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더불어숲 |
카테고리 |
시/에세이 > 나라별 에세이 > 한국에세이 |
지은이 |
신영복 (중앙M&B, 1998년) |
상세보기 | | |
신영복 교수의 세계여행서간문이다. 서간문이라고 해서 구체적인 대상이 있는 것은 아니고, 독자들을 대상으로 고백적인 말투로 썼다는 것이다. 그리고 여정보다는 여행지에서의 감상이 더 많이 들어가 있다. 그의 감상 중에서 인상적인 부분들을 발췌해 보았다.
문명은 그것이 아무리 조야한 것이라 하더라도 부단히 계승되고 축적됨으로써 비로소 인류의 지혤로 되어 왔다는 문명사의 교훈이 그것입니다. 그런 저멩서 어떤 문명을 다른 문명으로 대체하는 것은 본질에 있어서는 파괴라고 해야 합니다. 대체는 단절이며, 단절은 파괴와 동일합니다. 더구나 문명은 대체가 불가능한 거대한 숲입니다.
문명이 그곳에서 그 때에 그러한 형태로 발생한 것은 그럴 수밖에 없는 필연적인 무엇인가가 있기 때문에 그런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그러한 문명을 다른 것으로 대체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것이고, 결국에는 단절이 되어 파괴일 수밖에 없다는 얘기이다. 거대 문명의 크기와 역사적 의미만으로 판단할 수는 없을 것이다.
정부의 공공 지출은 국내총생산(GDP)의 67%에 이르는 규모로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4개 회원국 중에서 가장 높습니다. 그러나 부러운 것은 이러한 복지의 양보다 국가와 사회에 대한 신뢰입니다. 실업, 노후, 의료, 주택 그리고 자녀들의 교육에 대한 걱정이 생활의 대부분인 우리들로서는 무척 낯선 것입니다. 빈과 부, 귀와 천의 의미가 극히 왜소한 것에 놀라지 않을 수 없습니다. 스웨덴에서 가장 경멸되는 것이 축재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마지막 문장이 압권이다. 이러한 생각이 바로 선진국다운 생각이다.
당신은 21세기에는 민족이라는 혈연적 공동체나 국가와 같은 공간적 공동체 대신에 '고도신뢰집단'을 핵으로 하는 어떤 공동체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어느 경우든 중요한 것은 그 공동체의 구심력이 되는 신뢰의 내용이라고 생각합니다. 한 마디로 그것은 인간주의에 대한 신뢰를 구심력으로 하고 있어야 합니다. 그러한 인간적 구심력이 사후적으로 경쟁력이 되어 나타나야 한다고 믿습니다.
공동체의 가장 이상적인 모습은 혈연이나 공간이 아닌 신뢰집단이라는 말이 중요하다. 믿음이 바탕이 되면 그 공동체는 속하고 싶은 공동체가 될 것이고, 그 믿음은 인간주의에 대한 신뢰라고 할 수 있다.
여행에서 어떻게 하면 이런 생각들을 술술 풀 수 있을까 하는 생각해봤다.