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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 20] 최악: 지금 최악이라면 한 번 읽어봐
    행간의 접속/문학 2011. 6. 27. 18:03

    최악
    카테고리 소설 > 일본소설 > 일본소설일반
    지은이 오쿠다 히데오 (북스토리, 201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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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팍팍한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오쿠다 히데오의 장편소설이다. '최악'이라는 제목처럼 등장인물들은 정말 조금씩 조금씩 좁혀오는 스트레스와 주변의 압력, 그리고 자기 자존감 사이에서 균형을 잃고 위기에 빠진다. 이 위기를 주인공들은 과연 어떻게 헤쳐나갈지 궁금해서 자꾸만 읽게 된다. 600쪽에 가까운 두꺼운 책이지만 다 읽는데 채 5일이 걸리지 않았다. 그만큼 속도감 있었고, 무엇보다도 몰입이 잘 되었다. 나 스스로도 요즘의 삶이 팍팍하고, 스트레스 받으며, 어딘가로 탈출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상황이기 때문에 등장인물들의 상황이 남 얘기 같지 않았다.

    먼저 가와타니 신지로는 영세 중소기업 사장이다. 사장이라고 하지만 하청의 하청의 하청의 일을 하는 공장 사장이라서 사장다운 면모는 없고 오히려 소시민 같고, 서민 같다. 아니 서민이다. 남에게 피해 주지 않고, 성실하게 하루하루 평범하게 살아가는 사람이다. 그런 그에게 주변의 상황은 그를 정상적으로 살게 내버려 두지 않는다. 길 건너 맨션 주민들이 소음 피해로 항의하고, 공장의 직원은 말없이 결근하고, 배달 사고도 내고, 거래처 사장은 그에게 불량의 책임으로 피해액을 떠넘기고, 그러면서 고액의 기계를 드여놓으라고 웃으며 협박하고, 기계를 들이기 위해 대출을 신청한 은행에서는 대출해 줄 것처럼 얘기하다 안 된다고 열 받게 하고... 이 모든 일들이 점점 쌓여서 하루에 몰아붙이고 신지로는 미쳐 간다.

    후지사키 미도리는 평범한 은행원이다. 사내 야유회에서 지점장에게 성폭행을 당할 뻔 한 것이 소문이 나서 주변의 수근거림의 대상이 되고, 피해자인데도 누구의 위로도 받지 못한다.

    노무라 가즈야는 동네 건달이다. 잘못 사귄 친구 다카오 때문에 야쿠자와 얽혀 돈이 필요하게 되고, 우연히 만난 가출 여고생의 제안으로 은행을 턴다.

    이 세 사람은 가즈야가 은행을 털 때 처음으로 같은 공간에서 만난다. 가즈야가 은행을 털 때 대출 해약을 하기 위해 은행에 왔던 신지로는 악감정으로 은행의 돈을 훔치는 것을 도와주고, 미도리는 가즈야와 같이 온 가출여고생이 자기 동생인 것을 보고 인질로 따라 간다. 네 명의 은행 강도는 그렇게 도주하게 되고, 결국에는 모두 잡힌다. 그 가운데에서 자신의 삶에 대해서 후회하고 중요한 가치가 무엇인지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이런 파국이 오히려 자신들을 짓눌러오던 현실을 재배치한다. 그러나 작가는 이들의 삶이 행복해질 것이라든지, 이전과는 다른 삶을 살 것이라고 섣불리 내놓지 않고, 현실적으로, 객관적으로 보여준다. 현실은 재배치되었지만 변하지 않은 것, 피해를 입은 것들이 분명히 있기 때문에 이들의 삶이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마음에 든 것은 세 인물이 파국으로 가기까지 스트레스가 쌓여 미쳐가는 과정이 몰입할 수 있도록 잘 서술되어 있다. 특히 신지로에게 공장 소음이 크다며 항의하며 압박하는 오타라는 인물은 정말 최고의 악역으로 독자들의 공분을 사기에 충분하다. 뭐든 것을 합리적으로, 논리적으로, 이론적으로 따지면서 인간적인 면모는 하나도 없는 이 인물은 무엇을 위한 합리이고, 논리인지 우리에게 되묻고 있다.

    읽으면서 영화로 만들면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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