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쿠다 히데오의 소설을 또 읽었다. 제목과 내용을 조금만 보면 팝스타 존은 존 레논임을 알 수 있다. 존 레논은 워낙 유명한 사람이라서 그의 일거수 일투족은 대중에게 노출되어서 그에 대한 많은 일화들이 떠돌았다. 그러나 비틀즈 해체 후 솔로 활동을 하던 70년대 중 76년부터 79년까지는 일본에서 은둔 생활을 했다고 하는데, 이 은둔 생활 전의 음악 세계와 후의 음악 세계가 확연히 차이가 있어 은둔 생활이 그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작가는 궁금했다고 한다. 예컨대 은둔 생활 이전에는 저항적이고, 과격하며, 철학적인 음악 세계가 이후에는 가정적이고, 서정적으로 변모한 것이다. 과연 4년 간 그는 일본에서 무엇을 하며 어떻게 지낸 것일까? 작가는 존 레논이 일본에서 은둔하던 시절을 상상을 하여 허구적으로 재구성하였다고 한다.
줄거리는 이렇다. 존은 자신이 과거에 상처를 줬던 사람들에게 죄의식이 남아있고, 이것이 악몽의 형태로 나타나고, 신체적으로는 복통과 변비로 나타난다. 이를 치료하기 위해 아내는 정신과 의사를 소개하고 존은 최면요법으로 치료를 받는다. 치료의 과정에서 존은 자신이 상처를 주었던 매니저, 함부르크의 외국인 선원 등을 만나 사죄한다. 한편 자신을 버린 어머니와 아버지도 만나 자신이 받은 상처에 대해서도 마음을 나누고 어머니의 상황도 이해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존은 가정과 사랑에 대한 의미를 깨닫게 된다.
줄거리를 요약하면 이렇지만 실제로는 줄거리에 담지 못하는 부분도 있다. 심리에 관한, 최면을 다룬 소설이기 때문에 현실과 꿈, 환상 등이 모호하게 겹치는 부분이 많다. 처음에는 이것들을 다 구분하려고 했으나 나중에 가서는 그렇게 구분하는 것이 별 의미가 없음을 알게 되었다. 모든 것이 다 현실이고, 모든 것이 다 현실이 아닐 수도 있으니까... 중요한 것은 그 가운데에서 존이 어떻게 변화하느냐 하는 것이었다.
중간중간에 존 레논이 발표한 노래들의 제목이 나오면서 그 노래의 발상이 여기에서 시작되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하게 했다. 예를 들면 의사와 상담하면서 변비에 너무 집착하지 말라고 하면서 변이 나오면 나오는 대로, 안 나오면 안 나오는 대로 그냥 내버려두라는 말도 한다. 자연 그대로 놔두는 게 제일 좋다면서... 여기서 그냥 내버려 둬(Let It Be)가 나온다.
존 레논의 일본 은둔 생활을 얘기하기 위해서 작가는 존 레논에 대한 취재를 많이 한 것으로 보인다. 여러 개로 흩어진 그의 삶의 여러 조각들을 의미있는 퍼즐로 맞춰낸 것은 존 레논의 팬들에게는 정말 감탄을 자아내게 할 것 같다.
오쿠다 히데오의 다른 작품들에 비해서 약간 무거운 감이 들었지만 발상은 그다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