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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랑 |
카테고리 |
소설 > 한국소설 > 역사/대하소설 |
지은이 |
조정래 (해냄출판사, 1994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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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래의 아리랑 1부를 읽었다. 1부는 1900년대 초부터 합방이 된 직후까지를 배경으로 삼고 있다. 역사 속에서 합방은 단순히 나라를 빼앗겨서 우리 민족이 고통당했다고만 추상적으로 얘기하고 있지만 이 소설을 읽으면 그 고통이 구체적이고 총체적으로 삶 속에 녹여 있기 때문에 아픔을 뼈저리게 느낄 수 있다.
인물들을 살펴보면 선악 구도로 되어 있다. 우리 민족의 삶을 대표하는 인물들로 방영근, 지삼출, 송수익, 공허, 신세호, 방대근 등이 있고, 우리 민족을 수탈하는 일본인이나 친일파를 대표하는 인물로 쓰지무라, 하시모토, 하야가와, 요시다, 백종두, 백남일, 장덕풍, 장칠문, 양치성, 이동만 등이 있다.
이 중 송수익과 신세호는 양반 출신인데 독립을 위한 운동으로 다른 방식을 취한다. 송수익은 의병을 일으켜서 무장 투쟁으로 독립을 얻자는 방식이고, 신세호는 서당을 통해서, 서당이 불가해지자 자작을 하면서 후일을 기약한다. 결국 송수익은 의병에 대한 토벌이 심해지자 만주로 떠난다.
방영근, 방대근, 지삼출, 공허는 모두 평민 출신인데, 부모가 모두 동학 운동에 참여한 전력이 있다. 이 중 방영근은 집안의 빚을 갚지 못해 하와이로 팔려가서 고생하고, 지삼출과 공허는 송수익과 함께 의병에 가담한다. 방대근은 후에 지삼출이 의병에서 돌아와 군산으로 갈 때 함께 군산 부두에서 일하다가 함께 만주로 떠난다. 한편 공허는 아버지가 동학에 가담했다고 하여 죽임을 당하자 길거리를 헤매다 한 스님을 만나 입적하고, 의병에도 참여한다.
친일파 인물인 백종두는 중인으로서 이방 출신인데, 나라를 빼앗기는 과정에서 일본 영상관 서기 쓰지무라를 도와 죽산면장 자리에 올라 권력을 휘두른다. 그러면서 그의 아들 백남일을 일본 헌병으로 키우면서 정미소까지 관리하게 하여 재산도 모은다. 장덕풍은 보부상 출신으로 장사를 하면서 동시에 동학 잔당, 의병 잔당 잡기를 하여 일본의 앞잡이 노릇하면서 재산을 모은다. 아들 장칠문을 순사를 시켜서 돈과 권력을 차지하려고 한다. 이동만은 양반 출신이지만 요시다의 밑에서 토지 구입하는 것을 돕는다. 양치성은 구걸하다가 하야가와의 눈에 들어 일본 유학까지 하고 하야가와의 첩보원이 된다.
일본인 쓰지무라는 일본 영사관 서기관으로서 일본 농장주들이 땅을 많이 빼앗을 수 있도록 도와주고, 하시모토는 젊은 농장주로서 죽산면의 땅을 불리기 위해서 온갖 수단을 다 동원한다. 하야가와는 우체국장으로서 양치성을 첩보원으로 키워 비밀 활동을 하고, 요시다는 대농장주로서 호남의 땅을 차지하려고 한다.
그 밖에 이름없는 민초들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민심은 어덯게 흘러가고 있는지를 이들의 입을 통해서 전달하고 있다. 이들은 이름은 없지만 성격들이 다 살아 있어서 마치 삶의 현장에 들어가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그리고 읽으면서 조선을 차지하기 위해서 일본인들이 얼마나 악독하게, 그리고 친일파들이 얼마나 파렴치하게 탄압을 했는지를 알 수 있었고, 민족의 아픔이 느껴졌다.
1부의 큰 줄거리는 나라를 빼앗기는 과정, 의병 운동, 쌀과 토지를 빼앗기는 과정을 다루고 있다. 송수익과 지삼출이 만주로 떠나는 장면이 나왔으니가 2부에서는 만주도 배경이 되어 이야기가 전개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