일본과 맞서는 얘기들이 많이 나온다. 일본은 여기에 총칼로 우리 민족을 탄압하면서 여전히 수탈을 한다. 거기다가 조선을 넘어서 만주사변까지 일으켜 만주국을 세우고 중국을 넘보고 있다. 인물 측면에서는 1세대 주인공들이 서서히 물러나고 2세대 주인공들이 등장하고 있다.
2부 인물들 중 국내 인물들을 먼저 살펴보자.
세끼야에게 버림받고, 째보선창에서 떡장사를 하며 아들 삼봉이를 군산의 고보에 보내기까지 하는 보름이, 그러나 서무룡의 도움을 받아서 그럴 수 있었다. 삼봉이는 광주학생운동의 전국 투쟁에 참여하여 구속된다. 득보는 3.1운동 때 공허를 만나 신세호의 집에서 일하고 공부하면서 신세호의 딸 일엽이를 마음에 두지만 신분의 벽을 넘지 못하고 공허의 소개로 장가를 들고 옥녀와 공허의 도움으로 땅을 구해 자작농으로서 사회주의 비밀 운동도 한다. 옥녀는 놀이패로부터 도망쳐 보성의 소리선생으로터 소리를 배우고, 득보를 만난 후 명창이 되어 서울로 가서 송수익의 아들 송가원을 후원하며 마음을 키운다. 송수익의 작은 아들 송가원은 전주고보 동맹휴학으로 퇴학 당한 후, 서울의 학교에 편입한 후 경성제대 의학부에 입학한 후 옥녀의 지원을 받으면서 마음을 나누려 하지만 형의 친구 박정애의 동생 박미애와 얽혀 원하지 않는 결혼을 한다. 공허는 장칠문에게 잡힐 뻔 하다가 가까스로 벗어나고 사회주의에는 참여하지 않는다. 박건식의 아들 동화는 목포상고에 진학하여 광주학생운동의 전국투쟁에 참여하여 퇴학당하고 부두의 사무실에서 일하며 비밀조직운동에 참여한다. 영명중학교 교사였던 고서완은 송중원과 함께 소작쟁의 조종 등을 하다 사회주의 운동에 회의를 느껴 포기한다. 서울의 양복점에서 보조원으로 일하는 손판석의 장남 손일남은 갖은 학대를 받으며 견디다 우발적으로 재봉사를 살해한다. 손판석은 창고지기에서 해고된 상태였다.
국외인물들이다.
수국이는 양치성의 정체를 알게 되고 그를 죽이고 벗어나려 하지만 죽이지는 못하고 송수익과 지삼출이 있는 곳으로 온다.
송수익은 결혼 30년, 고향 떠난지 15년만에 편지를 보내며 아내의 고생을 위로하기도 하다 만주사변으로 관동군 사령부를 폭파하려다 발각되어 체포당한다. 송중원의 동창인 이광민은 홍범도 장군 부대에서 싸우다 자유시 참변으로 연해주의 정보원으로 윤철훈과 함께 활동하며 윤선숙과 마음을 나누다 중국으로 건너가 공산주의 국제연대에 참여한다. 그 후 국공분열로 국제 연대가 깨져 의열단의 방대근을 만나 송수익을 만난다. 방대근의 신흥무관학교 친구 노병갑은 방대근의 무정부주의 투쟁을 제안받지만 거절하고, 한중연합토일군 중대장으로 투쟁한다. 중국공산당 국제연대에 참여했다 돌아온 천수동의 아들 천상길과 김판술 아들 김건오는 조선혁명당군에 입대하여 투쟁한다. 하와이의 방영근은 결혼해서 아들 셋을 낳고 여전히 고향생각을 한다.
국내와 국외를 오가는 인물들이다.
일본 유학을 하고 돌아온 정도규는 후배인 영명학교 교사 고서완과 함께 소작쟁의, 동정파업 등을 조종하고, 신간회에도 가입하여 간부로 활동한다. 송수익의 큰아들 송중원은 3.1운동으로 2년 감옥살이를 하고 장인 신세호의 권유로 일본 유학을 떠나고, 일본에서 허탁과는 사회주의를 학습하고, 홍명준, 박정애와도 알게 된다. 귀국 후 정도규와 연결되어 소작쟁의를 돕다가 어머니와 장인 신세호 등과 함께 체포되어 모진 고문을 당한다. 송중원과 함께 일본 유학을 했던 허탁도 공산주의 국제연대에 참여했다가 깨지면서 천수동의 아들 천상길을 만나 송수익을 찾아가서 송중원과 일가의 소식을 전하고 귀국하여 비밀 조직 운동을 전개한다. 이동만의 아들 이경욱도 일본 유학에서 사회주의를 학습하고, 허탁과 송중원을 만나기도 한다. 귀국 후 아버지의 강압에 못이겨 고시 공부를 하던 중 옥녀를 보고 마음에 품게 되지만 아버지의 흉계를 옥녀가 몸을 망친 것을 알고 죄책감으로 나서지는 못한다. 방대근은 북경 의열단에 입단하여 대일 투쟁을 하고 군산에 잡입하여 보름이와 손판석을 만난다.
친일적인 인물들은 비중이 많이 줄었다.
정상규는 재산 분배 후 만석꾼이 되기 위해 소작인들을 다그쳐서 8천석까지 모으지만 인심을 잃는다. 정재규는 미두로 전재산을 날리고 여기저기서 돈을 꾸면서 천대를 받으며 살아간다. 이동만은 요시다가 물러난 후 새 지배인으로부터 해고당하고 사금광에 투자했다가 사기 당해서 죽는다. 하시모토는 농장을 계속 넓히고, 서무룡은 주먹을 계속 쓰면서 장가도 들고, 장칠문은 주재소 차석까지 올라가고, 양치성은 수국의 칼에 찔려 죽을 뻔하다가 가까스로 살아나서 귀국하여 경찰이 되어 송수익 일가를 체포하는데 공을 세운다.
인상적인 장면은 대목댁의 죽음 장면이다. 대목댁은 박건식의 아내로 목포로 쫓겨와 지내다가 손자 동화의 학비와 생활비를 벌기 위해 일하다 축대에서 떨어져 허리를 다친다. 자식들에게 짐이 될 것 같아 댓돌에 머리를 박고 자결한다. 자결을 마음 먹고 실행하는 과정이 생생하고, 자식과 손자를 위하는 마음이 너무 절절해서 가슴 아픈 장면이다.
그 다음 인상적인 장면은 득보가 빚을 지는 장면이다. 자작농인 득보는 이장과 일본 면서기, 그리고 농기구와 비료회사 영업사원의 강압에 못이겨 탈곡기, 비료, 각종 농기구 등을 구입한다. 쓰면 편하다는 주장이었다. 그러나 그것들을 구입할 비용은 결국 빚이었고, 갚지 못할 경우 땅이 날아갈 판인 것이다. 그것들 없어도 농사는 잘 지어왔으니 꼭 필요한 것은 아니었다. 결국 필요하지도 않은 것들을 강매해서 거기에 매이게 만든 후에 노동을 소외시키는 과정인 것이다.
더 인상적인 장면은 송수익이 가족들의 투옥 소식을 듣고 흐느끼는 장면이다. 남편으로서, 아버지로서 제대로 하지 못하는 죄책감과 더불어 자신으로 인해 가족들이 고통을 받고 있으니 그 마음이 오죽할까. 거기다 조직을 이끄는 지도자로서 자신의 감정을 겉으로 표현하지 못하고 숨겨야 하는 상황에서 다른 살마들이 다 잠든 밤에 밖으로 나와 무릎을 꿇고 흐느끼는 독립투사의 모습은 그 자체로 아픔이다.
3부까지 읽으면서 남녀간의 연정의 비중이 적다는 느낌을 받았다. 살짝살짝 엿보이기는 하지만 인물들이 처한 역사적인 상황 탓에 깊이 있게 가지는 못했다. 그 가운데에서도 지긋하게 가는 사랑이 바로 공허와 홍씨의 사랑이다. 두 사람의 사랑은 철저하게 서로의 상황을 이해하는 데에서 시작해서 서로에게 욕심부리지 않고 마음을 소중하게 간직하다가 만나는 순간에 모든 것을 바치는 사랑이다. 서로에 대한 이해 중에서 홍씨의 마음은 정말 대단하다. 바람같을 수밖에 없는 남편을 기다리는 그 삶 속에서 변하지 않는 마음이니말이다.
읽으면서 해외의 독립운동 양상이 굉장히 복잡하게 돌아가서 정리가 잘 되지 않았다. 또한 통합과 분열의 반복으로 독립에 힘을 모으지 못하는 것이 안타까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